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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Apr 14. 2024

7. Peking Duck, 베이징 카오야를 아시나요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먹자 (1)

중국인은 정말 기막히게 먹는 것을 밝힌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 중국인과 식사 약속을 했으면 그 뒤에 또 다른 약속을 잡으면 안 된다. 약속을 하더라도 아주 넉넉하게 시간 여유를 두어야 결례를 피할 수 있다. 중국인은 속된 표현으로 정말로 ‘죽치고’ 먹기 때문이다. 


먹었다 하면 보통 두 시간. 술까지 마시면 세 시간. 요즘 웬만한 중국 음식점은 노래방 시설까지 갖추었으니 노래라도 불렀다 치면 네 시간! 술 깨라고 차 한 잔 마시면 다섯 시간! 아이고 배고파라, 놀다 보니 배가 다 꺼졌군! 그리하여 저녁 식사는 자연스럽게 쌰오(→)예(↘), 다시 야참(宵夜)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음식 문화 ―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먹자



명절이 되면 대대적으로 먹는다. 특히 춘(→)지에(↗) 때는 문까지 걸어 잠그고 본격적으로 먹는다. 언제까지 먹느냐? 보름 후 위엔(↗)쌰오(→)지에(↗)가 될 때까지 먹고 또 먹는다. 물론 음식이야 항상 먹는 것이지만 중국인들은 그 기간엔 정말 오로지 먹고 노는 일밖에 안 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꾸어(↘)니엔(↗)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춘/지에(春節)는 설 연휴 기간, 위엔/쌰오/지에(元宵節)는 정월 대보름 날, 꾸어/니엔(過年)은 설 쇠는 것. 아셨죠? 통과! 


아무튼 지금 이 말하는 사이에도 중국인들은 먹고 또 먹는다. 정초가 되었으니 먹고, 단오절이 되었으니 먹고, 아름다운 중추가절中秋佳節이니 또 안 먹을 수 없다. 생일날도 먹고, 만나니 반가워서 먹고, 헤어진다고 섭섭해서 또 먹는다. 시집 장가 가니 축하하느라 먹고, 저승길 떠나는 사람 전송한다고 또 먹는다. 살아서만 먹느냐? 죽어서도 먹는다. 서양 귀신들은 향기로운 꽃 몇 송이만 갖다 바쳐도 Oh, delicious! 입이 벌어지지만, 중국의 누렁 귀신들은 살아서 못 먹은 것까지 모조리 먹어대고 싶어 한다. 


정월 대보름날 남경南京의 등불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나온 인파. 명절이 되면 이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쉬지 않고 먹어댄다. 명,《상원등채도 上元燈彩圖》 작가 미상


이 동네는 신령님도 먹을 것을 밝힌다. 심지어는 산천초목 신령님도 먹는 거라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아니, 입도 혀도 없으신 양반들이 어디로 드신다고? 어허, 그런 씰데 없는 걱정일랑 산천초목에 붙들어 매고, 가지가지 온갖 음식 풍성하게 내놓기나 해 보게 그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며? 그리하여 중국에선 오늘도 모두 함께 먹고 또 먹는다. 중국인들은 배고파 굶어 죽은 아귀餓鬼들이 환생한 민족! 중국의 어느 수필가가 고백할 정도이다. 


앗, 근데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려오네?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먹자! 누가 하는 말이지? 공자님의 목소리인 듯! 알고 보니 이게 바로 진정한 중국 음식문화의 정신이라는데, 어디 그 사연을 한번 들어볼까요? 오늘은 북경요리 이야기부터 읽어, 보시죠!  


 


 북경요리의 본 고장 ― 취엔쥐더(全聚德)     



Peking Duck, ‘베이징 카오야’를 아시나요? 


‘베이(↓)징(→)’이 ‘북경(北京)’이란 건 다 아실 테고, ‘카오(↓)야(→)’는 뭘까요?

‘카오(烤)’는 ‘구이’, ‘굽다’는 뜻이고, ‘야(鴨)’는 ‘오리’라는 뜻. 

‘북경 오리구이’! 들어보셨죠? 북경요리의 대명사랍니다.    




