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의 순간

by 흘흘

냉장고를 청소하려면 냉장고 위에 둔 오븐을 빼야 했다. 하지만 혼자 나를 수는 없었다. 이제 허리를 생각해야 할 나이라서 잠깐 무리했다가 평생 고생할 수 있다. 오븐을 같이 나를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남자의 필요를 느낀다. 하지만 그 외에도 남자는 필요하지. 아직은 서슴없이 바지 속에 손을 넣고 아랫섶을, 야릇하고도 나른하게 움켜쥔 채 누워 있을 수 있는 그런 상대를 기대하는 것이다. 쑥스러워하는 그의 표정과는 달리 그의 손은 거침없고 음란하다. 우리는 때때로 서로의 ‘애완동물‘이 되는 순간을 못 견디게 즐겼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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