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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연 Jul 19. 2021

2021년 상반기, 양대 옥션에 출품된 그림들 (1)

회화를 비롯한 미술사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작품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의 경우 초창기의 작품자료도 매우 영세할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현대 작가들의 경우에도 작품 목록이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 연구자들로 하여금 난점에 부딪치게 만들곤 한다. 연구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미술에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나의 경우에도 작품을 감상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난감함을 느낄 때가 없지 않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경매에 출품된 그림을 나름대로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미술품 경매 현장은 잊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자료의 발굴과 확인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의 하나다. 특히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유통되는 작품의 양과 질에 있어 우리나라의 경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양대 옥션에 출품되는 회화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그 양상을 나름대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대충 정리한 내용을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일차적인 주목의 대상이 된 작품들은 1890년대에서 1920년대 사이에 태어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 900여 점이다. 그러니까 1929~1930년생인 서세옥, 김창열, 하인두 등의 작가를 편의상의 하한으로 잡았고 박서보, 정상화 등 1930년대 초반 태생 작가들의 작품부터는 제외하였다. 작품들의 소개 순서는 우선 세대별로 작가들을 정리하여,


(1) 근대 1기 (1890~1900년대생 화가들의 작품)

(2) 근대 2기 (1910년대생 화가들의 작품)

(3) 현대 1기 (1920년대생 화가들의 작품)


의 순서로 주목할 만한 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그 밖에 개인적으로 새로이 알게 된 화가들의 작품들을 따로 묶어서 (4)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순서상으로 본다면 1930년대생 화가들이 '현대 2기'에 속하게 되겠지만 앞에서 밝혔듯이 범위에 넣지 않아 제외되었다. 전체적으로 3회에서 4회에 걸친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1) 근대 1기, 동양화가들의 작품


먼저 근대 화가들 중에서 제1세대로 분류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들은 대체로 1920년대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근대 화단을 본격적으로 열어 나간 작가들로서 일부 작가의 경우 해방 이후 원로 자리에 들어서도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어 대가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우선 초창기의 동양화가들의 작품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른바 '동양화 6대가'로 꼽히는 이상범, 변관식, 허백련, 노수현, 김은호, 박승무의 작품들이다. 이 중에서 앞의 네 사람은 근대 산수화의 4대가로 따로 묶어서 언급되기도 한다.


위에서부터 이상범의 <귀로>, <하경산수>, <추경산수>


6대가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작가는 아마도 산수화의 쌍벽으로 여겨지곤 하는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은 해방 이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산수화가로 꼽힌다.


먼저 이상범의 작품은 21점이 출품되었다. 출품작들은 해방 이전에 그려진 작품부터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한 60년대의 작품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간단하게나마 그의 화풍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출품작 중에서 가장 연대가 올라가는 작품인 <백제여적>(1927)을 비롯해 <설경산수>(1935)와 같은 작품은 해방 이전 그의 화풍의 일면을 보여주며 특히 30년대의 대표작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귀로>(1937)가 출품된 것이 주목된다. 흔히 이상범의 작품은 해방 이후의 성취를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지만, <귀로>에서 나타나고 있는 풍부한 스케일과 능란한 표현력은 해방 이전의 작품 또한 그 이후의 작품세계에 못지않은 성취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40년대의 소작인 <산수도>(1942)나 <한일(閑日)>(1947)과 같은 작품은 점차 이상범 특유의 양식으로 정착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춘경산수>(1958), <하경산수>(연도미상), <추경산수>(연도미상), <산가>(연도미상) 등은 이후 완전히 정착화된 시기의 화풍을 잘 드러내고 있는 수작들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부터 변관식의 <무창춘색>, <진양성>, <하일산관시>


변관식의 작품은 29점이 출품되었다. <추산무진>(1932)이나 <춘경산수>(1945)를 비롯한 몇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자기 스타일이 정립된 이후의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창춘색(武昌春色)>(1967), <추산연애(秋山烟靄)>(연도미상), <설경산수>(연도미상), <진양성>(연도미상), <춘경산수>(1963), <하일산관시(夏日散館時)>(1974) 등은 그의 강한 개성이 잘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산수화 중에서 배경과 산야의 흑백 대비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작품들을 특히 좋아한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허백련의 <산수도>, 김은호의 <토끼>, 노수현의 <산수도>


