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사람이 좋은가

아니어도 어쩔 수 없고

by 누워있는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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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래간만에 많은 손님이 왔다.

나보다 최소 4살 어린 친구들. 한 친구는 띠동갑을 훌쩍 넘게 어리다.

친구들은 어리고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크게 기뻐하고 솔직하게 웃었다. 그런 친구들에게 개는 너무나도 찰떡궁합이었다.

친구들은 우리 개를 예뻐라 했다. 개는 방문자 친구들이 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서 친구들을 반겼다.

한 사람 한 사람씩 확인하며 냄새를 맡고 얌전히 쓰다듬을 받았다.

당연 우리 개는 친구들의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친구들은 개를 훈련시키고자 하였다. 개는 앞발을 내어주고 과자를 받아먹었다.

과자를 받아먹다 물린 개는 과자를 거실 구석에 도로 뱉어 놓았다.

개는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쓰다듬을 당하고 배를 내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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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애정을 받는데 상당히 수동적이어서 모든 애정을 묵묵히 받아들였지만 개가 진심으로 기뻐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개는 귀찮은 기색 없이 눈을 꿈뻑이고 입맛을 다셨다.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지막이 꺼져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더 많은 사랑을 달라 말했을까.


개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우리는 개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한다. 개는 애매모호한 행동을 한다.

배를 보여주며 눈을 크게 뜬다. 친근함을 표시하며 눈을 경계한다. 개의 의도는 무엇인가.

개는 두려움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끼는 것인가.

개의 모순적인 기분을 알 수 없다.


개는 사람들에게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개는 우리의 저녁 테이블 가까이서 우리를 바라보다가 베란다에 나가 사색을 즐기다가 소파 위에서 우리의 깔깔거림을 듣다가 다시 베란다로 나간다. 개는 우리를 관찰하며 가까이 오고 싶어 했다가 이내 관심을 접고 본인의 세상을 즐긴다.

개는 자신의 경계가 의외로 확고할지도 모른다.


나의 24시간이 개에게 온전히 속해 있는데 사실은 개는 혼자 있고 싶었던 게 아닌가.


오랜만에 개의 기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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