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는 종합 예술의 언어
소오생은 호랭이가 담배 피던 그 시절, 중국어과에 입학하자마자 전공 선택을 곧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중국어의 바로 그 멜로디적 특성 때문이었다. 아아, 이 눔의 성조를 어뜨케 다 외우지? A는 1성, B는 2성, C는 3성, D는 4성…. 시험 때가 되면 새대가리 같은 내 머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사전을 찢어 먹으며 단어와 성조를 외웠다는 선배들의 전설을 들으니 더욱 기가 막혔다. 아, 내가 왜 중국어과에 들어왔던고?
중국어 공부를 사전을 찢어 먹으며 머리로 외우면 될까요 안 될까요? 노래를 이런 식으로 배우시나요? 중국어는 멜로디의 언어! 노래방에서 찰랑찰랑 챔버린 두드리며 둠칫둠칫 춤을 추며 신나게 노래하듯 배우자구요!
아니, 근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째 좀 이상하다. 소오생이 사기 치는 거 아냐? 앞에서는 분명 중국어는 너무 쉬워! 난리를 치더니 지금 와서 오리발이다, 싶지 않은가? 아니다! 그때 나는 배우는 요령을 몰랐으니까 그랬고, 중국어는 분명 엄청나게 쉽다. 무릇 세상 이치가 다 그러하지만 외국어는, 특히 중국어는 처음에 잘 배워야 한다. 그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배워야만 한다. 그래야 쉽게 배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크크, 가이더님, 또 시작이시군용? 떽! 거짓말이 아니다. 사실이다. 중국어의 첫 번째 특성은 뭐라고? 그렇다. 멜로디다. 소리의 고저와 강약의 변화에서 오는 경쾌한 리듬감의 멜로디! 그 음악적 특성이 중국어의 본질이다.
그런데 중국어의 특성이 고것만 있느냐? 하하, 그럴 리가 없지~이! 중국어는 뭐라고? 예술이다. 음악적 특성만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미술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그뿐이냐? 동작도 포함되어 있으니 연극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영화 <패왕별희>는 원래 경극京劇이라는 연극이다. 그 경극을 공부하는 대학의 전공 학과가 어딜까? 중문과다. 그러니까 중국어와 중국문학은 예술도 보통 예술이 아니다. 멀티미디어 예술이다. 그 멀티미디어적 특성을 터득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중국어는 멜로디의 언어지만, 동시에 이미지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단어도 아주 기억하기 쉽다. 그러므로 단어를 외울 때에도 이런 특성을 잘 살려야지, 무작정 사전에 나온 대로 외우려고만 하면 안 된다.
한자(漢字, 汉字)는 뜻글자, 즉 이미지의 글자이다. 사전은 그 글자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각도에서 수많은 어휘를 이용하여 다양하게 표현한다. 그러니까 그중 어느 하나의 뜻만으로 그 단어를 이해하려고 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된다. (※ 조심! 사전을 찾아보는 건 중급중국어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난 다음 이야기다. 왕초보 때는 절대 금지!!!)
하여튼 그러니깐 어느 글자 또는 단어의 뜻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커다란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그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든 표현을 자세히 음미하며 읽어본 다음, 그 글자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려봐야 한다. 즉,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지. 이름 얘기를 한번 해보자. 몰라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 종종 이름 풀이를 해준다. 원래는 이럴 때 소오생의 본명으로 이름 풀이를 해드리면 아항 그렇구나 이해가 쏙쏙 된다. 하지만 브런치에서는 국가 기밀, 보안을 유지해야 하므로 아쉬워도 그냥 통과하겠다. 양지해 주시기 바란다.
언젠가 곱상하게 생긴 여학생이 연구실을 찾아왔다. 처음 보는 학생인데, 웬일로? 근데 말을 조금 많이 더듬는다. 무척 내성적인 성격인 모양. 저, 저, 교수님예… 지 이름… 쫌 풀이해 주실 수 없으싱교? 뜻밖이었다. 아니, 내 수업을 듣지도 않는 학생이, 무슨 소문을 어떻게 들었길래?
그 여학생의 이름은 ‘화중’이었다. ‘화중’이라, 한자로는 어떻게 쓰나여? ‘화’는 ‘꽃 화花’ 일 거고, ‘중’은? 문득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말을 더욱 더듬는다. 으, 음, 무, ‘무거울 중重’ 요…. 그래~애? 너무너무 이뿐(!) 이름이네요? 아니, 근데 이게 웬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눈엔 그만 눈물이 글썽글썽! 흑흑, 너무하심데이. 교수님두 지가 호박꽃이라꼬 놀리시능교?
하하, 이거야 원! 살살 달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쯧쯧! 왕년의 소오생 못지않게 이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처음 들으면 한결같이 실실 웃는단다. 그래서 점차 콤플렉스가 되고, 그래서 점점 내성적 성격이 되고, 그래서 마침내 사람들을 피하게 되더라는 기막힌 스토리였다. 오, 마이 갓!
그게 아니다. ‘중重’에는 ‘무겁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겹쳐있다’는 이미지도 있다. 꽃이 겹쳐있으니, 다시 말하자면 꽃이 만개해 있다는 뜻이다. 자, 눈을 지그시 감고 온 산에 하나 가득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는 그 이미지를 떠올려보시라!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꽃처럼 환해졌다. 얼핏 웃음마저 보인다. (얼레리꼴레리, 울다가 웃으면?)
