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의 물은 언제나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고 무릎 정도의 높이로만 흐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릎 아래에 고인 물이 궁금해졌다. 이 물은 왜 빠지지도 않고 이렇게 내내 무릎 높이로만 고여있는 거지, 아니 이 물은 어디에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거지? 물 속이 궁금해졌다. 고개를 천천히 숙이기 시작했다. 얕아서 별것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개가 물 속으로 들어가면 귓가에 물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코까지 잠기면 숨 쉬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세숫대야 깊이의 물로도 익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숨을 곧 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다시, 그 다음날 또 다시 시도를 해 봐도 헛 일. 그러던 어느 날, 고개를 무릎 깊숙이까지 숙여 물 속으로 완전히 숙인 적이 있었다. 물 속이 생각보다 고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때, 내가 작아진 건지 물이 깊어진 건지 모르게 물의 깊이도 생각보다 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조금씩 조금씩 깊이 들어갔다.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한 형상을 보았다. 그것은 어린아이였다. 그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