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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먼 Aug 25. 2023

취업 에필로그

  상경계 출신들에게 컨설팅펌은 익숙한 회사이지만 이공계출신이나 의사들에게는 낯선 회사입니다. 제가 모 회사에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도 대부분은 모르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기 힘든 회사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 중에 제가 가는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1명 밖에 없었습니다.) 한 선배님은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님) 찬찬히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그러니까 좋은 데는 맞는거지? 그럼 됐어.’

라고 하셨습니다.


  회사에서는 합격 소식을 전해주시면서 다음달에 바로 입사할 수 있는지 물어 왔습니다.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속마음은 6개월 정도를 쉬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학교 13년 (학부-의전원-대학원) 다니는 동안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에 입사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생각보다 입사일이 조금 빨라지게 되자 조급히 가족여행을 잡았습니다. 원래는 가을에 선선할 때 가려고 했는데 지금이 아니면 향후 몇 년간은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비용이 상승하는 것만 빼면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원래 리스크와 비용 상승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딜로이트 컨설턴트 출신 형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진짜 갈꺼니? 굳이?” 모두가 의문을 갖는 거 보니 좋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학원에 갈 때도 아무도 안가는 길을 갔습니다. 가고 보니 아무도 안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병원에서 수련 받을 때는 수련 받는게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도 똑같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의사 출신 컨설턴트분들 모두가 컨설턴트 커리어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셨다는 것입니다. 총 3분의 MD 출신 전직 컨설턴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반적인 컨설턴트분들 중 2/3 정도는 굳이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이는 출신 회사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나고나서 보면 왜 이렇게 불안하고 초조했나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차피 안되면 개원하면 된다고 농담처럼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아닌 길을 계속 택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굳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야 하냐고 물어보신다면, 꼭 그런것도 아니긴 합니다. 다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 뿐입니다.)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대표 원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원장님들이 회식을 하면서 축하해 줬습니다. 지난 6개월을 회고해보니, 포닥, 피부과 원장, 스타트업, 스터디와 면접 등등 다이나믹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중 연구실 나온 것이 제일 행복했습니다.


웹툰이 인기를 끌었지만 연구실 안에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TSD가 오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만 재밌게 보더라


한번도 다녀본 적 없는 회사를 가려고 하니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다가왔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었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나중에 세부적인 준비 팁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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