화중花重의 이미지. 무거운 호박꽃이 아니라 온 천지에 꽃이 만개해 있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문득 ‘산화(散華, 散华)’라는 말이 떠올랐다. ‘흩뿌릴 산(散)’, ‘꽃 화(華, 华)’! 꽃이 흩뿌린다, 꽃비가 내린다! 우주에 하나 가득 아름다운 꽃비가 펄펄 내리는 장엄한 광경! 그게 바로 ‘산화’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다. 도끼로 알을 깨고 나온 반고盤古가 자신을 희생시켜 천지를 창조하는 동아시아 신화 속의 그 이미지, 초신성이 빅뱅을 일으켜 그 잔해가 퍼지면서 새로운 우주를 형성하는 바로 그 이미지다.
초신성 빅뱅으로 인한 잔해가 새로운 소우주를 형성하는 광경. 우주에 하나 가득 아름다운 꽃비가 펄펄 내리는 듯. 장엄한 광경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 세계'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허블 우주 망원경 등 5개의 망원경에서 추출된 데이터를 조합하여 구성한 사진이다. 2017년 5월 10일 NASA 공개.
'산화'는 원래 불교에서 나온 용어지만 요새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알고 있죠? 암튼 ‘산화’란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동의하죠? 학생 이름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가 최고로 승화되면 바로 그 경지에 이르는 거예요. 음, 학생도 혹시 실제로 평소에 타인을 위해서 늘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 그런 스타일 아닌가요?
그때였다. 착각이었을까? 그 여학생의 얼굴에 문득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광채가 어른거렸다. 잠시 후 그녀가 어떤 표정으로 돌아갔는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 여학생은 아직도 가끔 카드를 보내온다. 교수님예~ 산다는 게 억쑤로 보람 있네예… 참말로 감사합니데이….
오머오머, 가이더님, 그럼 우리 이름도 좀 풀이해 주세요, 네? 갑자기 모두들 우그르르 떼거리로 덤벼든다. 쩝, 그 얘길 괜히 해가지구설라무네…. 근데 참 재밌다. 이런 이름이나 사주 풀이 같은 건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훨씬 더 좋아한다. 오, 여인이여, 그대의 이름은 갈대로다!
가이더님, 제 이름은 갈대가 아니라 지은知垠인데요?
오머오머, 언니, 내 이름도 지은芷銀인데?
가이더님, 제 이름 아시죠? ‘빼어날 수秀’에 ‘님 이伊’ 예요.
아이구, 한 사람씩 말하렴, 이거야, 원….
지은知垠 : ‘알 지知’에 ‘땅 끝 은垠’이라. 하하, 잘못하면 “끝난 줄 알았으면 이제 그만 내리세요. 땡땡, 종 쳤답니다.” 그런 식으로 오해하기 쉽겠는걸? 맞아요, 가이더님. 그래서 은근히 속상해요.
그게 아니다. 공자님은 ‘생이지지 生而知之’라! 태어나면서부터 삶의 지혜를 지니셨단다. ‘지知’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그런데 어떤 지혜? 지혜도 보통 지혜가 아니다. 땅 끝까지의 지혜! 삼라만상의 변화와 내재규율을 파악하는 그런 엄청난 지혜다. 지은 나그네도 혹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아닌가?
어머,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 ‘땅 끝까지’라는 이미지가 무척 역동적이니깐. 그리고, 지난번 보고서에 헨리의 행성에 올라타듯 공자의 행성에 새로이 올라탔노라 그랬지? 이야,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새로운 행성에 능동적으로 올라타는 그 이미지가 넘 멋진 걸?
지은芷銀 : 가이더님, 저는요? 저 언니랑 이름이 같은데, 저도 그럼 똑같나요? 하하, 아니다. 한자가 다르지 않니? 그리고 이런 건, 꿈보다 해몽이다. 그때그때 풀이하는 사람의 영감(靈感, 灵感)이 아주 중요한 법. 어디, 내가 Inspiration을 한 번 발휘해 볼까? 이얍!
음, 넌 ‘난초 지芷’에 ‘실버 은銀’이네? 두 글자 모두 정적靜的, 여성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구나. 옛날 같았으면 아주 좋은 이름이라고 하겠지만, 요새 세상에 누가 여자라고 방, 콕! 틀어박혀 지내는 걸 좋아하겠니? 옛날에는 나이 스물이 되면 자字를 지어서 이름(名)을 보완해 주었단다. 너도 그런 식으로 능동적인 이미지의 별명이나 필명을 지어서 보완하는 게 어떨까?
수이秀伊 : ‘빼어날 수秀’에 ‘님 이伊’라, 음, 여러 모로 재주가 많은 이미지군용? 정말요? 아이, 좋아라.(갑무룩~ 갑자기 시무룩) 근데 가이더님, 전 매사에 자신이 하나도 없걸랑요? 졸업은 코앞인데 여러 가지로 막막하네요. 아니다. 수이 나그네는 분명히 뛰어난 재주가 있다. 나한테도 feel이 팍, 팍, 꽂힌다.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근데 세상은 왜 절 몰라주는 걸까요? 어뜨케 한 방에 취직하는 수가 없을까요? 하하, 한 방에 취직해 봤자 한 방에 그만두면 말짱 꽝! 수이 나그네 일생의 가장 큰 전환점은 그게 아니라, 자신의 빼어난 재주를 알아주는 진정한 지음知音을 만나는 일! 그때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때를 기다려야 하느니.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기다리면 안 되겠지?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키우면서 기다려야 하는 법. 오케이?
