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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Feb 09. 2024

4. 물만두와 송구영신

중국의 설날 문화 (4)

여러분, 안녕하세요?

갑진년 까치설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님을 위한 글감 자료 사랑방]을 오픈했습니다.

'님'이 누구인지, 다 아시죠? 바로 여러분 작가님 & 독자님이십니다. ^^

<동아시아의 창세기 일장 일절>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앞으로 이곳에 동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창작 인스피레이션이 파바박~~ 샘솟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른 자료를 올리려다 보니... 오늘이 까치설날, 내일이 설날이네요?

때가 때이니만큼 먼저 중국의 설날 문화에 관한 자료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불초 소오생이 예전에 출판했던 책에서 추려왔습니다.


이 자료의 필체는... 학생들과 정답게 문답을 주고받는 대화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따옴표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형식만 학생들과의 대화체일 뿐, 어차피 저의 내면에서 흐르는 심리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 즐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이어집니다)



물만두에 깃든 인간 사랑의 마음



그러나 중국 사람들이 새해 첫날의 자시子時에 다 함께 모여 다 함께 먹는 만두는 찐빵 계통인 만터우가 아니라 물만두 계통인 쟈오즈, 교자다. 아니, 여기에도 제갈량 못지않은 심오한 사연이 있나요? 그렇다. 쟈오즈에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설날이면 그 영향을 받아 만터우가 아니라 쟈오즈를 먹는다. 그 사연을 얼른 빨리 알아보자.


만터우는 천팔백 년 전 제갈량이 만들었지만, 쟈오즈는 거의 비슷한 시대에 장기張機라는 한의사가 만들었다. 한의학의 기초를 다져놓았다는 그의 자는 중경仲景, 그래서 모두들 장중경이라고 불렀다. 그가 처음 요걸 만들었을 때는 쟈오즈餃子가 아니라 ‘쟈오(→)얼(↓)’, 즉 ‘교이嬌耳’이라고 불렀다. ‘예쁜 귀’라는 뜻.


사연인즉슨, 의관醫官으로 활동하던 그가 어느 해 겨울,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심한 한파가 몰아닥쳐 사람들이 모두들 귀에 동상이 걸려 있었다. 동상에 걸린 사람들은 당연히 모두 가난한 백성들. 돈 많은 부자가 어찌 그런 병에 걸리겠는가.


가난한 백성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의 의사 장중경이 고걸 보고 또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며칠 동안 궁리 끝에 아주 값싼 처방을 만들어냈다. 추위를 이겨내는 각종 싸구려 약재에 양고기와 고추를 집어넣고 달여서 말린 후 가루로 만든 다음, 밀가루 반죽을 입혀서 예쁘게 귀 모양으로 빚어낸 것이다. 그걸 솥에 넣고 삶아서 국물과 함께 두 개씩 나눠주니, 이것이 바로 ‘거한교이탕祛寒嬌耳湯’이라는 최초의 만둣국이다.

그날은 마침 동짓날, 사람들은 거한교이탕을 먹자 온몸에서 열이 나고 혈액순환이 잘 되어 두 귀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두 번, 일주일쯤 먹으니 정월 초하루가 되자 퉁퉁 불었던 동상 걸린 귀가 ‘교이’처럼 예쁜 귀 모습으로 돌아왔단다.


사연이 그러하니, 추위를 견디고 동상을 막아주는 이 신통한 교이를 어찌 아니 먹겠는가. 특히 교이를 먹기 시작한 동짓날과 완치가 된 설날에는 반드시 장중경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을 기념하며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아하! 그렇군요! 근데, 그래도 어쩐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제가 중국 사람들이라면 설날 같은 뜻깊은 날에는 장중경의 교이보다는 제갈량의 만터우를 더 먹고 싶겠는데요? 그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서두르지 마라. 아직 얘기가 안 끝났으니까.



송구영신은 물만두와 함께



‘만수蠻首’가 ‘만두饅頭’라는 음식 이름을 얻게 된 것처럼, ‘교이嬌耳’도 훗날 ‘교자餃子’라는 음식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게 중요하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그런 경향이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특히 소리를 중시한다. 발음이 똑같거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아주 싫어하기도 한다.


‘쟈오얼’의 ‘얼耳’은 흔히 아무 뜻 없이 단어의 뒤에 갔다 붙이던 접미사 ‘얼兒’과 발음이 완전히 같다. 근데 ‘즈子’라는 접미사도 ‘얼兒’과 용법이 똑같거든? 그래서 툭하면 서로 바꾸어 썼단다. 근데 이 ‘즈子’라는 글자를 ‘쟈오’ 뒤에 붙여 쓰면 뜻이 기가 막히게 좋거든? 그래서 ‘쟈오얼’이 나중에는 ‘쟈오즈’로 바뀐 거지. 중국 사람들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오밤중의 그 순간에 ‘쟈오즈’를 먹는 까닭은 바로 그 발음상의 이유 때문이란다. 그렇게 되면 무슨 좋은 뜻이 있는 건데요?


우선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자시子時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그 한가운데 시각을 그래서 자정子正이라고 한단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듯이, 중국인들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순간인 자시에는 예로부터 잠을 자지 않았다. 그것을 중국인들은 ‘묵은 자시를 보내고 새로운 자시를 건네받다’는 의미로 ‘교자交子’라고 부른다.


교자交子? 교자餃子랑 발음이 똑같네요? 그렇다. 한국어로 읽어도 중국어로 읽어도 음의 높낮이는 다르지만 발음은 똑같다. 아무튼 그런 까닭에 쟈오즈를 먹는다는 것은 바로 ‘송구영신’의 의미가 되는 거다. 이제 알았지?


기왕 배운 김에 하나 더 배울까? 중국 사람들은 쟈오즈의 ‘소리’뿐만이 아니라 생긴 ‘외모’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중국 사람들은 보통 쟈오즈를 보름달 모양과 반달 모양으로 빚는단다.(우리도 똑같죠?) 보름달 쟈오즈를 먹으며 하는 기도: 저 둥근 달님처럼 새해에도 모든 가족들이 다 함께 잘 지내도록 해주세요. 보름달 쟈오즈는 그래서 단결과 화합의 상징이다.


그럼, 반달은 뭐예요? 반달 쟈오즈는 돈을 상징한다. 반달처럼 생긴 돈이 어디 있느냐고? 그럴 줄 알고 사진을 준비했지용. 짠―! [표지 사진]을 보시라. 옛날 중국에는 저렇게 반달 모양으로 생긴 돈도 있었단다. 돈 중에서도 제일 값나가는 무거운 돈, 원보元寶라는 거다. 바로 저걸 본 딴 거다. 반달 쟈오즈 먹고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좌) 금원보金元寶.    (우) 원보 모양을 본 따서 만든 쟈오즈. 얇은 만두피로 만든 쟈오즈는 따로 훈둔餛飩이라고 한다.

아무튼 중국인들은 정초에 보름달 쟈오즈를 먹으며 새해 온 가족의 단결과 화합을 기원하고, 또 반달 쟈오즈를 먹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기를 기원한다. 가끔 장난 삼아 사탕이나 대추를 넣기도 한다. 고걸 먹게 되는 사람은 새해 운수 대통이라 이거지. 자, 그람, 서민들의 아름다운 소망을 담은 만두 이야기는 대충 이 정도로 통과해 볼까요? 땅, 땅, 땅!




바로 앞에 전편도 있답니다. 읽어보시면 더 의미 있는 자료라고 공감하실 거예요. ^^


[표지 사진]

◎ 금원보(金元寶). 독일 보쿰 베르그바우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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