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문제를 정의하는 순간부터 정답이 달라지는 작업이다.
디자인에는 분명히 기준이 있고 원칙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정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불편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말 뒤에 숨으면, 아무말이나 다 정답이 될 수 있잖아?'라고 생각했었죠. 실제로 그런 경험도 몇 번 해봤습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난 뒤에야 그 문장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좋은 디자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위해 만들었는지
어떤 장소에서 경험하는지
어떤 시간에 사용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지
이 모든 맥락이 바뀌면 정답도 다른 방향을 가리키게 됩니다. 그래서 디자인은 문제를 정의하는 순간부터 정답이 달라지는 작업입니다.
디자인은 끊임없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떤 사진을 쓸지
어떤 카피를 중심에 둘지
여백을 어디에 둘지
움직임을 줄지, 말지
이 선택 하나하나가 모두 의도이고, 의도가 변하면 최종 해석도 변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은 '실물'이 아니라 해석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같은 결과물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감동하고, 어떤 사람은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그건 누군가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경험의 차이 때문입니다.
정답은 없어도 정답에 가까운 길은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메시지가 명확하고, 감정이 설계되어 있고, 사용자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고, 브랜드의 철학을 담고 있는 디자인이죠. 디자인은 감성의 영역이지만 결국 논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될 때 신뢰를 얻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은 디자이너의 책임을 더 크게 만듭니다. 왜 이선택을했는가? 그 질문에 설명할 수 없다면, 디자인은 흔들리게 됩니다. 디자이너는 결과물보다 결과물에 도달한 사고 과정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디자인의 설득력이라 생각합니다.
정답이 없다는 건 자유롭다는 뜻이 아니라, 책임감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끝없이 근거를 찾아갑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작동하는 문제 해결 과정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가 저는 참 반갑습니다. 디자인이 감각과 논리의 균형 속에서 더 많은 정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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