하지만 나는 북경을 자주 가면서도 그 유명한 베이징 카오야를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를 쓰고 피해 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날개 달린 놈들과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탓도 있고, 유학 시절 대만의 비좁고 후덥지근한 골목 어귀마다 쇠꼬챙이에 찍혀 걸려있던 그 모습이 자꾸만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홀라당 털 벗은 몸에 잔뜩 기름을 뒤집어쓰고 튀겨진 모습이야 우리나라 명동 거리 닭튀김 집에서도 자주 보았으니 그렇다 치자. 결정적인 것은 그 기다란 목이었다. 아,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질끈 감고 있는 그 눈꺼풀을 열어보면 왠지 사슴보다 더 슬픈 눈동자가 나를 쳐다볼 것만 같았다.


사연이 이러한데, 제아무리 북경 명물이 기로소니 정에 울고 정에 사는 소오생이 어찌 그 가엾은 짐생을 잡아먹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나무아미타불! 중국 친구가 권할 때마다 자꾸만 요리조리 핑계 대며 도망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스(↓)후(↗)통(↘),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북경은 골목(胡同)의 도시, 시내 한 복판에서도 길을 조금만 잘못 들어서면 스후통(死胡同), 막다른 골목이다. 좌우지간에 막다른 골목에 몰린 소오생,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고 그 불쌍한 오리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어학연수를 갔더니 그 학교 측에서 초대를 한 것이다.


장소는 천안문天安門, 티엔/안(→)먼(↗) 광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전문前門, 치엔(↗)먼(↗)에 있는 전취덕(全聚德), 취엔(↗)쥐더(↗)라는 유서 깊은 카오야 전문 음식점이다. 지금부터 이 백여 년 전 양전인楊全仁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가게를 열고 오리구이를 팔기 시작했는데 하도 장사가 잘 되어 북경요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바람에 그전에는 요리로 쳐주지도 않던 북경요리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이다. 


그러니깐 아무튼 오리구이를 먹으려면 딴 데 가서 먹으면 안 된다. 반드시 여기서 먹어야 한다.(그 가게, 나한테 상 안 주나?) 얼마 전부터는 북경대학 부근에 지점도 생겼지만 아무래도 치엔/먼의 본점보다는 못한 것 같다. 



 프렌치 키스그 첫 키스의 황홀함이     



소오생이야 속으로 잔뜩 떫은 감을 씹은 기분이건 말건, 드디어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라? 근데 이상하다? 오리구이가 안 보이네? 보통 때 다른 중국요리를 먹을 때와 별반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 요리들이다. 아니, 오리구이는 왜 안 나오는 거지? 이 양반들이 깜박 잊고 안 시켰나, 아니면 내가 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안 시킨 걸까? 


궁금했지만 괜히 물어보았다가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나오는 음식이나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래야 나중에 오리고기가 나오더라도 배부르다는 구실을 대고 안 먹을 수 있을 것 아닌가! (후후,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똑똑해!)


아무튼 애피타이저로 먹는 냉채부터 시작해서 해물요리, 새우요리, 두부요리, 버섯요리, 고기요리, 야채요리 등이 골고루 나오는데, 모두 다 맛이 기차게 좋다. 이야, 괜히 겁먹었잖아? 오리구이 말고도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이 나오는데…. 냠냠 왜 진작 안 왔던고 후회하며 정신없이 먹었다. 그때였다.


 “/라오(↓)(), 전(↗)머/()()러우 하오(↓)부/하오/()?”

 “金老師, 怎么樣? 鴨肉好不好吃?”

 “김 선생님, 어떠세요? 오리고기 맛있죠?”     


아니, 이게 무슨 소리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야/러우(鴨肉)’라니? 내가 언제 오리고기를 먹었다고…. 옆에 앉은 대외협력실의 천(陳) 실장이 그제야 차이(↘)딴(→), 메뉴 판을 가져오게 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아까 맨 먼저 먹었던 냉채 이름은 <찌에모/야장(芥末鴨掌)>! 

음, ‘찌에/모(芥末)’는 ‘겨자’고, 엉? ‘야/장(鴨掌)’이라니? 그람, 그게 오리 발바닥? 으악! 내가 그 불쌍한 짐생의 발바닥을 먹었단 말이냐? 회개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으나, 혓바닥에 은근히 스며들던 겨자 소스 곁들인 그 쫄깃한 맛이 생각나자 입안 하나 가득 다시금 침이 고인다. 


