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우리는 옹기종기

by 누워있는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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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재택근무하는 날이면 우리 세 식구는 집에 하루 종일 함께 있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의 방이 지하에 있어 생활이 분리된다. 나와 개는 지상층에서 먹고 자고 쉬고 남편은 지하층에서 일하고 기타 치고 음악을 듣는다.

개의 생활반경은 좀 더 넓다. 개에게는 두 개의 발코니가 생활반경에 추가된다. 개가 주로 사용하는 작은 발코니는 사람 세 명이 서 있으면 꽉 차는 크기이다. 개는 그곳에서 해를 쬐고 낮잠을 잔다. 오전에 들이치는 해는 제법 따듯하고 진해서 일광욕을 하기 딱이다. 발코니 바닥이 너무 딱딱할까 봐 카펫을 깔아놨지만 개는 그다지 고마워하지 않고 카펫을 피해서 눕는다.

정원 쪽으로 향한 다른 발코니는 제법 커서 우리는 거기에 빨래를 널고 발코니용 책상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종종 밥을 먹는다. 겨울에 현재의 집으로 이사 온 우리는 큰 발코니를 쓰기 위해 여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푸릇한 정원을 바라보는 것은 큰 기쁜 중 하나이다.

개는 큰 발코니에 대한 애정도가 작은 발코니보다 덜하다. 아마 큰 발코니가 향하는 정원 쪽으로 지나가는 동물들이 별로 없어서 아닐까 싶다. 그래도 가끔 개는 발코니로 나와 턱을 발코니의 울타리에 얹고 반쯤 누워 정원을 관찰한다. 천성이 사냥개라서 그런지 개는 밖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점심시간이 되면 지상층으로 올라와 밥을 먹고 개를 귀찮게 하고 누워서 낮잠을 자다가 다시 일하러 내려간다. 개는 자신도 점심시간에 동참하고 싶어 하지만 요새 살이 부쩍 찌는 바람에 점심때마다 얻을 수 있었던 간식이 뚝 끊겼다. 개는 거세게 항의하며 짖고 식탁 위로 고개를 드밀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자신의 방석에 몸을 돌돌 말아 앉았다.

개는 그렇게 낮잠을 좀 더 자다가 나와 함께 오후 산책을 나가고 헥헥대며 돌아와 물을 많이 마신다. 그러다 보면 다시 저녁시간이 되어 저녁을 차린다. 개는 5시가 좀 넘으면 배고프다고 주둥이로 나를 툭툭 치며 짖는다. 개와 사람의 저녁은 거의 동시간대에 이뤄진다. 단지 개는 좀 더 저녁을 빨리 먹어치우고 사람의 저녁에 관심을 갖는다. 사람의 음식을 나눠 줄 기색이 없으면 개는 슬그머니 작은 발코니로 나가 딴청을 피운다.

남편과 나는 그렇게 밥을 먹고 식탁을 치우고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거나 조금 게임을 하다가 자기 전 개를 한번 더 산책시키러 나간다. 개는 하루에 몇 번이나 되는 산책에도 질려하지 않고 흥분한다.

개와 함께하는 삶은 단조롭고 규칙적이며 심심하다. 자극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엄두를 못 낼 때도 있다. 개에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래도 개가 내 옆에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쉴 때, 침대에 파고들어 와 몸을 밀착하고 잘 때, 나 없이 산책 나가지 않겠다 땡강부릴 때, 개가 있어서 너무 좋다. 개가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어쩌면 개가 있어 이러한 마음의 평안이 유지되는지도 모르겠다. 개는 천천히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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