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나쁜 사람으로 보이기 싫은 마음

by 여름

솔직히 말하면
오늘 상담 가는 게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가서 할 말도 없을 것 같았고
괜히 전문성도 없어 보일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랑 잘 맞는 상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름 열심히 현생을 살고 있는데
자꾸 이상향을 좇으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싫었다.
그래서 더 가기 싫었다.

그래도 막상 가서 앉으니
‘귀찮아도 뭐라도 얘기하자’는 마음으로 말을 꺼냈다.
벌써 10회기째 상담이지만
여전히 이런 날이 있다.

오늘은 사실
‘내가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담은 늘 그렇듯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배려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내 기질에 맞게 살고 있는지,
내가 나로서 있기 편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왜 지금의 성격이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왜 그렇게 기브 앤 테이크를 중요하게 여겨왔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졌다.
이 습관이 썩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나의 조급함에서 출발한 것 같았다.

내 주변에 순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문득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사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원래
충동적이고, 게으르고,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다.
분명 단점이다.

그런데 동시에
나대는 것도 좋아하고,
드러나는 것도 좋아하고,
잘한 걸 뽐내는 것도 좋아하는
조금은 튈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게 내 장점이었는데
드러내면 욕먹을까 봐
요즘의 나는 너무 조용해져 있던 건 아닐까.

“지금도 굉장히 건강한 편이에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위안이 싫으면서도
너무 위안이 되었다.

나 정도면 괜찮다.
나 정도면.

솔직히 나도 안다.
내가 아주 망가진 상태는 아니라는 걸.
그런데도
과한 배려와 자기 검열이
내 인간관계의 필승법처럼 굳어버렸다는 것도 안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내 것을 드러내며 사는 게
내 본성에 더 맞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는
앞으로 남은 5회기 동안
내가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말해달라고 했다.

내 인생의 가치관을 찾는 데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


자신감이 없고 인간관계 앞에서 주눅 들 때의 마음


내가 조금 더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오늘 상담의 결론은 없었다.
다만,
지금의 이 조용한 고민이
나답게 살기 전의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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