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설날 문화 (3)
여러분, 안녕하세요?
갑진년 까치설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님을 위한 글감 자료 사랑방]을 오픈했습니다.
'님'이 누구인지, 다 아시죠? 바로 여러분 작가님 & 독자님이십니다. ^^
<동아시아의 창세기 일장 일절>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앞으로 이곳에 동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창작 인스피레이션이 파바박~~ 샘솟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른 자료를 올리려다 보니... 오늘이 까치설날, 내일이 설날이네요?
때가 때이니만큼 먼저 중국의 설날 문화에 관한 자료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불초 소오생이 예전에 출판했던 책에서 추려왔습니다.
이 자료의 필체는... 학생들과 정답게 문답을 주고받는 대화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따옴표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형식만 학생들과의 대화체일 뿐, 어차피 저의 내면에서 흐르는 심리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럼 즐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이어집니다)
먼저 상식 퀴즈부터 풀어볼까? 1번 문제. 중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은? 글쎄요? 에이, 난 선생님이 이런 거 물어보실 때가 제일 싫더라. 그냥 가르쳐 주시면 안 되나요? 어떤 사람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의리의 사나이 관우關羽를 꼽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혹한 운명의 장난 속에 비참하게 죽어가면서도 끝내 나라 사랑, 인간사랑, 우주 사랑의 마음을 곱게 간직한 시성詩聖 두보杜甫를 꼽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중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은 역시 제갈량諸葛亮인 것 같다.
자, 이쯤 해서 두 번째 퀴즈를 내볼까? 그나저나 만터우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그거요? 음―, 제갈량 아녜요? 이야, 대단한 걸! 어떻게 알았지? 에이, 누굴 어린애로 아시나 봐? 말씀하시는 폼이 그렇잖아요.(통박! 외국어 공부의 첫째 조건!) 그럼 그다음, 3번 문제. 중국인들은 왜 그를 그렇게 존경하고 사랑할까?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은 너무나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장강長江에 짙게 낀 안개를 이용하여 하룻밤 사이에 화살 십만 대를 만들어내고, 동지섣달 엄동설한에 삼일 동안 동남풍을 빌어 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다. 그야말로 호풍환우呼風喚雨요, 신출귀몰神出鬼沒의 재주를 가진 뛰어난 지략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상 실존했던 인간 제갈량은 소설 속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빼어난 두뇌를 지닌 지략가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했으며,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훌륭한 정치가였을 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지금은 우선 만터우에 깃들어있는 그 인간 사랑의 아름다운 정신을 알아보자.
촉한蜀漢 건흥建興 3년(A.D. 225), 그러니까 지금부터 거의 천팔 백 년 전의 일이다. 제갈량은 선제先帝 유비劉備의 유명遺命을 따라 중원의 위魏나라 정벌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벌에 나서려면 먼저 후방의 근심거리를 없애야 하는 법. 제갈량은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운남 · 귀주 일대의 남만南蠻 땅을 평정하러 나선다. 그런데 제갈량은 남만의 우두머리인 맹획孟獲을 붙잡았다가는 풀어주고, 붙잡았다가는 또 풀어준다.
그렇게 하기를 무려 일곱 번! 유명한 칠금칠종七擒七縱의 스토리가 여기서 탄생한다. 무조건 평정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사로잡아 같은 편으로 만들고 싶었던 제갈량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따스한 이야기다. 아무튼 그 과정을 통하여 남만 사람들은 제갈량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제갈량을 더욱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승전고를 두드리고 개선가를 부르며 귀향하던 촉나라의 군사들이 여수濾水라는 강가에 이르렀을 때였다. 문득 먹구름이 짙게 끼고 일진광풍一陣狂風이 휘몰아친다. 삽시간에 일어난 거센 파도가 소리를 지르며 으르렁대니 도저히 강을 건널 수가 없다. 놀란 제갈량은 다급히 이 지역의 지리와 기후에 익숙한 맹획에게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여기는 오랫동안 수많은 싸움이 벌어졌던 곳이랍니다. 수많은 군사들이 이곳에서 죽어나갔는지라 그 원혼들이 저렇게 장난을 치는 것입지요. 평소에도 자주 저런답니다.”
“어허! 참으로 기막힌 일이로고! 그 원혼들도 여기가 필경 낯선 타향 땅 아니겠는가! 살아남은 자는 이제 고향에 돌아가면 따스한 밥을 먹고 잘 지낼 터인데, 죽은 저희들은 시신마저 거두지 못하고 있으니 오죽이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구나! 그런데, 다른 때는 그럼 어찌 강을 건너는가?”
