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생긴 일

by 흘흘

다음 글은 2007년 9월, 금강산 여행이 가능하던 시절에 금강산을 갔다오고 당시에 쓴 글이다.





난 아무 생각이 없이 금강산을 찾았다. 북한이 어떤 나라일까...같은 호기심은 사실 휴전선을 넘기 직전까지도 전혀 없었다. 그저 엄마'따라'가는것일 뿐... 혼자서였으면 통일이 되어 왕래하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면 금강산 능선종주 한번 하러 왔을지는 몰라도, 그 전에는 시시하고 돈 지랄하는 금강산관광따위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 본인조차도 크게 관심이 없었던 같은데, 주변사람이나 친척들이 금강산 갔다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거기에 자극을 받아 가기로 맘을 먹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난 따라왔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저 장노년 관광객들 틈에 끼어서 가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리가 복잡해질 기회가 필요했는지, 여행 중에서의 난 마음이 한층 혼란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건 북한에서의 체험때문도 아니고... 금강산이 힘들어서도 아니고...엄마와 불편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상념이었을 뿐... 내 마음이 심란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저 심란해서 마음이 쓰렸을 뿐이다. 예전부터 계속 반복되었던 일인지라, 새삼스럽지조차 않지만 면역따윈 없는 모양인지 겪을 때마다 마음 아픈.

금강산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일군의 가이드들을 만났다. 여자들도 있었지만, 남자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눈을 사로잡는 '멋있는' 관광조장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근육질이면서도 날씬한 체격에 쌍꺼풀없이 깔끔한 호남형 외모가 멋있구나...라고 생각한 채 넘어가려 했었으나, 그가 내 바로 옆조의 조장인 까닭에 "너무 자주" 마주쳐야만 했고 그때마다 나는 내 인상을 스스로 곱씹음으로써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껏 그저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한번 보고 넘어감으로써 그 인상을 더 이상 주워섬기지 않은 채 그대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보다 더 옛날에는 마스터베이션의 재료로 활용하거나, 혹은 그 성적 흥분감에 도취되는 것을 '내쫓기' 위해 일부러라도 자의식안에 가둬놓고 탐닉하는 식이었지만.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내 눈에 너무 자주 눈에 띄는 거였다. 그때마다 '멋있다'는 결론을 내린 내 자신을 상기하게 됐고, 멋있다는 차츰 부담스럽다... 절망적이다...라는 생각으로 뒤바뀐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남자로서의 열등감...도 동시에 들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둔 열등감인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내 자신이 가진 남성성으로서의 가치, 매력이 그보다 뒤떨어지거나 아예 빈약하다고 느낀데서 오는 굴욕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모습을 마주칠 때마다 느끼는 묘한 느낌은, 두근거림이라기보다는 수치심, 굴욕감 이런 것에 가까웠다.

차라리 이상형을 만났을 때의 설레임비슷한 감정이라면 안타까움의 정서와 맞물려 더 나았을련만. 오히려 나는 그저 내 성적 흥분의 자극제이자 동시에 아이러니컬하게, 남자로서의 굴욕감을 유발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말았던 것 같다. 한번 그런 인식의 결론을 내린 이상은, 한 치도 고칠 수 없이 그대로. 볼 적마다 그 결론만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그에 대한 인식과 또 그것을 곱씹는 행위의 연속은 곧 이어 '남성적 매력'이라는 아이콘에 완전히 사로잡히게 했으며, '남성성'에 대한 자의적 흥분이 그 뿐만이 아니라 이 금강산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던 대부분의 '중년 이하의' 남자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온천장에서는 중년남자들의 유난히 '의외로'(이 의외로라는 것은 어찌보면 그저 지금 상태에서만 중요하게 여기는 일종의 기준치일 것 같다) 큰 음경을 보면서 갑작스런 당혹감에 빠져들었고, 심지어는 온천장에서조차, 검게 그을린, 그러나 대단히 세밀하고 굴곡이 선명한 그 가이드의 단단한 근육질 알몸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물론 볼 적에는 부끄러움(?)뿐이었지만 모두들 식사시간에 맞춰 다 나가버린 후에도 때를 미느라 정신이 없던 내가, 마무리 샤워를 하러 홀로 입식 샤워장에 가서 강력한 수압의 샤워로 몸을 씻던 도중, 모든 면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그의 외모가 연상되자 강력한 수압의 샤워물에 내 음경이 자극받아 갑작스레 발기되더니 곧바로 사정하였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30초도 안 걸린 것 같다. 마치 조루에 걸린 사람마냥,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주 예민하게, 나는 흥분하고, 반응하였다.