아하, 곰 발바닥도 그렇게 맛있다더니, 발바닥이란 게 원래 그렇게 다 맛있는 건가 보지? 아무튼 이 요리가 취엔/쥐/더 음식점의 명성을 천하에 드날리게 만든 가장 큰 공로자라니, 여러분도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그 발바닥을 핥아먹어보시길….


그다음은 <말라/야/방/쓰(麻辣鴨膀絲)>! 

이건 또 뭐냐? ‘膀’이라니? 으악, ‘방광膀胱 방膀 자’ 아냐? 그람, 오, 오줌통? 하하, 그게 아니다. ‘어깨 죽지’도 ‘방’이라고 한다. 오리한테 무슨 어깨가 있어요? 음, 그렇군. 날개 달린 짐생의 경우는 어깨 죽지라고 하지 않고 날개 죽지라고 하는군. 


여기 이 ‘실 사絲 자’는 뭐죠? 요리에다가 실을 집어넣었나요? 하하하! 실을 집어넣은 게 아니라 실처럼 고기를 길게 찢어 놓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중국집에서도 기스(鷄絲)면을 시키면 길게 찢어놓은 모양의 닭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중국 음식은 차이/딴(菜單), 메뉴판만 잘 들여다보아도 어떤 조미료를 사용하여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무슨 먹거리 재료를 어떤 모양으로 잘랐는지 모두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본격적으로 하자. 여기서 ‘마 麻’는 후추 가루를 많이 뿌려서 얼얼한 맛, ‘(ㄹ)라 辣’는 고춧가루를 많이 뿌려 매콤한 맛을 말한다. 그러면 어떤 요리인지 대충 짐작이 가시겠죠?


다음은 <자/싼/시엔(炸三鮮) 후어/서우/야(佛手鴨)>! 

해물과 오리 고기로 부처님 손바닥 모양을 만들어 튀겨낸 요리다. 근데 왜 하필 부처님 손바닥 모양이라지? 애꿎은 부처님, 짐생 같은 중생들에게 수난을 당하시다!


다음은 <훠/싸오/야/씬(火燒鴨心)>! 

‘鴨心’이라니, 이게 뭐지? 오리 심장이다. 그걸 향신료와 소금을 뿌리고 볶아놓은 요리다.(으으, 내가 그 가엾은 것의 심장을 먹었단 말이지…) 


기타 등등, 이것 먹고 저것 먹고, 좌우간에 그 어느 하나 오리 고기가 안 들어간 요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좌우지간에 이윽고 탕(湯)이 나온다. 이제 거의 다 먹었다는 뜻이다.      


()스 /위/ 야(↗)써(↗)!”

“這是烏魚蛋鴨舌湯。” 

“이건 우위딴(烏魚蛋) 야써탕(鴨舌湯)입니다!”     


드디어 나는 요리를 날라 온 종업원이 가르쳐주는 음식의 제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급 중국식당에서는 종업원이 음식을 상위에 올려놓을 때 요리의 이름을 가르쳐준다) 우(→)위(↗)딴(↘)? ‘우위(烏魚)’라면 ‘문어’ 계통의 오징어고, ‘딴(蛋)’이라면 ‘알’이란 뜻이니, 문어 알이란 얘기. 근데, 문어도 알이 있나? 없을 리가 없지만 어쩐지 웃긴다. 나중에 알아보니 각종 맛있는 생선 알을 통칭하여 ‘우위딴’이라고 한단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고급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그 비싼 ‘어란魚卵’이란 말이지? 아이고, 맛있겠다. 


잠깐, 잠깐! ‘야써(鴨舌)’라니? 아니, 그람, 으…, 혀, 혓바닥? 아까 시작할 땐 발바닥을 핥아먹게 하더니, 끝날 때는 혓바닥을 호르륵 마셔먹으라고? 하이고, 이 동네는 우째 이렇게 ‘바닥’을 좋아한다냐? 하지만 다른 건 다 먹어놓고 이제 와서 혓바닥은 도저히 못 먹겠소 버틸 수도 없는 일! 두 눈을 질끈 감고 호로록 냠냠….(실제로 이런 소리를 내며 먹으면 큰 실례. 마음으로만 내는 소리임을 명심하시라!) 