그때였다. 저, 가이더님! 여태껏 웃음으로 지켜보던 영미 나그네가 조용히 입을 열다가 만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누? 저 말이죠, 가이더님~ (궁금…) 저, 돗자리 하나 사 드릴까요? 헤헤… 그게 더 어울리실 것 같아요.(으윽! 이럴 수가! ㅠㅜ)
근데 가이더님, 질문 있어요. 이번에는 ‘한 예리’ 함예원 나그네가 나선다. 아까 첨에는 분명히 한자를 몰라야 중국어를 빨리 배운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지금 말씀은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음, 역시 ‘한 예리’ 하는군여? 점수 일 점 플러스, 찰카닥! (히히, 점수 땄당!)
근데 그건 갓난아기 시절, 입 뗄 때 얘기고, 언제까지 학교도 안 다니고 한없이 버틸 생각이냥? 입을 어느 정도 뗐으면 그 담엔 글자를 배워야 하지 않겠어용? 그렇게 노력할 생각을 안 하면 안 되지~이! 흐흐, 너 지금 네 이름 풀이를 안 해준다고 삐진 거지? 점수 일 점 도루 감점, 철커덕! (앗, 치사하게…)
그렇다. 언어와 문자는 처음에는 분명히 별개다. 그러나 언어의 수준이 일정 정도에 이르면 반드시 문자와 하나로 만나게 된다. 언어는 Language, 문자는 Written Language 아니더냐! 문자를 몰라도 일상 대화를 나누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문자의 도움이 없으면 언어도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고급 언어를 구사할 수가 없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윽, 내 그럴 줄 알았어. 선, 생, 님! 그럼 결국 그 많은 한자를 다 외워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그럼, 약속과 다르잖아요? 하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쌤은 절대 사기꾼이 아니다. 물론 한자는 무진장 많다. 대충 5~6만 자쯤 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건 아주 적다. 그러니깐 아주 조금만 알아도 대충 웬만한 글은 다 읽을 수 있다.
음? 몇 글자면 되냐고? 놀라지 마시라. 160 글자다! 겨우 160 글자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아셨는가? 160 글자의 이미지만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면 웬만한 글의 절반 이상을 거침없이 읽을 수 있다. 이건 절대 소오생만의 썰이 아니다. 엄연한 통계 자료에 입각한 말이다. 오케이?
정말요? 에궁, 믿어지지가 않네! 암튼 그렇다면야…. 맞아, 그거야 그렇다 치고, 그 나머지 모르는 글자는 어떻게 해요? 하하, 통빡! 통빡이 있지 않니? 앞뒤 문맥으로 때려 맞추며 통빡으로 읽는 거다. 언어가 입에 익숙하게 올려져 있으면 저절로 통빡이 생기는 법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하는 시간에 입에 익숙하게 올리는 게 장땡이다.
보너스로 하나 더 가르쳐드리지. 우리나라의 상용한자는 1,800자다. 그런데 통계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1,500자만 알면 99% 오케이다. 그런데 무얼 그리 걱정하시는가!
가이더님, 아무래도 중국어는 영어 먼저 공부하고 난 다음에 배워야 되겠어요. 지금은 우선 영어 공부 하는 것만 해도 너무 벅차거든요. 그런데 어쩐지 영미 나그네의 그 목소리가 영 어두워 보인다. 왜 그렇지? 무슨 말인지 조금 더 들어보자.
가이더님, 전 영어 공부, 정말 하기 싫어요. 근데 영어는 안 하면 안 되잖아요. 취직하려면, 먹고살려면,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안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하긴 하는데 실력이 통 늘지를 않아요. 근데 영어만 해도 미치겠는데, 게다가 중국어를 또 하라구요? 으~.
아, 답답하다. 그 말을 듣는 내가 더 답답하다. 놀랍게도 우리 사회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강박관념에 빠져있다. 영어에 대한 강박관념을 만들고, 우리를 구속하고 제한하는 우리 사회의 병든 구조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그렇게 하기 싫은 영어 공부를 대체 왜 붙들고 앉아있단 말인가!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다면서, 왜 그렇게 죽어라 붙잡고 앉아있단 말인가! 대체, 왜! 왜! 왜!
영어 공부 싫은데도 이 갈면서 공부하는 이 땅의 불쌍한 젊은이들이여! 그런 영어 공부는 절대로 하지 마라! 그 시간에 노래하고 춤을 춰라! 어? 내가 너무 쇼킹하게 말했나? 음,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다시 정확하게 표현해 보자. 영어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사람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멜로디의 언어, 신나게 배우는 흥겨운 중국어를 먼저 배워보는 게 의외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는 그런 얘기다.
우리가 여태까지 접해왔던 언어들, 그러니까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등 그런 언어들은 평면의 언어다. 이런 평면의 언어들은 문법적이고 기능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특히 독일어 같은 언어는 너무너무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톱니바퀴처럼 문법과 문장구조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영어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가만 보면 대부분 ‘따지거나 외우는’ 걸 무지 싫어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영어가 싫은 게 아니라, 머리를 굴려가며 이것저것 따지거나 외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수학, 화학, 물리… 그들은 십중팔구 그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학과목을 싫어한다. 지은 나그네, 수이 나그네, 영미 나그네! 니네들 이런 과목 다 젬병이지? (앗, 가이더님,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ㅠㅠ)
그런데 그런 건 사실 개인의 성향일 뿐, 우리 귀여운 나그네들의 잘못이 결코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외국어 교육 방법이다.(사실은 국어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언어를 기능으로만 생각하고, 자꾸만 머리로 따지며 가르치고, 외우며 배우려고 한다. 엄청난 착각, 엄청난 실수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전달 도구가 아니다. 언어의 의사전달 기능은 30%도 안 된다. 보다 더 큰 기능은 감정의 전달, 그거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의 과학적 논리적 기능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 즉 문학과 예술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아시겠음? 아, 대학마다 한결같이 언어를 문학과 같은 영역에 놓고 같은 학과에서 가르치는 게 괜히 그러는 거겠음?
