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첫 이별

by 여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상담을 받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링크 인턴 합격 소식이 있었는데,
정작 상담에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인턴이 아니라
이별 이후의 나였다.

이별을 하고 나서야 보였다.
나는 그 관계 안에서 나를 많이 맞추며 버티고 있었다는 걸.
잘해준 기억보다 못해준 장면이 더 먼저 떠오르는 내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스스로를 자주 접어왔다는 걸
이제야 인정하게 됐다.

연애를 하면서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만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상대와의 궁합을 끊임없이 계산하며
조금 더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 원하는 게 생긴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게 애초에 당연한 거라는 걸
스스로에게 먼저 말해주고 싶다.

상담 중에 “이별을 조금 더 애도해도 된다”는 말이 유독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애도하고 싶지 않았다.
애도하면 이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더 분명해질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미 나는,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말은
나는 사람들에게 거절당할까봐 내 의견을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곱씹으며
내가 얼마나 많은 수치심과 자책감을 안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는 달랐을까?’
이 질문은 나를 탓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를 붙잡고 얼마나 애썼는지
스스로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질문이었다.

앞으로는,
가족이든 관계든
우연히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난 것이
내 잘못은 아니라는 것도 자주 떠올리려고 한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흥미로운 사람이었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너무 슬픈 가정이다.

나는 나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고,
세상은 넓고
나를 존재 자체로 예뻐해주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아닐 때는,
아직 내가 입어보지 않은 옷이 많다고 생각하며
떠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나를
조용히 칭찬해주기로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이,
지금의 나는 참 예쁘고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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