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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Oct 31. 2024

B급 감성의 완성, 전주의 실내포차의 돼지불고기김밥쌈

135.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진미집 본점

'씨네 21'을 전공 서적보다 더 애지중지하며 읽고 다니던 시절, 희한하게도 초빼이는 메이저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는 B급 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대학을 들어가며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 집안 사정은 전공수업을 듣기 시작한 시기부터 그 속도를 더 높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난, 3학년 1학기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입대를 했고, 95년도 9월, 아직도 늦여름의 흔적이 남아있던 어느 날 부대의 문을 나서자마자 학교로 달려가 그날 바로 복학 신청계를 냈다. 무언가에 쫓기듯 그때의 삶도 그렇게 흘렀었다. 어지간하면 다들 한 학기 정도 시간을 가지며 미래를 고민하고 '군대물'도 빼는 과정도 거쳤지만 내겐 그럴 여유마저 없었던 듯하다. 갓 제대한 예비역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었다. 


그 무렵 영화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은 유일한 해방구였다. 현실은 점점 더 가혹했고 그에 반해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는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바늘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그즈음이 B급 영화와 B급 문화에 점점 빠져들던 시기였을 게다. 현실의 암울함이, 과장되고 유치했지만 '찬란하게 슬픈' 현실을 희화화하며 그려냈던 그 세계로 더욱 빠져들게 하였던 것 같다. 그 속에는 자유가 있었고, 현실의 버거움을 잠시라도 잊게 해 주던 여유가 있었다. 엉성하고 수준이 낮았으며, 조악했음에도 그 B급 감성이 초빼이가 원했던 현실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전주의 거리를 어슬렁 거렸다. 아마 처음으로 전주를 방문하며 한옥마을을 찾지 않은 여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풍남문 근처 호텔에 숙소를 잡고 그 윗길을 하루에 몇 번씩 오갔다.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처럼 작은 돌을 촘촘히 박아 만든 길은 꽤나 멋들어진 길이었다. 전주의 노포는 그 길의 연장선상 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옥마을을 굳이 들리지 않아도, '경기전'을 찾지 않아도 전주의 노포를 찾는 것이 가능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전주를 방문할 때면 전주 향교를 자주 찾았는데, 이번만은 한옥마을에 가지 않으리라는 다짐에 향교도 포기하게 되었다. 

전주의 노포와 음식을 리서치하다 조금 망설였던 음식점이 있었다. '가야 할까?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 갖게 했던 집이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내는 곳이었으나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돼지 불고기를 쌈으로 싸 먹는데 김밥을 얹어 상추쌈을 먹는 영상을 봤기 때문이었다. 초빼이는 밥을 말거나 비비고, 국수를 말고, 고기를 먹은 후 볶음밥을 찾는 것도 즐기는 편이지만 맥락도 없는 음식을 서로 섞어 먹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름 '온실에서 자란 잡초'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리는 것도 많은 편.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 결국은 택시를 불렀다. 


전주의 다른 노포들은 숙소가 있는 풍남문을 기준으로 조금만 발품을 팔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오늘 찾고자 하는 집은 조금 거리가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한데 이 집의 주소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생겼다. 전주에는 진미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점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씩 걸러내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난주 노포일기에서 소개한 중국 요릿집 '진미(반점)'에서 시작하여 덕진구에 있는 또 다른 진미반점, 메르밀 진미집 본점, 안골진미집 본점, 태평진미집 등등 '진미'라는 이름의 음식점 천국이었다. 미식의 도시 전주답게 음식의 '참된 맛'을 보여주고 싶은 곳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초빼이가 방문한 집을 찾기 위해선 '진미집 본점' 또는 '전주 진미집 본점'이라고 검색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전주에는 돼지불고기에 김밥을 올린 '김밥쌈'으로 유명한 곳이 두 곳이 있는데, '진미집 본점'과 '오원집 본점'이 바로 그곳. 두 집은 모두 전주 중앙시장과 방송통신대학교 인근에 위치하며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어 찾기 편하다.    


위치로만 따지자면 일제에 의해 허물어진 전주부성 북문지의 위에 있으니 성 외곽지역으로 보인다. 신분의 구분에 엄격하던 조선 사회는 거주지에서조차 신분에 따라 나눴으니 성 밖은 일반 백성들의 거주지일 가능성이 높다. 조그만 하천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집들 사이사이에서 꽤 오래된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진미집 본점도 꽤 오래된 건물을 사용한다. 낮게 천정을 올린 가게의 여닫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B급 정서 그 자체라 할 수 있는(한번 가 보시면 알 수 있다) 남자 사장님(또는 매니저)이 다가오더니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오후 5시경이니 소주 한 잔 하고 있으면 곧 퇴근 시간. 사람들이 몰려들 것을 감안하여, 가장 구석의 좁은 자리를 선택했다. 한두 명은 괜찮고 세명 이상 앉기엔 조금 불편한 자리. 