중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특히 비과학적이고 특히 비논리적이다. 그만큼 문학적이요, 예술적인 비중이 훨씬 크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중국어는 머리로 따지며 공부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말이다. 또 그러니까 중국어는 이지적인 사람보다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 외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보다 쉽게 배우는 언어란 말이란 말이다.
영미, 수이, 지은 나그네! 영어 공부가 정말 하기 싫나염? 그렇다면 중국어부터 배워보시라. 중국어는 금방 정복된다. 여러분의 중국어 가이더, 소오생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3개월이면 게임 셋! 중국인이랑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영어에 다시 도전하는 거다. 중국어를 배울 때의 그 요령, 그 자신감으로 공부하면 영어도 보다 손쉽게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겠죠?
수많은 짜가 나그네들이 소오생의 이 말에 귀가 솔깃! 하기 싫은 공부를 안 해도 된다니까 우선 당장 속이 씨~원해한다. 정~말요? 정말 공부 안 해도 되는 거예요? 야, 신난다. 아유, 통쾌해라!
이런, 쯧쯧! 달을 가리켰는데 왜 손가락 끝만 쳐다보시는고! 영어 공부를 영원히 하지 말라는 게 아니지~이! 죽어라 공부해도 안 된다니까,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서, 보다 여러분의 적성에 맞는 언어, 머리로 따지는 게 아니라 노래하고 춤을 추다 보면 저절로 배우게 되는 언어, 그래서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중국어부터 습득한 후에, 다시 영어에 도전하는 게 훨씬 더 능률적이라는 뜻. 이해가 되셨죠? 앗, 저기 손 번쩍? 예, 질문하세요.
선생님, 정말이세요? 선생님 시키는 대로 공부하면 중국어를 정말 석 달이면 마스터할 수 있나요? 전 아무래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한자는 그렇다 치고, 문법이 없고 통빡이 최고라구요? 그 통빡을 어떻게 키워요? 너무 막연해요. 단어 뜻은 언제 외우고, 성조는 언제 외우고, 게다가 리듬감은 또 어떻게 맞추란 말예요? 학생들이 이번에는 자못 진지하게 질문을 해온 다. 하하, 중국어를 배울 마음이 진짜로 슬슬 생기는 모양이죠?
HSK 시험이란 게 있다. 그게 뭐냐고? ‘항(↘)위 수이핑(↗) 카오(↓)쓰(↘)’! 즉 ‘중국어 수준 측정 시험(漢語水平考試, 汉语水平考试)’이란 뜻으로 이를테면 영어의 TOFEL 같은 거다. 이 시험의 최고 난도는 6급이다. 6급을 따면 취업할 때 상당히 유리하다.
그러나 중국어를 진짜로 유창하게 잘 구사하려면 HSK 같은 필기시험은 잘 봐봐야 말짱 꽝. 중국에 1, 2년 랭귀지 스쿨에 가서 공부하고 최고 등급 6급을 땄다는 친구들도 실제 회화를 시켜보면 아이구야... 이게 중국말이냐 한국말이냐 말이냐 막걸리냐... 쩝, 가슴이 아프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어에는 문법이란 게 제대로 없다. 우선 먼저 어미(語尾, 语尾) 변화와 격조사(格助詞, 格助词)라는 게 없다. 고립어(孤立語, 孤立语)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교착어(膠着語, 胶着语)다. 잠깐, 잠깐! 고립어, 교착어, 격조사…. 그런 말들이 막 나오니까, 공연히 어려운 말 하는 걸로 지레짐작하지 마시라. 지금 무지 쉬운 얘기를 하는 거다. 내 말이 거짓말인가 예를 들어보자.
한국어에서 이 두 단어가 문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두 단어를 연결시켜야 한다. 무엇으로? 주격조사 <이>라는 접착제로. 그래야 ‘말이 달리다’가 되지 않겠는가? ‘교착’이란 말은 접착제라는 뜻이다.
둘째, <달리다>라는 동사가 상황에 맞게 어미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달린다, 달리신다, 달리시도다, 달리시노라… 특히 존칭 어미변화가 심하다.(일본어는 더 심하지만) 뿐이냐? 달렸다, 달리었다, 달렸었다, 달릴 것이다, 달리시었다, 달리시었도다… 시제(時制, 时制) 변화까지 합세하면 가히 무궁무진이다. 허허, 알고 보니 한국어가 참으로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세!
그러나 중국어는 고립어다. 그게 무슨 말이냐? 문법이라는 기계로 조립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어는 환등기로 슬라이드를 보는 것처럼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나열하기만 하면 그대로 완성된 한 문장이 되어버린다. 예컨대 <말(馬, 马)>과 <달리다(跑)>라는 단어를 따로 데리고 놀다가도, 헤쳐 모여! 명령이 떨어지면 아무런 접착제도 바르지 않고 그냥 주르륵 나열하기만 하면 그대로 문장이 된다. 그러면 그 즉시, 히히힝, 말이 소리치며 따가닥따가닥 달리게 되는 것이다.