의재 허백련의 작품은 26점이 출품되었다. 이 중 <산수도>(1964)를 비롯한 여러 점의 산수화들은 친근감 있으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 특유의 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어 산수화가로서의 그의 실력을 충분히 대변해 준다. 출품작들은 대체로 그의 생애 후반기에 쓴 '의도인'이라는 호로 낙관이 되어 있어 중년기 이후의 작품이 주로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허백련의 경우 산수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군자 소재의 작품 또한 심심찮게 출품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산수화의 4대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산수화 이외의 화목에서도 나름대로 비중 있는 분량의 작품을 남긴 화가이기도 하다.


심산 노수현의 작품은 7점이 출품되었다. 6대가 중에서는 유통되는 작품 수가 가장 적은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산수도>(연도미상), <산수도>(1975) 등의 작품은 환상적인 풍경이라는 소재를 세련되게 구체화시킨 그의 중년기 이후의 산수화풍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당 김은호의 작품은 17점이 출품되었다. 그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물화를 자신의 주 영역으로 삼으면서도 그 밖의 여러 다양한 화목에서 기량을 자랑한 바 있다. 출품작 중에서는 다소 구태의연한 표현의 고사인물화도 적지 않지만 <토끼>나 <노안도>와 같은 작품들에서 그의 섬세한 화풍이 잘 나타나고 있다. 또 영정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인물화>(연도미상)는 누구의 초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뛰어난 인물화 실력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끝으로 심향 박승무의 작품은 8점이 출품되었다. 그는 동양화의 6대가 중에서 가장 덜 알려져 있고 또 가장 저평가되는 화가이기도 하나 가령 <산수도>(1976)나 <설후계촌>(1975)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설경산수에서의 표현은 그의 득의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 초창기의 동양화가들 중에서 경매에 작품이 출품된 화가들로 이병직, 최우석, 이용우, 김용수 등의 작품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1-2) 근대 1기, 서양화가들의 작품


초창기 서양화가들의 작품은 동년배의 동양화가들에 비하면 남아 있는 작품 수가 훨씬 적은데 작가 활동의 한결 낮은 지속력과 작품 수요에서의 편차에서 얻어진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량에서의 압도 양상은 경매 출품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는 서양화단의 주요한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종우와 백남순을 비롯해 도상봉과 오지호, 손일봉 등의 작품이 출품된 것이 주목된다.


이종우의 작품으로는 <마을 풍경>(1967), <설경>(1975), <설경>(1978)이 출품되었다. 모두 중년기 이후의 소작으로서 작품의 수준은 평범하다고 생각되지만 생전에 출간된 화집에 수록된 작품들이 아니어서 새로운 자료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백남순의 작품으로는 <한 알의 밀알>(1983)이 출품되었는데 노년기의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도상봉의 <국화>, 오지호의 <사과밭>, 손일봉의 <무제>


초기의 서양화가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또 탁월한 작품세계를 보여준 작가로는 도상봉과 오지호를 들 수 있다. 그들은 꾸준한 작품활동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량에 버금가는 작품적 성취를 거두고 자기 일가를 이루어낸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먼저 도상봉의 작품으로는 9점이 출품되었다. 한 점을 제외하면 모두가 6~70년대의 소작이다. 초기작으로는 <성균관>(1935)이 출품된 것이 눈길을 끌며, 정물화에서는 <정물>(1970), <국화>(1973)와 같은 수작이 등장하고 있어 역시 그가 득의의 성취를 거둔 분야임을 재확인시켜준다. 한편으로 <풍경>(1965)이나 <고궁지변>(1969)과 같은 작품들의 존재는 그가 정물에 비해 상당히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풍경화에서도 나름의 성취를 거두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오지호의 작품은 4점이 출품되었다. 인상주의적 풍경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화가답게 모두가 풍경화 작품으로서 <사과밭>(연도미상)이나 <설경>(1975)과 같은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의 친연성이 엿보이지만 출품작들에는 대체로 소품적인 경향이 짙어 그의 화풍의 정수가 담겨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초창기 서양화가의 작품으로서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주목되었던 작품은 손일봉의 <무제>(연도미상)였다. 그는 20년대 후반 조선미전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해 초기 서양화단의 주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해방 이후 노년기까지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었는데 대중적으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그림 중에서는 특히 정물화에 좋은 작품이 많다고 생각되는데 <무제> 역시 그의 정물화의 미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실적이면서도 매끄럽고 담백한 특유의 표현이 엿보이며, 석류, 사과에서 호박에 이르는 여러 붉은빛 과채들의 미묘한 형태와 색깔의 차이가 나타나 있어 보는 즐거움을 준다.


