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1라운드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했기에 이미 마음 한구석에는 기대가 없었습니다. 막연히 그래도 기회 한번은 더 주지 않을까 해서 희망회로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없는지 2주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기대는 거의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면접 이후 결과를 물어보는 스터디원들에게 연락이 없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보통 공채 시즌의 경우 케이스 면접 성적이 좋은 경우 당일이나 다음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면접이 끝나고 회사에 따라 HR팀에서 15분만에 전화가 올 때도 있습니다.) 점수가 좋은 사람 순으로 다음 면접 순서를 잡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연락이 없이 오랜 시간이 흐른다면 매우 부정적인 상황일 수 있습니다. (대충 지원자들 중 후순위로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점수 좋은 사람 면접 먼저 보고 그 사람들이 떨어지면 기회가 오는 방식입니다. 다만 공채 시즌이 아닐 때 경력직 지원의 경우, 훨씬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는 합니다.)
다시 하반기 공채를 노려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의대 동기형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최근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에게 와서 일 할 생각이 없냐고 얘기했습니다. 저도 병원일 말고는 할 일이 없었으며 하반기 공채를 지원한다고 생각하니 남는 시간이 아까워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근무일을 하루 줄이고 (곧 월급을 비례해서 줄이고...) 쉬는 날에는 스타트업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터디말고는 취직을 위해 하던 준비들을 슬금슬금 그만두기 시작했습니다.
약 한달이 지난 시점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면접을 본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콜백을 했습니다. 2라운드 면접을 보러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준비를 점차 쉬고 있던 차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공부하던 자료를 들고 병원에 시술 사이 비는 시간마다 틈틈히 공부를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하루는 준비하던 자료와 핏 질문 답변지를 책상 위에 두고 시술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 하던 곳은 시술을 적은 방을 시술 겸 원장 방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대표 원장님이 제가 시술 간 사이에 방에 들어오셨는데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보고 저에게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참 민망했습니다. 궁색한 변명이 이어졌는데 다행이 컨설팅펌이 무슨 회사인지 모르셔서 다행히 얼렁뚱땅 넘어갔습니다. (누가봐도 병원에서 도망갈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습니다...)
스터디 시간에는 최근 트렌드였던 전기차, 이차전지 산업과, 제가 약한 보험, 금융 쪽 산업들을 추가로 공부했습니다.
면접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특히 앞선 면접에서의 경험으로 핏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주요 답변들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습니다. Fit 답변 검토를 목 인터뷰 과정에서 받아보는 것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전, 현직자에게 받는 mock 인터뷰는 다다익선입니다. 다만 저는 1라운드를 볼 때까지 한번도 목 인터뷰를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안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뜬급없이 연락해서 부탁하기 민망하기도 했고, 다른 일이 바쁘기도 해서 그냥 목인터뷰 안보고 면접 들어갔습니다.) 1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커니 출신인 대학교 친구와 우연히 연락이 닿아 목 인터뷰를 한 번 받았습니다.
mock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가 좀 재밌었습니다. 커니에 다니던 친구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역으로 저에게 인터뷰를 봐줄 수 있냐고 부탁이 왔습니다. 사이 좋게 서로 모의 면접을 봐줬습니다. 저는 오히려 현직자 인터뷰를 제가 해보면서 역으로 저에게서 부족한 모습을 많이 찾았습니다. 그리고 컨설턴트스러운 모습을 갖추는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mock 인터뷰의 경우 보통 학회 출신인 선배나 지인, 혹은 사설 서비스를 통해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스스로가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는 생각에 목을 요청하지 못했는데, 여러분은 미리미리 준비하시고, 준비가 충분히 안되었더라도 목 인터뷰를 열심히 요청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혹 부끄러운 마음에 완벽한 상태에서 목 인터뷰를 받고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공돌이들이 특히 더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부족한 상태에서라도 요청을 항상 하시기 바랍니다. 현직 혹은 전직의 눈으로 보았을 때 줄 수 있는 조언이 있습니다. 저는 목 인터뷰를 거의 받지 않은 편인데,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2라운드 면접날이 다가오자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서류 지원 이후 면접 및 평가 프로세스가 지체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이 생겨 같이 일하는 원장님한테 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남은건 GERD와 내시경입니다.
학교를 3번 다니고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도 면접은 확실한 스트레스 요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