하하, 재밌죠? 그람 이번에는 장난 삼아 순서를 쌱― 바꿔볼까요? <달리다(跑)>를 먼저, <말(馬, 马)>을 나중에 보여주면? 그러면 ‘말이 달리다’라는 문장이 ‘달리는 말’이라는 명사구(名詞句, 名词句)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주격조사나 목적격조사 같은 접착제가 당연히 필요 없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인가? 그만큼 외울 게 없다는 말 아닌가? 우와, 정말 그렇네요? 이야, 신난다! 잠깐, 잠깐! 조금 있다가 한꺼번에 좋아하자. 좋아할 일이 너무 많으니깐. 네, 뭐라고요? 존칭 변화도 없다고요? 시제 변화도 없다고요? 품사 변화도 없다고요? 자, 어떤가! 독일어 같은 과학적인 언어에 비하면 외울 게 거의 없다. 너무 좋지 않은가? 참으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 함께 만세를 부르자! 만세! 만세! 만만세!
신나게 좋아하다 보니 어쩐지 께름칙하다.
여러분의 의문: 아니,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으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지? 존칭 변화도 없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유교儒敎 문화란 게 중국에서 나온 거 아닌가? 뙈놈들은 어른한테 존댓말도 안 하나?
소오생의 대답: 유교 문화는 중국에서 나왔으되, 중국말에는 존댓말이 없다. 물론 어쩌다가 단어를 가려서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거고, 기본적으로 중국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존칭 어미변화가 없다.
이런 나뿐(!) 자식들! 어른들한테 존대도 안 하다니! 그렇게 터무니없이 흥분하지 말자. 상대방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어의 형식이 아니라 말투와 태도이다! 아무리 존댓말을 쓰면 뭘 하는가?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와 태도로 찍찍 존댓말을 내뱉는다면, 그게 어디 상대방을 존중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언어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면이 중요하다.(이렇게 좋은 말은 외우자!) 중국어는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릴까? 중국 선생님들은 일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을 아주 좋아한다. 왜냐? 한국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감히 ‘반말’로 중국말을 하는 게 너무 황송하고 죄송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그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말투나 태도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 그게 바로 존댓말 아니겠는가! 언어는 이렇게 형식보다 그 내면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욕의 경우는 스토리가 완조니 틀리다. 왕빠딴! 어여쁜 한국 아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중국 남자에게 욕을 하는 걸 종종 본다. 오, 마이 갓! 설마, 장난으로 한 말이겠지. 그렇다. 물론 장난이다. 많은 한국 아가씨들이 무슨 뜻인지 번연히 알면서도 모국어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더러운 중국 욕을 깔깔대며 아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린다.
우리말로 욕하는 것만큼 피부로 절박하게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일까? 설마 웃는 얼굴에 침 뱉겠어, 하는 건지, 생글생글 웃으며 욕을 한다. 하지만 말투와 태도가 부드럽다고 욕이 아닌 건 아니다. 언어의 형식이 중요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 아가씨, 상대방 중국 남자가 자기를 뭘로 생각할꼬, 그 생각은 안 하는가?
한국 남학생들은 종종 더 심한 장난을 친다. 옆에 앉은 중국 여학생들에게 미친 척하고 더듬대는(이게 중요하다! 유창하면 칼 맞기 쉬우니까!) 중국말로 수작을 건다.
“펜 좀 빌려주세요.”
중국말로 펜은 ‘비(↓)’라고 한다. ‘빌리다’는 ‘찌에(↘)’라고 한다. ‘무엇 무엇을 어떻게 한번 하자’고 청유(請誘, 请诱)할 때는 동사 뒤에다가 ‘이(↗)쌰(↘)’라는 말을 붙인다. 그러므로 ‘빌려주세요’는 ‘찌에(↘)이쌰’라고 하면 되겠다. 목적어인 ‘비(↓)’는 말하기 쉽게끔 문장의 제일 앞에 놓으면 된다. 자, 그람, 완성된 문장은?
독자 여러분, 아주 쉽죠? 이런 건 외워라, 외워.
그런데 짓궂은 한국 남학생들이 요 말을 어떻게 하느냐 하면,
“삐(→), 찌에(↘)이쌰” (경고: 절대로 외우지 말 것! 그 어떤 도덕적 책임도 절대 안 짐!)
하는 것이다. 요컨대 낮은음 ‘비(↓)’가 높은음인 ‘삐(→)’로 바뀌면서 뜻이 완전히 달라진 거다. 무슨 뜻으로 달라졌냐고? 오옷 묻지 마시라. 절대로 안 가르쳐준다. 아니 못 가르쳐준다. 아무튼 세상에 이렇게 짓궂을 수가! 이 글을 읽는 남자 나그네들, 재밌다고 함부로 장난치지 마라. 그러다가 성조가 틀려서 진짜로 칼 맞아 죽는 두 번째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깐!
애고애고, 내가 주책이지, 이게 웬 흰소린가! 안 되겠다. 그다음 얘기로 빨리 넘어가자. 통과!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음, 저기까지였군. 시제 변화가 없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어에는 분명히 시제 변화가 없다. 주로 시간을 알려주는 단어들을 보고 시제를 ‘통빡’으로 짐작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밥을 먹는다’는 중국어로 ‘워(↓) 츠(→) 판(fan :↘)’이다.
