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리듬으로 살아가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사회에서의 기회가 예전같지 않아짐으로써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때때로 망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대외적으로는 망상으로 보이지만 내적으로 이 리듬을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힘의 총체같은 것들이다.
어떤 유럽의 민화 중에 어머니가 용인지 마법사에게 붙들린 공주를 구하러 가는 형제를 위해 빵을 굽는 장면이 나오는데, 때는 한창 가뭄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던 때인지라 어머니는 빵을 큼지막하게 하나 얻어갈 것인지, 그보다 절반 크기로 굽되 자신의 기도를 듣고 갈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다. 아들 하나는 큰 빵을 선택하는데 길을 걷던 중 굶주림을 호소하는 난쟁이를 보고도 모른 척하다가 훗날 어려움에 처하고, 다른 아들은 엄마의 기도를 대신 택하지만 기도의 힘으로 빵이 다른 형제가 받은 것 이상으로 커지는 기적을 얻는다. 그리고 그 빵을 똑같은 난쟁이에게 나눠주었다가 그 보답으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을 다루는 방법을 얻게 된다.
난 이런 동화들이 망상의 기적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느낀다. 물질적으로 곤궁한 상황임에도 망상을 덧붙여 버티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더 큰 구조적 문제를 얘기하기에 앞서 당장의 내 곤란함을 어떻게 직면하고 헤쳐나갈 것인가. 현실적인 방법과 성실함과 더불어 조금 더 풍성한 내적 세계를 위하여 내 자신에게 요구되는 망상들. 실은 망상이 아니라 대단히 하찮고 사소하지만 분명한 내 기준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