“예, 제사를 지냅지요. 그런데 반드시 사람 머리로 제물을 써야 한답니다. 그것도 꼭 길수吉數인 일곱을 일곱 배한 마흔아홉 개여야만 바람도 멎고 풍년도 들곤 했습지요.”
한마디로, 나 억울하게 죽었으니 너도 같이 죽자는 물귀신 이야기였다. 원주민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평소에도 바람이 일어나고 파도가 흉흉하게 일어나면 누군가 마흔아홉의 애꿎은 목숨이 죽어나가 늘 민심이 흉흉했는데, 원정 온 제갈량이 자신의 부하 군사들을 제물로 쓸 리가 만무한 일. 새롭게 탄생할 마흔아홉 물귀신의 몫은 보나 마나 또 자기 들일 터이니, 어찌 흙빛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갈량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어허! 참으로 기막힌 일이로다. 그런 식으로 하자면 억울하게 죽는 귀신만 자꾸자꾸 더 늘어갈 게 아닌가. 그래서야 어디 살아있는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 내 반드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리라.”
제갈량은 간절히 하늘에 기도를 드렸다. 명상의 시간이었다. 고민의 시간이었다. 그의 뜻에 감복한 하늘의 도움이었을까? 제갈량은 마침내 기막힌 묘책을 생각해 내었다. 소고기 양고기를 다져 동그랗게 만들어 그 위에 밀가루 반죽을 입힌 다음, 찜통에 넣고 쪄내자 영락없는 사람 머리 모습이 아닌가!
제갈량은 이것을 가지고 강가에 나가 경건히 제사를 드린 후 하나하나 공손하게 강물에 던졌다. 그러자 미친 듯이 울부짖던 바람이 멈추고, 무섭게 넘실대던 파도가 가라앉았다. 제갈량은 군사를 이끌고 무사히 강을 건넜다. 무사히 고향에 돌아가게 된 군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더욱 기뻤던 것은 남만의 원주민인 만족蠻族들이었다.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했다. 자신들의 '머리(首)'를 대신하여 제물이 되어 준 이 ‘만수蠻首’로 정성껏 제사를 드리기만 하면, 이제 더 이상 물귀신에게 끌려가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공포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땅이 떠나갈 정도의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질렀다. 제갈 승상, 만세! 만세! 만만세!
훗날 제갈량의 사망 소식을 접한 만족들은 통곡을 하며 제단에 ‘만수’를 올려놓고 제사를 드렸다 한다. 오늘날 전 중국에 가장 많은 사당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아마도 제갈량일 것이다. 특히 사천과 운남 지역에는 도처마다 그의 사당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중국의 모든 백성들은 이렇게 자신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준 제갈량을 두고두고 흠모하며 제사를 드리게 된 것이다. 중국의 '백화白話(구어체) 소설'이란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다가 만들어진 것. 소설 《삼국지》속에 제갈량의 모습이 그처럼 신격화된 것은, 바로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중국 민중들의 마음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리라.
아, 그렇군요! 그런데 왜 ‘만수蠻首’가 ‘만두饅頭’가 된 거죠? 음, 그거야 간단하지. ‘수首’나 ‘두頭’나 다 '대가리'라는 뜻. 그게 그거, 같은 뜻이다. 그리고 ‘만족蠻族의 대가리’라는 뜻이 어쩐지 좀 살벌하잖니? 그래서 ‘만蠻’ 대신 ‘만饅’이란 글자를 따로 만들어 사용하게 된 거지.
아무튼 그리하여 이 만두, 만터우는 제사상의 필수 제물로 애용되었단다. 그런데 번번이 강물에 던지자니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제사가 끝나면 냠냠 맛있게 먹기 시작했지. 그리고 먹기 좋게 점차 오늘날처럼 작아진 거고. 특히 밀가루가 주식인 북방 사람들에게 대 인기를 끄는 음식이 된 거란다. 그러니 설날 제사를 드릴 때, 만터우를 안 올려놓을 수 있겠니?
바로 앞에 전편도 있답니다. 읽어보시면 더 의미 있는 자료라고 공감하실 거예요. ^^
[표지 사진]
◎ 무후사武侯祠. 사천성 성도(成都 Chéngdū, 청뚜)에 있는 제갈량의 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