사정의 쾌감은 아주 오랫만이었지만, 나는 당황스러웠다. 설명될 수 없는 이 이상한 예민함...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는 느낌은 싫었지만 순간적으로 난 이런 느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전반적인 게이의 느낌으로 내 성적 흥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같은 남자로서 남자에게 성적매력을 느끼다니 치욕스러운 일이다...그리고 그런 성적매력에 끌리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열등하게 느껴진다...'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하다...내 자신을 부정하는 그 느낌에 난 내 자신을 다시 부정하게 된다. 또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저...이런 식으로밖에, 성적흥분감으로밖에 내 느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나로서는 여전히 射精으로밖에는 이 느낌을 포용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듯 하다는...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는 우선 '사정'을 더럽고 부끄럽게 여기는 내 심리부터 좀더 다르게 보도록 하는게 좋겠다는...그런 생각도 했었지. '엄마랑 같이 나온 여행'에서 이런 느낌에 휩싸인다는게 나한테는 여전히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었다. 여전히 그런 느낌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런' 느낌들이었기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나온' 여행에서 그런 느낌들에 난데없이 노출되었다는 것이 나에겐 여전히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그저 나의 일부로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 그러나 굳이 '시끄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 알아서 잘 처신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 넘어가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어떤 남자에게 성적매력을 느낀 것까지는 좋았는데, 나중에는 목욕탕은 물론이고 버스 밖에서조차 남자들의 성기의 크기와 엉덩이, 다리곡선을 보아가면서 치욕감-성적흥분으로 이어지는 심리구조가 다시금 온전히 드러남으로써... 현재의 내가 갖는 인식의 한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치욕감을 느낌으로써 오히려 더 강한 성적흥분에 휩싸이게 된다. 다만 이는 성적 매력을 인지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매력을 매력으로써 느끼지 못한 채, 나와 견주는 우열감으로 해석하는데에 너무나도 익숙하며, 내 자신으로 하여금 열패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 무엇의 감각이 성적으로 흥분시키고, 자극하여 나를 예민하게 만든다. 분명 일상적인 것들, 이를테면 성기라든가 신체구조같은, 그저 한 인간의 신체적 특성같은 것에 자의적인 판단이 지나치게 개입되어 그것들을 극도로 예민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현재의 인식방식은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성적 매력은 구체적인 대상과의 연정이나 육체적 교감의 과정상에서 '작용'되어 좀더 강한 전희를 제공할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따로 뚝 떼어놓고 혼자서 즐기는 성적 흥분감은...글쎄... 난 변태가 되고 싶진 않다. 변태의 삶은 지극히 이중적이고 스스로부터도 소외되어 있으니까. 스스로에게 자유롭지 못하고... 그저 자기자신 아닌 만들어진, 예민한 성적흥분감에 얽매여 행동할 뿐이니까...변태의 방식이 사회가 용인할 수 없어서...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진 모르겠지만... 변태란 기본적으로 그다지 무언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지만 어딘가에도 거슬림이 없는 그런 존재이길 원한다. 난 내 사정을 긍정하고 싶다. 성적매력에 눈을 뜨고 싶고... 열패감으로 성적흥분감에 빠지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분명 난 '과민'하다... 과민함... 한번 빠져들면 그저 그런 식으로만 되는. 가장 좋은 해답을 찾고 싶구나.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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