이 밖에 작품이 출품된 초창기의 서양화가로서는 이마동의 작품이 두 점, 이병규의 작품이 한 점 출품되었으며, 특유의 동화적인 주제와 분위기로 유명한 양달석의 작품 또한 두 점이 출품되었다.


2-1) 근대 2기, 동양화가들의 작품


다음으로 근대 화가들 중에서 제2세대로 분류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 세대의 작가들이 근대 화단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렸다면 이 세대의 작가들은 그 바탕 위에서 폭발적인 작품적 성취를 이룬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동양화가들의 경우 대부분 전통으로부터의 과감한 변혁을 시도하여 전례 없이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을 창출해내기 시작했고, 서양화가들 역시 한때 낯선 양식이었던 서양미술의 방식을 이제는 확실히 터득하게 되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개척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동양화가의 경우 이응노, 박생광, 허건, 김기창, 장우성, 배렴, 성재휴, 이유태 등의 작품이 출품된 것이 크게 주목된다. 이 중에서 앞의 세 사람의 경우 출생 연대로 보면 1900년대생이어서 근대 1기에 속해야 하겠지만 이전 세대와는 작품 경향에 있어 다소 구분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되어 여기에서 소개하게 되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응노의 <문자추상>, <구성>, <문자추상>


먼저 이응노의 작품은 32점이 출품되었다. 부단한 자기갱신의 작가답게 출품작에서도 다양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이 엿보인다. 사군자로부터 출발했던 해방 이전 화풍의 경향이 담겨 있는 <묵죽도>(1940)가 있는 한편으로 <시장>(연도미상), <화조도>(연도미상), <풍경>, <마을>, <금강산보덕굴>(연도미상)과 같은 작품들은 해방 이후 그의 다양한 실험적 시도의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유학 이후에 시도된 이른바 문자추상 류의 작품들 역시 저마다 다른 개성이 묻어나 있어 그가 결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작가임을 말해준다. 위의 사진에 있는 두 점의 <문자추상>에서 왼쪽에 있는 작품은 1964년작, 오른쪽에 있는 작품은 1972년작인데 그가 동일 주제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찾고 있는 것인지를 잘 드러내 준다. 이 밖에도 <문자추상>(1976), <문자추상>(1976), <문자추상(1980), <구성>(1981)과 같은 작품 역시 그의 다양한 시도를 담고 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생광의 <여의주>, <밤의 매화>, <무당>


박생광의 작품은 27점이 출품되었다. 모두가 해방 이후의 소작이라고 생각되는데 우선 60년대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여의주>(1967)이 출품된 것이 주목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여의주'인지를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흔히 그는 노년기에 들어서야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대표작들도 이 시기의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생광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찾아보면 이미 그 이전부터 상당히 세련된 작업을 선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늦은 전성기의 화풍을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는 <밤의 매화>(1976), <토기>(1979), <단청>(1981), <무당>(1982), <고려불>(1983), <십장생>(1983) 등이 크게 돋보이며, 이 밖에도 간결한 수묵화를 비롯해 여러 점의 모란도가 출품된 것이 눈길을 끈다.