우와! 근데 이게 무슨 맛이냐? 스르르 오리 혓바닥이 사르르 나의 혓바닥을 지나, 으음~ 향기롭게 목구멍을 꼴까닥 넘어가는데, 문득 온 천지가 장미 빛으로 보인다. 이게 무슨 맛이지? 혓바닥과 혓바닥이라? 프렌치 키스? 첫 키스의 그 달콤함과 황홀함이 이랬던가? 기억력이 나쁜 소오생은 아무래도 기억이 안 난다…. 

    


 타이거 우즈의 스승취엔쥐더 주방장의 검술 쇼!  



음, 너무 맛있게 먹었어! 생각 외로 오리구이란 게 괜찮은 걸? 

아니, 이상하다? 근데 이런 음식을 왜 ‘구이(烤)’라고 한 걸까? 


그때였다.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들어오긴 들어오는데 그냥 들어오는 게 아니다. 수레를 밀고 들어온다. 수레는 수렌데 옛날 이삿짐 나를 때 쓰던 그런 수레가 아니라, 서양 사람들 가든파티 할 때 쓰는 그런 폼 나는 수레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각종 칵테일이 올려져 있는 대신에 커다란 오리 한 마리가 따끈따끈한 자태로 드러누워 계시다. 전신에 오일 기름을 바르고 일광욕을 매우 쎄게 하신 탓인지,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전 나체가 노릿노릿 섹시하기 그지없다. 드디어 진짜 베이징 카오야, 북경 오리구이가 등장한 것이다. 

헌데, 다른 게 또 있다. 우아한 자태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크리스털 칵테일 잔 대신에, 날카로운 자태로 으스스한 섬광을 발산하는 사시미 칼(!)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대여섯 개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왠지 숨이 막혀온다. 밀려드는 긴장감, 스릴, 서스펜스….


알고 보니 들어온 사람은 이 취엔쥐더 음식점의 주방장이다. 그가 칼을 뽑았다. 짠! 으스스한 섬광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때였다. 갑자기 칼이 허공을 나른다. 으악! 칼을 놓쳤나 봐! 그게 아니었다. 오른손에 쥐었던 칼이 2, 3미터 허공을 비상하며 빙글, 빙글, 빙글 자유 낙하 삼회전 성공! 뒤이어 유연한 포즈로 착지 성공! 아니 주방장의 왼손 안에 착! 놓여졌으니 착지가 아니라 착수着手인가? 아무튼 착수에 성공한 사시미 칼은 그 섹시한 오리를 사시미 치는 일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착수란 말이 여기서 나왔나?

소오생의 쓸데없는 잡념을 물리치듯 사시미 칼이 다시 구름처럼 비호처럼 허공을 나른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포정庖丁이란 백정은 소를 잡는 일에서 삶의 도를 깨쳤다더니, 취엔쥐더 주방장이 바로 그의 후예였다. 


오리껍질을 벗겨낸 사시미 칼은 다시 허공을 날라 원래 꽂혀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새로운 칼이 허공을 날아 들어와 새로운 검법으로 오리의 어깨 죽지, 아니 날개 죽지를 가른다. 그리고 다시 또 새로운 칼이 등장하여 또 새로운 검법을 과시하고…. 잔디 결을 따라 아이언을 바꿔 쓰는 타이거 우즈가 알고 보니 고기 결을 따라 크고 작은 사시미 칼을 바꿔 쓰며 현란한 검법을 보여주는 취엔쥐더 주방장의 제자였다.


그나저나 당신을 사랑해요! 어느덧 얇고 고운 자태로 변신한 오리가 먹기 좋게 접시 위에 올라앉아 우리를 유혹하며 속삭인다. 신기神技에 몰입하던 관중들은 문득 정신을 차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 후, 식객食客의 본분을 되찾아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어 한 점을 집어 든다.


‘어떻게 먹는 거지?’ 천 실장이 다시 소오생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먼저 만두피처럼 동그랗게 자른 밀가루 부침개 한 장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자신의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얇고 넓은 그 모습이 연꽃잎 같다 해서 ‘연꽃잎 부침개(荷葉餠)’라고 부른단다. 


