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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먼 Aug 23. 2023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

또 다시 기다림의 시작이었습니다. (또다림!!)


  불안 초조 기대 희망 등등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1주일 가량을 보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 혹시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론조사, 통신사, 광고 등등 낚시가 반복될 때마다 늘어만 가는 것은 짜증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MBB 중 지원했던 회사 말고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회사의 컨설턴트분께서 저에게 지원해볼 의사가 있냐고 물어왔습니다. 윗 분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최근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프로젝트가 많은데 MD나 관련 전공자가 부족해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필요하면 바로 추천과 함께 지원이 가능하고 일도 빨리 시작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지원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면접을 본 회사의 결과를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딱히 말하지도 않았지만, 나름대로는 의리였습니다. 합격도 안한 상태였으면서……) 떨어지면 다른 회사에 바로 지원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 모든 프로세스를 다시 반복하기에는 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어느 수요일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환자가 없어 다른 원장님과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저희 병원은 수요일에 환자가 없는 편입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HR 팀의 전화였습니다. 합격 소식과 함께 오퍼레터를 보내주셨습니다.


  가장 처음 느낀 기분은 ‘드디어 끝났다’였습니다. 거의 4달이 넘는 기간동안 프로세스가 이어지다 보니 진이 빠질 대로 빠진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원서 넣을 때부터 병원 구석 방에서 몰래 공부하던 기억까지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함께 찾아온 합격이었습니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오히려 급 차분해졌습니다. 합격 소식을 전해주신 선생님께서 제가 너무 차분하자 괜찮냐고 반문하실 정도였습니다. (아마 합격 소식을 전해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고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다만 기뻤습니다.)


  병원 근무를 끝마치고 집에 와서 천천히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퍼레터의 내용을 천천히 읽고 조항들을 확인한 후 전자 서명을 해서 다시 서류를 회사측에 보내드렸습니다. (물론 확인한다고 해서 딱히 제가 바꾸거나 더 요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며칠간은 잠을 많이 잤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이 계속 낫지 않아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예약 했습니다. (물론 GERD에서 내시경 본다고 딱히 달라질 건 없지만 살면서 한번도 검사해본적이 없어서 그냥 보기로 했습니다.) 입사 날짜 협의를 위해 연락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여름의 초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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