허건의 <산수도>와 <노송도>


남농 허건의 작품은 21점이 출품되었다. 그는 허백련과 함께 이른바 운림산방 출신의 가장 대표적인 화가로 여겨지지만 열일곱 살의 나이차가 말해주듯이 허백련과는 상당히 다른 화풍으로 작품세계를 시작했다. <초가>(1942), <춘강연우>(연도미상), <산수도>(1956)와 같은 작품이 초기의 화풍을 반영하여 섬세하게 풍경을 표현하고 있는 반면 여덟 폭의 <산수도>(연도미상)를 비롯해 <장하강사>(연도미상), <산수도>(1977) 등은 후기의 거친 듯하면서도 시원한 필획으로 그려진 산수화의 모습으로 점차 변모해 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여덟 폭으로 이루어진 <노송도>(1975)는 그가 산수 이외에도 소나무 그림에서 일가를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이상 살펴본 이응노, 박생광, 허건보다 연배가 조금 내려가는 화가로서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작가로는 단연 운보 김기창과 월전 장우성을 들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이응노나 박생광이 보여주었던 파격적 시도와는 비교적 거리를 두어 가면서, 전통 회화에서의 소재와 표현을 어느 정도 살리면서도 그것의 현대적 변용에 초점을 맞추어 독보적인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창의 <청산정경>, <장생도>, <산수도>


김기창의 작품은 31점이 출품되었다. 김기창 역시 변화무쌍한 작품세계를 지닌 작가답게 출품작에서도 다양한 소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청록산수 소재의 그림들을 비롯해 병풍 <비파도>(1970)를 비롯한 화조화, <쌍웅>(1966)이나 <준마도>(1970)와 같은 동물화, <풍경>(연도미상)과 같은 풍속화, 그리고 50년대와 80년대의 프로젝트적 연작인 '예수의 생애'와 '세계화필기행' 연작에 속하는 작품들까지 소재와 표현에 있어 매우 다양하다.


여러 방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기에 대표작을 꼽는 것이 어색한 일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 중에서 민화풍으로 그려진 산수인물화를 특히 좋아한다. 출품작 중에서 <청산정경>(연도미상)과 <산수도>(1994), <장생도>(연도미상)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동적이고 호쾌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산수도>는 김기창이 8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필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장우성의 <장미>, <백합과 장미>, <백로>


장우성의 작품은 12점이 출품되었다. 이 중에서 우선 초기의 대표작인 <푸른 전복>(1941)이 출품되었던 것이 눈길을 끈다. 장우성의 군더더기 없이 뛰어난 인물화 실력을 보여주는 명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해방 이후의 소작으로 특히 화조, 화훼 소재의 그림이 대부분을 이룬다. 여덟 폭으로 그려진 <장미>(1974)를 비롯해 일종의 대련의 구성을 이루고 있는 <백합>과 <장미>(1972), 또 <복숭아>(1973), <나팔꽃>(1978), <화훼영모도>(6폭, 연도미상)와 같은 소품들은 그가 청신한 감각의 화훼화에 뛰어난 화가였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한편으로 <백로>(연도미상)와 같은 작품은 선명한 녹색으로 전경의 풀밭을 칠하는 색다른 방식을 보이고 있어 문인화의 법고창신을 추구했던 장우성 특유의 실험성이 돋보인다.


배렴의 <애춘>, 성재휴의 <산수도>, 이유태의 <설경산수>


김기창, 장우성과 같은 세대의 화가들로서 산수화에서 특히 일가를 이루었던 배렴, 성재휴, 이유태의 작품들도 주목된다. 운보나 월전에 비하면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보다 깊은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제당 배렴의 작품으로는 <애춘(愛春)>(1950), <설악영봉>(1965) 등 5점이 출품되었다. <애춘>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산세의 표현은 조선 후기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친근감을 주고 있다.


풍곡 성재휴의 작품은 여덟 폭 <사계산수도>(연도미상)를 비롯해 <산수도>(연도미상) 등 7점이 출품되었다. <산수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굵고 힘 있는 윤곽선과 청태 낀 선명한 푸른빛의 색감은 독보적인 그의 화풍을 잘 드러내 준다.


끝으로 현초 이유태의 작품은 <춘산효명>(1987), <설경산수>(연도미상) 등 4점이 출품되었다. <설경산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이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살려서 그리는 섬세한 화풍은 그의 산수화의 큰 특징의 하나다.


이 밖에 작품이 출품된 동년배의 동양화가들로서 정진철, 김영기, 김정현, 조중현, 김화경 등의 작품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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