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는 운동장의 트랙을 따라 걸었다.
필드에서 아이들이 공을 따라 뛰어다녔다.
우리는 절대 뛰지 않았다.
그는 걸었고 나는 맞췄다.
나는 흘렸고 그는 주웠다.
그는 던졌고 나는 받았다.
우리는 스피드퀴즈의 최고득점자였다.
나의 몸짓에 대한 정답을 그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알아맞췄다.
우리를 힘들게 한 아이들과 선생들의 퀴즈를 만들었다.
만들면서 그들을 험담했다.
험담하면서 그들을 연기했다.
내가 역할을 맡으면 그는 다른 역할을 능숙하게 받았고
우리는 상황극을 탄력있게 완성하였다.
나는 우리가 같은 줄 알았지만
그는 우리가 다른 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나와 같아서 친했지만
그는 내가 그와 다른 줄 알아서 친해진 거였다.
그리고 그는 내가 그와 같다고 믿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멀어졌을 때, 나는 어디서든 그를 찾았지만
그는 어디서도 그일 줄 알았다.
나는 그를 쫓았고
그는 기꺼이 스스로를 찾게 해주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는 나 자신이 그의 정답임을 알았다고 했다.
나도 지지 않고 그에 대해 아는 척 하려고 했지만, 근데 나는
이제 모르는 게 편해졌어 어쩌다 알았더라도 차마 대답할 수 없었어
그가 던진 공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어
그가 일부러 흘린 것을 모래 속에 덮어두고 싶어졌고
그가 걷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걷고 싶어졌어
그가 뒤에서 어디서든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외쳤어
나는 일부러라도 찾지 않겠다고 혼잣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