여기에 ‘어제’라는 뜻의 ‘주오(↗)티엔(→)’을 앞에 붙이면 ‘츠(吃)’라는 동사의 시제는 과거가 되고, ‘내일’이라는 뜻의 ‘밍(↗)티엔(→)’을 붙이면 미래형으로 바뀌어버린다는 얘기다. 정말 너무 쉽다. 그치? 네, 그렇긴 한데요, 듣는 사람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혼동하지 않을까요? 좋은 질문이다! 점수 일 점 플러스!
중국어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문학적인 언어이다. 고로 매우 비과학적인 언어다. 이현령비현령耳懸聆鼻懸聆,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중국 사람들도 잘못하면 해석이 구구 각색이 될 수도 있다. 하물며 외국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소오생 가라사대, 중국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글자 하나하나의 문법적 변화가 아니라 전체 문맥 속에서의 뉘앙스다. 그걸 빨리 catch 하는 ‘통빡’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중국어를 몇 년씩 배웠다는 사람들도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한다. 선생님, 중국어에는 관계대명사가 없나요? 문장을 어떻게 연결시키죠? 물론 그런 거 비슷한 게 있긴 있다. 그러나 그런 건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게 제일 중국어다운 중국어다. 그럼 어떻게 연결할까? 그냥 주―욱 나열하기만 하면 된다. 자, 아래를 보자.
워(↓) 뚜(↘)즈(↓) 어(↘). (나는 배고프다)
워(↓) 츠(→)판(fan :↘)러. (나는 밥을 먹었다)
이 두 문장을 그냥 하나로 주―욱 연결하면 “나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다”라는 인과관계의 뜻이 담긴 문장이 되는 것이다. 인과관계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어허, 그새 또 잊은 모양일세. 뭐가 중요하다고? 맞아요, 맞아! 통빡이라니깐!
고립어인 중국어에서는 어순語順이 대단히 중요하다. 어순을 익히면 통빡이 저절로 자라난다. 그러므로 통빡을 기르려면 어순을 익혀야 하고, 어순을 익히려면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 한다. Reading! 그것이 중국어 학습의 생명이다.
그런데 여러분! 생각해 볼수록 참 기가 막히지 않으신가? 모든 글자의 발음, 그 하나하나의 성조가 다 다르니 그걸 어느 천년에 다 외워서 리딩을 한단 말인가! 아니, 게다가 소오생은 강약까지 외우래? 으~ 끔찍해! 혹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신가?
아니다. 입체의 언어를 평면의 언어로 착각하지 마시라! 성조가 몇 성인지 따로 외고, 단어 뜻 따로 외고, 문법 따로 외고, 도대체 말은 언제 한단 말인가? 언어는 조건반사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튀어나와야 한다.
여러분은 노래를 배울 때 어떻게 배우는가. 외우면서 배우시는가? 단언하건대, 머리로 따지고 외우면서 노래를 배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음, 요건 음계가 ‘높은 도’ 구나. 외워야지! 높은 도, 높은 도…. 박자는 어떻게 되지? 음, 4박자구나. 요것도 외우자! 4박자, 4박자…. 그렇게 하나씩 음계와 박자를 외우며 노래를 배우시는가? 그럴 리가 없다. 음소音素의 성분을 하나씩 기계적으로 분석해 가면서 노래를 배우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 대체 어느 세월에 노래를 배우겠는가.
그럼 어떻게 배우죠? 간단하다. 익히는 거다! 먼저 귀에 익힌다. 자꾸만 그 멜로디를 반복해서 듣고 귀에 익히는 거다. 그리고 그다음엔 자꾸만 고대로 따라 불러서 입에 익히는 거다. 자, 여러분. 한 소절씩 저를 따라 부르세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아~얀 겨울에 떠나~요! 예, 잘 부르셨어요. 근데 말이죠, 이 부분에서는 좀 더 슬픈 감정을 집어넣고 목소리를 가늘고 부드럽게 내보세요! 그렇게 배우지 않는가!
중국어도 바로 그렇게 배우는 거다. 명심하자! 성조를 따로 외울 필요가 없다. 단어를 따로 외울 필요도 없다. 문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다. 통빡을 따로 키우는 연습도 할 필요가 없다. 그 모든 것이 리딩 하나면 동시에 해결된다. 리딩은 멀티미디어 해결책인 것이다. 중국어는 비과학적인 언어요, 멜로디의 언어니까!
그래서 중국어는 독학이 쉽지 않다. 특히 처음 3개월은 반드시 선생님이 필요하다.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정확한 발음과 높낮이와 강약이 환상적으로 하나 되어 어우러진 그 멜로디를 한 소절씩, 고대로 흉내 내며 따라 불러야 하니까. 그러므로 중국어는 처음 배울 때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배우느냐, 그게 아주 중요하다.
이렇게 멜로디의 리듬감을 익히는 기간이 대충 3개월. 그 리듬감을 올라탈 수만 있다면 중국어는 너무너무 재미있다. 그때부터는 충분히 독학이 가능하다. 공부하지 말라고 말려도 혼자 신이 나서 덤벼든다. 노래하고 춤을 추며 신나게 Reading을 하다 보면 문법, 독해, 회화… 그 모든 게 저절로 한 방에 해결된다. 신나는 중국어, 새로운 인생이 열린다!
