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과 마녀의 또 다른 이야기

by 흘흘

"화덕은 처음이에요. 방법을 알아야 불을 지피던가 말던가 할 것 아니에요."

"이 맹랑한 계집좀 봐라. 처음엔 그렇게 고분고분 말도 잘 듣더니 이젠 아주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서 꼬박꼬박 말대답이네. 좋아. 내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지. 눈깔 크게 뜨고 똑바로 봐. 자, 먼저 이 덧문을 열고 불씨에 장작을 더 집어넣는 거야, 이렇게......"

순간 그레텔은 온 힘을 다해 마녀를 화덕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지체 없이 덧문을 걸어잠갔다. 끔찍한 비명이 화덕 안에서 들려왔고 그 소리에 그레텔은 소름이 끼쳤다.

그레텔은 곧장 마녀의 방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올려둔 열쇠를 찾았다. 그리고는 옆방에 갇힌 헨젤을 풀어줬다. 풀려난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의 창고에서 갖가지 진기한 보물을 찾아내 주머니 안에 마구 쑤셔넣었다. "자, 이젠 집으로 돌아가자."

헨젤과 그레텔은 빵과 과자로 된 마녀의 집을 부리나케 빠져나갔다.


집안은 고요했다. 굶주린 헨젤과 그레텔이 뜯어간 사탕 창문의 빈 틈으로 석양이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화덕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걸어 잠근 빗장이 저절로 풀리더니, 화덕문이 열리고 마녀가 그 속에서 나왔다. 마녀는 창가에 서서 불룩해진 주머니를 움켜쥔 채 뛰어가는 남매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 다시 준비를 해야지"

마녀는 허물어진 집을 다시 고칠 준비를 시작했다.

그날 밤, 마녀는 홀로 식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담근 맥주를 잔에 부었다. 약간의 풋내가 느껴졌다.

"요즘 애들은 뭐든 배우는 게 빨라. 맥주맛이 들기도 전에 이렇게 나가다니. 지금쯤이면 백조의 등에 올라탔겠군."

맥주맛을 본 마녀는 이내 잔을 들어 꿀꺽꿀꺽 들이키기 시작했다.

"숲 속의 아이들아, 길을 열어라!"

"과자의 집으로 오너라!"

"과자의 집을 부수거라!"

주문같은 함성에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녀는 쩌렁쩌렁 퍼지는 제 목소리가 우스운 듯 홀로 우렁차게 웃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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