아무튼 그 위에 오리 껍질을 한두 점 올려놓는다. 오리구이는 껍질이 제일 맛있다. 아삭아삭 그리고 쫄깃쫄깃! 무슨 맛인지 아시겠죠? 아무튼 다시 그 위에 오리고기 한두 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대파 한 두 조각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첨면장을 조금 찍어놓는다. 첨면장이 뭐냐구요? 짜장면 먹을 때 양파 찍어먹는 춘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통과! 


아무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은 ‘연꽃잎 부침개(荷葉餠)’를 김밥처럼 돌돌 말아 손으로 들고 냠냠 맛있게 먹으면 된다. 아앗? 뭐가 이렇게 맛있지? 세상에 이런 맛이 다 있다니!!! 아앗! 근데 한두 점 그렇게 먹으니깐 아까 너무 부지런히 먹은 탓에 도저히 더 이상 먹기가 힘들다.(엉엉,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바보야…)     


 얘들아엄마 왔다오리 고기 먹자!     



자, 이쯤 해서 우리를 초대한 중국 측 인사들을 소개해보자. 아무래도 가장 ‘직위가 높으신 분(?)’부터 소개해야겠지? 부총장님! 먼저 우리 학교 부총장님을 소개합니다! (와글와글, 짝짝!!) 근데 중국 대학에는 부총장님이 아주 많다. 수십 명이나 되는 학교도 있다. 근데 중국 사람들은 ‘부副’라는 말은 떼고 부른다. 총장님! 어때요? 이렇게 부르니까 기분이 좋으신가요? 하하, 아무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쵸? 그다음은 대외협력실 실장님, 등등등…. 


재미있는 건 목공실의 목공 할바지, 전기실의 기술자 아자씨, 미화원실의 미화원 아지매도 자리를 함께 빛내주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나와 관련 있는 관계자들은 많아야 서너 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런 분들이다. 그 자리만 그런가? 아니다. 중국 기관에 초대받아 가면 거의 대부분 그렇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런 분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어쩐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하여 생각해 보니 너무 훈훈한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라. 중국요리는 대부분 원탁에서 먹는다. 첫째, 둥그런 식탁에 같이 앉아 식사를 해서 그런지, 목공 할바지나 미화원 아지매도 부총장님, 아니 총장님과 완전히 맞먹는다. 무슨 대화를 주고받든지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이런 게 사회주의의 장점인가? 아니, 중국어에는 존칭어 자체가 없으니까 그 영향이 큰지도 모르겠다. 


둘째, 원탁이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이므로, 중국요리는 십여 명이 함께 모여 함께 먹는 게 공식처럼 되어있다. 어차피 정원이 십여 명이라면 빈자리도 채울 겸, 평소에 잡일을 하느라 고생하는 분들도 고루고루 불러 함께 먹는 것이다. 어차피 자기 돈 내고 먹는 게 아니라 기관의 공금으로 먹는 거니까 인심 쓰기도 좋다. 


이것도 사회주의 국가니까 있을 수 있는 발상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보다는 왠지 공자로부터 비롯된 중국 음식문화의 정신이 음으로 양으로 전통이 되어 내려온 탓이 아닐까 싶었다. 다 함께 모여 다 함께 먹자! 얼마나 좋은가? 늘 혼자 밥 먹을 때가 많은 소오생은 그게 너무 부럽다…. 

    

우와, 카오야 먹으러 간대! 다 함께 모여라! 히히, 외국 손님들이 멋도 모르고 먼저 나온 것만 실컷 먹다가 진짜 맛있는 건 다 남겼네? 그럴 줄 알았지롱! 그럴 줄 알고 미리 비닐봉지를 가지고 왔지롱! 집에 가져가서 먹어야지? 에휴, 집에 왔다! 얘들아, 엄마 왔다! 다 함께 모여라, 다 함께 오리고기 먹자꾸나! 와, 신난다! 울 엄마 최고야!


― 끝 ― 




◎ 2014년 10월 탈고. 2015년 1월에 출판한 서적에서 발췌.

◎ 대문 사진: 

중국 북송北宋 휘종徽宗 조길趙佶(1082~1035)의 <문회도文會圖>(일부). 184.4×123.9cm. 대만臺灣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 소장. 음식을 먹고 술과 차를 마시며 인간 관계를 맺어 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약여躍如하다. 중국에서의 음식은 지식과 인생관을 교환하는 가운데, 인간 관계의 사랑을 열어가는 미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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