자,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중국어는 먼저 소리와 몸짓으로 신나게 배워야 한다. 큰 소리로 읽으면서, 온몸으로 춤을 추며 배워야 한다. 왜요?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거죠? 어떻게 춤을 춰요? 자기 맘대로 막춤을 추란 말씀인가요? 구체적인 이유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알게 마련! 구체적인 댄싱 교습은 발음 편에서 설명하자. 아무튼 그렇게 중국어를 공부하노라면 엄청난 소득이 따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 건강해진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왜냐하면 중국어는 배(腹)에서 올라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입에서 소리를 내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 예를 들어 [ hao ]를 입에서 발성한다면 그냥 [ 하오 ]가 된다. 그러나 중국어는 배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리는 언어이기 때문에 단순한 [ 하오 ]가 아니라 [ 흐아/오 ]와 같이 발음이 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저절로 복식腹式 호흡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또 복부腹部 운동을 많이 하게 된다. 왜냐? 중국어는 소리의 높낮이로 뜻과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라고 했죠? 그런데 그 높낮이의 변화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음高音을 내려면 어떻게 할까? 악을 써야 할까?
아니다. 배 운동을 해야 한다. 고음을 내려면 배를 수축해야 한다. 가이더님, 호호, 배가 많이 나오셨네요. 무슨 소리야, 내 배가 어디 나왔어? 공갈을 치며 얼른 배를 쏙! 안으로 집어넣듯이…. 그렇겠죠? 이해가 안 되면 노래를 불러보시라. 성악가에게 물어보시라!
그래서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나면 얻어지는 소득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트레이닝이 끝나면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어휴, 배고파! 식욕이 좋아진다. 둘째, 배 운동을 많이 하므로 당연히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어떠신가? 땡기지 않으신가?
그런데 참, 중국어는 특히 여성들에게 좋다. 왜냐? 남자들은 평소에 늘 복식 호흡을 하지만, 여성들은 그냥 흉식胸式 호흡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이 새롭게 복식 호흡법까지 익힌다면, 그야말로 건강에 특효약이 따로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이 필요 없다. 다 같이 큰소리로 외치자. 대한민국의 여성들이여, 중국어를 배우시라!
여기서 상식 한 가지! 중국도 중국 나름, 중국어도 남․북방에 따라 말하는 습관이 다르다. 홍콩 영화를 보면 사람들 말하는 게, 따다다다… 따발총 쏘듯이 평면 위를 굴러간다. 즉, 고저의 음폭音幅이 별로 크지 않다는 이야기.
그와 반대로 북방 사람들이 말하는 음폭은 대단히 크다. 정말로 언어가 허공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만큼 복식 호흡을 활발히 한다는 의미! 또 그만큼 복근력腹筋力이 강하다는 의미! 그래서 그런지 북방 사람들은 대단히 강인하다. 또 그래서 그런지 중국의 역대 정통 왕조들은 전부 다 살기 좋은 남방이 아니라, 살기 힘든 북쪽 황하 유역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오케이? 통과!
중국어를 열심히 큰 소리로 소리치며 공부하고 나면 얻어지는 소득이 그뿐이냐? 흐흐, 그럴 리가 없지~이! 중국어를 배우면 신바람이 난다. 주부 노래 교실이 따로 필요 없다. 노래방? 단란주점? 그런 곳에 간 셈 치고, 청아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목청 높여 중국어의 멜로디에 올라타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팍! 팍! 날아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의욕이 솟구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네? 뭐라고요? 중국어를 배우면 뻥만 세지는 것 아니냐고요? 그러니까 지금 제 얘길 못 믿겠다, 이거죠? 쩝, 할 수 없다. 조금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밖에….
멜로디란 무엇인가. 조금 문자 써서 말하자면, 동아시아 학문에서 멜로디란 바로 ‘기(氣, 气)의 분출’이다. ‘기’란 무엇인가. ‘소리’다. ‘감정’이다. 그리고 ‘생명’인 것이다. ‘기’가 쇠진하신 분들은 별로 말을 하지 않으신다. ‘기’ 진맥진한 사람들은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저 숨쉬기도 힘들기만 하다. ‘기’가 팔팔 넘치는 어린아이들은 하루종일 앵~ 앵~ 소리를 지르며 동네방네 두 팔을 벌리고 쌩~ 쌩~ 싸돌아다닌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쳐난다는 이야기다.
멜로디는 감정의 분출이다. 폭포 앞에서 한을 쏟아내는 소리꾼의 소리를 들어보셨는가. 그 높낮이와 강약 속에 희노애락애오욕, 인간의 칠정오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멜로디는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러므로 멜로디의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면 감정이 솟구친다.
감정이 충만해지면 어떻게 되느냐. 기(氣, 气)가 살아나게 마련이다. 젊어지게 마련이다. 삶의 의욕이 새롭게 솟구치게 마련이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빌빌대던 사람에게 적극적 가치관을 가지고 새롭게 인생에 도전할 용기를 북돋워주게 마련이다. 자, 이런데도 중국어를 안 배우시겠는가? 소리와 몸짓! 다이내믹한 동적(動的, 动的) 예술의 언어, 중국어가 우리의 인생에 선물해 주는 놀라운 효과를 만끽해 보시라!
자, 멜로디의 중국어, 신나는 중국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으면 그다음에는 이미지의 언어다. 소리와 몸짓으로 신나게 배우며 기를 축적한 다음에는, 조용히 좌정坐定하여 명상에 잠겨보시라. 문자는 언어를 정지시켜 놓은 것. 숨 가쁘게 정신없이 입에서 쏟아지는 그 수많은 언어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것만을 모아서 정지시켜 놓은 것, 그게 문자다. 마치 지난여름 해수욕장 백사장의 가장 즐거운 순간들을 찰칵! 사진 찍어놓고 두고두고 꺼내보며, 아유, 이때 참 좋았어! 회상하며 음미하는 것과 같은 이치.
