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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다 Jan 25. 2021

쉽게 쓰여진 유럽 여행기. #3

#3. 암스테르담에 대해서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운하, 마약, 매춘이 그것들 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닌, 수많은 관광 인파였다. 그들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직원이라고 의심될 만한 사람에게 적어도 20개 이상의 언어로 동시에 무언가를 열심히 쏟아내고 있었다. ‘트램 티켓은 어디서 사야하는 것이오?’, ‘암스테르담에 가야하는데 자다가 이곳에 내렸소, 이곳은 어디요?’ 같은 질문들에 대답하느라 지칠만한데도, 직원들은 꽤나 친절하게 또 능숙하게 그들을 응대하였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자국의 언어로 심드렁하게 관광객을 응대하는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인포메이션 직원들에 비하면(그들은 자국 언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 고객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이들은 테레사 수녀에 비할만한 사람들이다. 


 중앙역을 나서자마자, 여러 대의 트램들과 사람보다 많은 자전거들이 눈에 들어왔다. 꽤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녔지만, 암스테르담보다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를 보지 못했다. 비지니스 정장을 입은 사람도, 개를 데리고 다니는 거지꼴의 히피들도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따라서 관광객들도 자전거를 이용하기 편했는데, 대여용 자전거들은 대게 밝은 형광톤의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칠해져있었다. 딱 봐도 그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관광객이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너무나도 잘 되어 있는 자전거 인프라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 한다. 그래서 앞 사람의 뒷 바퀴와 자기 자전거 앞 바퀴의 즉석 만남을 추진하는 하트시그널 중독자거나, 달리는 자전거에서 떨어져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인다. 따라서 암스테르담 자전거 대여소의 주인들은 운전자들이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차량은 알아서 피하듯, ‘이 자전거 난민들을 거리로 풀어준 것은 돈에 눈이 먼 나이니 알아서 피해다니라.’ 같은 시민들에 대한 배려로 형광 색깔의 일괄적 도색을 했음이 분명하다.

 사정이 어찌됐든, 거미줄처럼 펼쳐져있는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따라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일은 여행자에게 로망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대여 자전거를 타고 암스테르담을 누빈다. 


 나의 예약된 숙소는 중앙역에서 조금 떨어진, 반 고흐 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는 내내 주로 트램을 이용했다. 암스테르담의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는데, 교통편 가격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만큼 잘 되어있기도 해서, 1일권을 끊으면 음, 그래 이정도면 이 가격은 납득할 만하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대다수 도시에서 트램이라는 것은 일단 타고나면, 자신이 현재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조와 정류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여행객들에겐 상당히 불친절한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암스테르담의 트램은 명시적으로 현재 정류장의 이름을 알려주고, 영문 음성으로 위치에 대한 짧은 정보까지 덧붙여 줌으로서 ‘음 뭐? 여기가 맛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라고? 좋아 내려!’라는 결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티켓 또한 트램 기사에게 직접 사는 시스템이었는데, 중앙역 직원들처럼 친절하고, 영어도 곧잘 했다. 완벽한 현지 발음으로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으면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여타 유럽 도시의 트램 및 버스기사에 비하면 이들 역시 천사에 비유할만하다. 


 암스테르담의 첫 번째 일정은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즈라고 하는 일명 하이네켄 박물관이었다. 네덜란드 대표적인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곳이었는데, 입장 가격은 꽤 있었으나, 가격이 아깝지 않은 하이네켄에 대한 ‘익스피리언즈’를 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누비었던 동인도 회사 무역제국의 후손들 답게 이들의 장사수완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일단 들어가고 나면 절대 빈손으로 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상품들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1시간 반 정도의 시간동안 하이네켄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박힌 맥주병을 제작해 주는 코너에 이르러서는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또한 바로 뽑은 맥주를 하이네켄만의 마시는 법을 강의하며 제공하는데, 평균적으로 3잔 이상의 맥주를 모두가 마시게 되기 때문에, 관람의 끝에 위치한 상품 판매 숍에 이르렀을 땐, 그들의 소비 행태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을 무력화 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의 끝에서 캐리어를 정리하다가 하이네켄 로고가 화장실 타일마냥 도배되어 있는 먹다만 크레페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발견하고, ‘그런데, 이걸 어디다 쓰지...’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 네덜란드산 맥주 덕에 아무려면 어떤 일 따위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그만큼 유쾌한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왕 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마약과 매춘이 합법화 되어있는 만큼, 네덜란드의 음지 문화자체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오히려 이곳의 밤 문화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고, 또한 절제되고 있다. 특히 암스테르담에서 주류를 구입할 때마다, 나는 신분증 요구를 받았는데, 유럽에선 드문 일이다. 여타 유럽 국가 길거리에 넘쳐나는 술에 취한 부랑자들과 약에 절은 젊은 애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고, 밤 거리는 화려했으나 무질서하지 않았다. 심지어 홍등가에 대한 가이드 투어가 존재할 정도로. 유흥가도 시끌벅적 하지만 안전했고,(그렇다 쳐도, 한국 사람인 내 시선에서 유모차를 끌고 홍등가를 지나다니는 모습은 꽤 충격이었지만)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고 깨끗한 도시 모습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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