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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먼 Aug 11. 2023

컨설팅 지원/슬기로운 병원생활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슬기로운 병원 생활(보톡스는 재밌어)

  회사에 지원할 때는 일반적으로 resume와 cover letter를 작성해서 제출합니다. 회사에 따라, 혹은 경력직인 경우에 cover letter는 생략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인 중에 아는 컨설턴트가 있다면 추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은 합격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서류 통과에 약간의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입니다. (다만 주변 사례를 보면 타겟스쿨의 경우 서류부터 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긴 합니다)


  서류에 합격하고 나면 온라인으로 시험을 봅니다. (베인은 최근에는 안봅니다.) MBB 각 회사마다 시험 스타일이 다르므로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시고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한 전략적 판단과 퀀트 계산을 잘하는지 보기 위한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저는 서류를 이메일로 지원한 후 온라인 테스트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지원 후에도 HR 팀으로부터 연락이 없었습니다. 중간에 불안한 마음에 나름 푸쉬한답시고 확인 메일을 보냈습니다. '지원했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느낌의 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읽씹 당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nd Then There Were None'은 처음 'Ten Little Niggers' 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포스터는 2015년 방영된 드라마판이다.


  연락이 없던 첫번째 주는 그냥 그려려니 했습니다. 월요일 오전부터 지원한 것도 아니며, 연락이 없는 것이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HR팀도 바쁠만 합니다. 2주가 넘어가자 좀 초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원 3주차가 되었습니다. 어떤 연락도 없자 서류에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빠르면 지원한 다음날 바로 연락옵니다.) 떨어졌으면 떨어졌다고 연락줘도 될텐데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슬쩍많이 들었습니다. 떨어진 것이 부끄러운 마음에(쪽팔려서) 딱히 다시 연락해서 확인하지도 못하고 그냥 궁시렁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겉으로는 주변에 별 일 아닌 것 처럼 '병원에서 일이나 해야겠다' 하면서 쎈 척함)


(회사 경험이 하나도 없는 제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회사나 산업에 상관 없이 경력직 입사 프로세스는 늘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하반기 공채 시즌에 나머지 회사들에 재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일할 병원을 알아보았습니다. (의전원에, 박사까지 졸업한 마당에 집에 차마 집에 용돈 달라는 말은 안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 구인 공고를 보다가, 집 주변 피부과에 컨택해 면접을 봤습니다.


  보통 피부 미용 쪽 병원 면접은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집니다. 대략 학교 어디 나왔는지(딱히 중요하진 않음, 그냥 물어봄) 물어보고, 출근 가능 날짜 확인하고, 관상(은근히 중요함 - 피부 좋으면 가산점, 말을 잘하는지도 봄, 이 업계도 B2C 영업이 KSF임)을 본 후 결정됩니다. 대부분은 출근 가능 날짜부터 출근하면 된다고 합니다.


  근데 제가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병원의 대표 원장님과 이상하리만치 긴 면접을 보았습니다. 제 end goal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여담이지만 개원 생각있냐고도 물어봤습니다.) 컨설팅펌 Fit interview 용으로 사례를 바탕으로 준비한 답변들을 차례 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대표원장님이 만족해하셨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Fit 인터뷰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청산유수로 대답했습니다. 언제든 준비한 것은 써먹을 때가 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부터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용 쪽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자마자 원장님 옆에서 배우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정 환자가 생기는 보람도 있었습니다.(은근히 내 지정 환자 오면 부심 생김)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원장님들과 직원들도 다들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때때로 받는 무료 피부 시술 및 지인 할인도 좋았습니다. (엄마가 엄마 친구들에게 아들이 피부과에서 나 시술해줬다 같은 자랑 할 수 있음, 다만 저희 어머님은 제가 오라고 말씀드려도 잘 안오셨음...) 같이 일하던 원장님들은 저보다 많이 어린 친구들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진로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해져서 가끔 쉬는 날 따로 만나 놀기도 했습니다.


  주중에는 일을 하고 퇴근하고 집 앞 스터디카페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주말에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병원, 개인 공부, 스터디로 이루어진 삶이 착착착 돌아갔습니다. 보톡스가 익숙해져갈 무렵 회사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고 온라인테스트 응시 안내를 받았습니다.


지원한 지 약 한 달 반이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일하던 병원에 외국인 환자들이 많았다. 환자한테 국가별 보톡스 가격을 물었는데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호주, 태국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했다. 미간 보톡스는 환자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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