더구나 중국 문자인 한자는 원래가 상형象形문자다. ‘문文’이란 글자의 뜻은 원래 ‘무늬 문(紋, 纹)’이었다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무늬로 아로새겨놓은 게 바로 ‘문文’이란 이야기! 그러므로 어제, 그리고 오늘, 새로이 배운 한자(漢字, 汉字)의 한 글자, 한 글자가 지니는 참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떠올려보는 명상 작업(?)은, 다시 말하자면 삼라만상, 다시 말하자면 대자연이 변화하는 내재규율을 헤아려 가슴에 담는다는 뜻과 마찬가지!
영화 얘기 하나 해드릴까? 클라크 게이블, 비비안 리가 주연한 명화 중의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모두들 아시죠? 중국어로는 두 가지 번역이 있다. 영화제목은, <絶代佳人>! ‘기막힌 미녀’라 이거지. 이건 영 별로다. 그런데 소설 제목은 정말 기차게 번역했다. <飄>! 그 한 글자다. 그 한 글자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아니, 더 이상 있으면 군소리가 된다.
무슨 뜻이냐고? 옥편이나 쬐끄만 사전을 찾아보면 ‘나부낄 표’라고 나온다. 그러나 여러분의 중국 가이더 소오생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면? 그 뇌리의 망막 속에 떠오른 이미지!
때는 바야흐로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저녁날. 황혼! 어느 고즈넉한 산길이다.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나뭇잎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산들산들, 스산한 바람이다. 낙엽 한 잎이 이리저리 뒹굴다가 이윽고 어디론가 짙게 깔려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게 바로 ‘飄’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다. 중국의 지성인은 이 글자를 보면 대체로 누구나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린다. 그래서 중국의 지성인들은 명함이 따로 필요 없다. 상대방의 이름만 들으면 그 사람의 이미지를 평생토록 기억한다.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으로 상대방의 성격과 인간 됨됨이까지도 짐작해 낸다.
이를테면 삼라만상의 내재규율을 관조한다고나 할까…. ‘花重’을 대하면 ‘희생과 봉사의 아름다운 꽃비’를, 그리고 ‘知垠, 芷銀, 秀伊’를 대하면 ‘공자의 행성’과 ‘수줍은 난초’, 그리고 ‘빼어난 그 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평생토록 잊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한자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의 특성을 공부하는 거다.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새로이 알게 된 한자의 참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뇌리에 떠올려보라.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대자연의 변화하는 내재규율이 우리의 망막 속에 조용히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이런 훈련을 쌓다 보면 대자연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심오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정말요?) 쩝, 적어도 삶의 지혜는 충분히 터득할 수 있다.(참말요?) 끙…. 적어도 그 글자가 지니고 있는 감정만큼은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건 참말로 정말이다. 풍부한 감수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 아름다운 감수성으로 문학과 예술과 우리의 삶을 따스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중국어의 해석은 바로 그런 식으로 하는 거다.
아무튼 중국에서는 글씨가 곧 그림이고, 그림이 곧 글씨다! ‘飄’, 그것은 이미 시(詩, 诗)․서(書, 书)․화(畵, 畵)의 합일이다. 이렇게 정적靜的인 예술을 총집합시킨 멀티미디어 Written Language, 그게 바로 중국문자요, 중국 문학이다. 그 문자를 천천히 소리 내어 음미하듯 읽어보라.
‘퍄오(→)…’ 멈추어진 그 글자에 조용히 숨쉬기 시작하는 동적動的인 생명력이 느껴질 것이다. 문득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에 어디론가 사라지는 우리들의 가을날…. 그 정서가 느껴질 것이다.
죽어있는 삼라만상에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 그게 바로 중국어다. 그게 바로 중국 문학이다. 멀티미디어 종합예술, 중국어와 중국 문학이다. 배워보지 않으시려는가? 인생이 새롭게 열린다. 여기, 여러분의 친절한 길라잡이 소오생이 기다리고 있다. 원하시는 나그네들은 모두모두 모이시라. 우리 함께 따스한 손을 잡고 본격적인 중국 배움 여행길에 나서보자. 그 첫 시작은 중국어 발음이다. 그것부터 배워보자. 오케이?
< 계 속 >
이것이 뭔 일이당가요? 여태껏 모든 글이 끽해야 조회수가 250 정도였는데...
어제저녁(5월 16일 오후 7시 무렵)부터 지금 현재(5월 17일 오후 7시 20분)까지
<03. 성조가 틀리면 목숨이 왔다 갔다> 글의 조회수가 갑자기 폭증. 11,000회에 이르렀네요.
유입 과정을 추적해 보니 <다음>에서 들어온 듯. 근데 저는 <다음> 어디에 올라 있는지 못 찾겠네요. 쩝.
아시는 분 있으면 이게 어떻게 된 사연인지 궁금하니 좀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
장단점이 있겠습니다만... 기분이 좋거나 그렇지는 않네요.
대부분 한번 휙~ 보고 지나가실 구경꾼 같아서 말이죠.
언어 공부란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혹시 그렇게 해서 우연히 찾아오셨다면... 이것도 소중한 인연이니...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라이킷으로 출석 인증 연후에...
궁금한 점은 댓글에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시고요. ^^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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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중국말로 출발하는 행복한 중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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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중국어의 특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부터는 중국어 발음 상식에 대해 3회 정도에 걸쳐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멜로디 훈련은 제3부 이후에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