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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Apr 20. 2022

초빼이의 노포일기 [인천 차이나타운 연경대반점]

베이징 카오야? 난징 카오야? 인천 카오야

인천 차이나타운의 오르막을 꾸역꾸역 오르다 보면 가장 꼭대기에 눈길을 끌만한 큰 건물 세 채가 보인다.

첫 번째는 최초로 짜장면을 팔았던 옛 공화춘의 상표를 단 공화춘(최초의 짜장면집은 아님)과 그 가운데에는 청관이 자리 잡고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연경(대반점)이 차례대로 자리 잡고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큰 이 세 중화요릿집은 각각 그 규모와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집은 바로 연경 대반점.


연경(옌징)은 기원전 1,045년부터 기원전 256년까지 번성했던 중국 주나라 수도였다. 지금의 북경지역 인근이었는데 1416년 명나라 영락제가 난징(남경)에서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다시 한번 중국 역사의 전면으로 나서며 수도가 되었다. 베이징에 가면 아직도 연경이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는데, 각종 상호명이나 상표명에서 꽤 많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 지역의 대표적 맥주인 연경(옌징) 맥주. 보통 베이징에서 맥주를 찾으면 어김없이 연경 맥주가 나오는 수준이다.


업무와 여행 등으로 한참 북경을 드나들 무렵, 베이징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자금성 옆의 왕푸징 거리를 자주 갔었는데 그곳에는 중국 정부 지정 '노포'(라오 즈하오老字号) 1호인 전취덕(취엔지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취덕은 98년 첫 중국 출장 때부터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그 첫 기억을 잊지 못해 여러 번 찾아갔었던 곳이다. 지금은 베이징 덕이라 부르지만 사실 베이징 덕이 아니라 난징에서 먹던 오리구이(카오야)를 베이징에서 먹기 위해 가지고 온 것이 그 시초라고 전해진다. 수도만 옮기지 않았다면 '난징 덕'이 되었을 뻔한 음식이랄까?


여하튼 북경오리구이(베이징 덕)는 처음 먹었을 때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었는데, 오리 껍질의 바삭함과 살코기의 깊은 향과 부드러움이 우리 음식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오리구이 요리가 생각날 때는 일산과 역삼역의 베이징 코야를 한 번씩 기웃거렸던 기억도 있다.


인천으로 이사 온 후에는 베이징 코야도 너무 멀어져 아쉬웠었는데, 얼마 전 베이징 덕이 정말 먹고 싶어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니 인천 차이나타운의 연경 대반점(연경)의 베이징 덕도 꽤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게 되었다.  



음식을 내는 방법(손수레에 오리구이를 올리고 와 옆에서 전문가가 직접 발라준다. 그리고 쌈을 싸 먹는 방법도 알려주고)이나 형식은 전취덕의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가 전취덕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한국의 오리구이집을 찾은 것이니, 맛만 괜찮다면.


위에서 이야기했듯 오리구이의 진정한 맛은 바삭한(업계 전문용어로 '크리스피 한') 오리 껍질을 입안에 넣을 때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껍질이 베이징 덕 요리의 백미라고 할 정도. 진한 갈색으로 바싹 구워진 껍질의 아래 부분은 지방과 같은 기름층이 아주 얇게 붙어 있는데 이 조화가 굉장히 훌륭하다. 입안에 넣으면 풍만한 오리기름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크리미'한(이것도 업계 전문용어란다) 오리고기를 쌈에 싸 먹다 보면 언제 오리 한 마리를 다 먹었는지도 모르게 접시가 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전취덕의 오리구이는 오리 머리도 내주는데, 아직 그걸 먹을 정도의 용기는 갖지 못해서 시도해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기름 많기로 유명한 요리라, 입 안을 말끔히 청소해 줄 수 있는 술을 곁들이는 게 좋다. 중국의 인구수보다 더 많을 것 같은 다양한 백주, 그중에서도 매운맛이 나는 술보다는 조금 향이 진하고 단맛이 있는 농향형 백주를 함께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거대한 중화요리 집이라 몇 가지 백주는 갖추고 있다.

함께 내주는 오리탕도 별미이다. 사실 전취덕의 그것보다는 향이 많이 강한 편이지만(생강을 많이 쓴 티가 난다) 국물도 진한데 막상 한 숟갈 마셔보면 보기보다 깔끔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 국물 요리를 술안주로 좋아하는 초빼이들에게는 일거양득인 편. 오리탕은 한국화 된 모습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집은 사장님이 직접 들어와 설명을 해 주실 만큼 딤섬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너무 많은 음식을 주문하여 이번에는 패스하는 것으로 결정. 백짜장과 백짬뽕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로 여러 번 방송을 탔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주말 가족들과의 나들이나, 편안한 작은 모임 등이 있다면 한번 정도 새로운 경험을 위해 이곳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 가게의 업력이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메뉴추천]

1. 1인 : 짜장면에 군만두 하나 시켜 소주나 한잔

2. 2인 : 요리하나 시키던지 딤섬을 시도해 보실 것. 안주로 나쁘지 않았던 경험이.

3. 3~4인 : 베이징 덕 한 마리 우선 주문하고, 부족하다면 요리를 추가하는 것으로. 팔보채도 괜찮았다.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차이나 타운은 등산길이다. 오르막 끝까지 가야 한다.

2. 올라가는 길에 유혹이 많다. 입구에서부터 유혹이 만만치 않은데 초입에 있는 신승 반점(오리지널 공화춘

   의 외손녀가 운영하시는 가게)의 간짜장이나 원보의 만두, 산동주방의 탄탄면 같은 녀석들에 눈길을 주었

   다면, 이 날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연경에 다다르기 너무 힘들 것이니, 절대 곁눈질하면 안 된다.

   꽤 괜찮은 청요리 집이 많다는 이야기다.   

3. 2차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동인천까지 조금 걸어 나가도 되고, 조금 더 나가면 신포시장이 기다리고 있기

   도 하다. 또한 차이나타운 바로 옆의 밴댕이 골목도 매력적이다.

4. 우리가 어디 술과 안주가 없어서 못 마시나? 마누라님의 내력이 담긴 눈빛과 사자후가 두려워 못 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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