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싸이먼 Aug 13. 2023

첫번째 라운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마지막에는 발악이 필요하다

 시험이 끝나고 다시 연락이 오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스터디원들 말로는, 점수가 좋으면 일반적으로는 당일 혹은 다음날 바로 연락이 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1주일 가량 없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공채에서 온라인테스트 커트라인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며 시험 이후에 떨어지는 친구들(실력이 좋다고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이 주변에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며칠 더 지난 뒤 연락이 왔고 1라운드 면접이 잡혔습니다. 그동안의 스터디 내용과 핏 면접 답변을 다시 복습하면서 준비했습니다.


  병원 근무 시간 때문에 평일 밤 10시 30분에 줌으로 면접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8시 반에 병원에서 근무 끝나자마자 서둘러 집에 오니 9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양복으로 복장을 갈아입었습니다. 9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자기소개와 세가지 why 질문 답변을 다시 외워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0시 20분쯤 캠을 키고 세팅을 마치고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면접은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처참했습니다. Fit interview의 경우 준비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면접관을 바잉시키는데 실패했습니다. 면접관님은 제 목표와 이유를 듣고서도 왜 의사가 컨설팅 펌에 오는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향후 Fit 답변을 많이 뜯어 고치긴 했지만, 대부분의 컨설턴트 분들은 돈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동의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케이스 면접은 게스티메이션과 관련된 질문을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빵집에서 하루 판매하는 빵의 개수를 어떻게 구할지) 면접관님은 제 가정에 많은 챌린징을 하셨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온 숫자가 capa보다 약간 크게 나오자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자세하게는 말하지 못하지만, 예를 들어 빵집에서 하루에 판매하는 빵의 개수를 추론할 때 빵집의 capa가 250개인데 판매량은 추론 상 300개 정도 나온 상황; 돌이켜보면 20% 이내 오차 범위라면 나름 괜찮은 추론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팀원에게 관련 사항을 조사해오라고 했을 때 이런 가정으로만 점철된 숫자를 가져오면 어떨 것 같냐’고 하셨을 때는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 였습니다. 너무 수치적 접근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까지 표하시자, 순간 저는 숫자만 좋아하는 공대생 너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공대생이 체크무늬를 좋아한다는 경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자주 입지는 않는다. 단지 옷을 못입을 뿐


  이런 저런 답변을 하면서 만회를 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케이스 면접이 끝나갔습니다. 슬슬 짜증도 나고 해서 항변하듯이 마지막 발언을 했습니다. ‘집 앞에 빵집이 있는데 직접 가서 시간 당 팔리는 빵 개수를 직접 센 다음 보고 드리고 싶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실제 케이스는 빵집이 아닙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마지막 답변을 만족해하셨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어느 포인트에서 만족하셨는지 이해는 잘 안 갑니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간단한 질문 답 시간을 갖습니다. (보통은 궁금한 것 없냐는 말로 시작합니다.)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진짜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앞서 면접이 폭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시간에 어떻게라도 점수를 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제가 얼마나 이 회사에 가고 싶고 컨설턴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아주 솔직한 말로 어필했습니다. (준비된 답변을 하지 않고 날 것의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초점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진지하게 컨설팅펌을 고려하고 있는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내용들이 면접관님을 바잉시킨 듯 했고 약간이나마 끄덕이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망삘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지라는 생각으로 답변을 했다.


  그리고 면접이 마무리 됐습니다. 속상한 마음, 첫번째 면접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동생이랑 집 근처 펍에 가서 한 잔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담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면접 마지막의 대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에는 상호간에 매우 진실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양쪽이 모두 면접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치만 아직 안끝났습니다. 평가표는 제출 전까지 수정이 가능합니다.) 필요한 경우 미리 질문할 내용들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항상 면접관님이 MBB에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end goal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습니다.)


케이스를 잘 풀었는지와 상관없이, 마지막 순간이 당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작가의 이전글 컨설팅펌 온라인테스트, 그리고 또 아무 일도 없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