혼자 주점이나 술집을 찾을 때 좋은 것은 의외로 쉬운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굉장히 장사가 잘 되는 집들은 아주 가끔 눈치를 줄 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앉기 싫어하는 자투리 자리까지 활용할 수 있으니 반기는 편이다.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이 딱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리라. 사람이나 사물의 쓸모가 늘 같은 것이 아니기에 시기와 장소에 따라 쓸모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다. 이 집을 혼자 찾은 나의 '쓸모'를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다. 

마음속엔 이미 주문하고 싶은 메뉴가 있었지만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뭐가 가장 잘 나가요?"라고 사장님께 여쭸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참이슬요". '양반이 뭐지?'라는 말이 성대를 지나 입 안에서 소리로 바뀌려는 무렵 "가장 많이 팔리는 참이슬이라서요"라며 섣부른 '아재개그'였음을 능수능란하게 부연한다. 점점 농도를 진득하게 끌어올리는 익숙한 B급 정서에 몽롱해진다. 그 옛날 심취했던 B급 영화들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다시 흐려지기 시작한다. 돼지불고기와 김밥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메뉴'를 주문했다.


순식간에 테이블 세팅이 완료되었다. 차림도 너무 간단해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섞박지, 편마늘 종지와 쌈장, 쌈채소 한 접시와 중간 크기의 대접에 담긴 국물 하나에 김밥 한 접시. 모든 기본찬에서 B급 정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심지어 접시 위 김밥도 B급, 우동 국물도 B급이다. 김밥을 채우고 있는 내용물이라고는 계란과 단무지 당근 한 줄과 보일 듯 말 듯 존재감만 드러내는 시금치 약간. 보통의 김밥집에서 내는 기본 김밥에 비해 간신히 구색만 갖춘 수준이다. 우동 국물도 끓는 물에 우동 다시만 넣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맛. 그 속을 다진 파와 김가루 그리고 밀가루 함량이 어묵 함량보다 확연히 높을 것이 분명한 오뎅 몇 조각이 들어있다. 옛 포장마차의 그 기본 국물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그야말로 B급들의 잔치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더 흥이 오른다. 


전주에 머물며 얌전하고 점잖은 음식만 먹었더니 조금은 불량한 음식들이 당겼다. 살짝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에 이 집을 찾았는데 역시 선택한 보람이 있다. 76년부터 이런 음식들을 내 왔으니 오랜 시간의 영업을 통해 '안정성이 보장된 불량함'이 아니던가? 돼지불고기 한 접시도 테이블에 올랐다. 빨간 고추장 베이스 양념에 재워 연탄불에 구워냈다. 드디어 한 세트가 완성되었다. 사실 이 조합에 가락국수도 함께 주문하여 돼지고기 김밥쌈을 먹은 후에 가락국수 한 젓가락도 먹어야 진정한 완성이 되지만, 초빼이가 요즘은 밀가루 음식을 자제하고 있기도 하고 가락국수와 기본 국물의 차이가 면의 유무만 있다 하기에 과감히 생략했다. 


양념된 고기는 조금 태워야 맛있다. 다들 탄 고기가 암의 원인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고기를 태우는 수준도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더 심하고 음식도 두세 배는 짜게 먹는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암 발생률이 더 높을 텐데 아직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고추장 양념이 불에 타며 발생하는 연기가 고기의 겉면에 코팅되며 불맛이 입혀진다. 고기의 가장자리는 까맣게 불에 탄 자국이 훈장처럼 매달려 있다. 고기도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하게 붙어 부드러운 것이 나쁘지 않다. 손바닥 위에 상추 한 장을 올리고 고기 한점, 김밥 하나, 쌈장 찍은 마늘 하나를 올린 후 잠시 망설이다 입에 넣는다. 재미있는 음식들을 꽤 많이 먹어본 초빼이조차도 이런 조합은 처음이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이 꽤 흥미롭다. 특히 김밥의 단무지와 당근이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와 뒤섞이며 이질적인 식감으로 꽤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입에 넣기 전까지는 사실 계속 의심했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을 꽤나 싫어하는 편이라 '과연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수백 번은 했으리라. 그런데 첫 번째 쌈을 먹으면서 '어?'라는 감탄과 함께 '이거 꽤 괜찮은 조합인데?'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준이 뭘까? 맞는 것과 맞지 않은 것의 차이는 뭘까?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시도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의식 속에 미리 정해둔 선입견과 근거 없는 기준으로 섣불리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을 들어서면서 느꼈던 'B급 감성'이라는 것의 기준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A급이고 무엇이 B급일까? 우리네 삶이 그렇게 칼로 종이 자르듯 A급과 B급을 확연히 나눌 수 있는 명확함의 영역에 속해 있었던가? 요즘은 현실이 영화보다 더 이상한 세상이 되지 않았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이를 먹으며 확실한 것은 점점 사고의 유연성이 줄어들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소주 한 잔을 식도로 바로 털어 넣었다. 


우리가 '미식'이라고 알고 있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y)'의 진정한 의미가 '모두가 평등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또는 그 음식을 먹는 행위'를 뜻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미식'이라는 것이 호텔이나 잘 꾸민 파인다이닝에서 값비싼 와인과 코스요리를 먹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프랑스혁명 시기에 나온 말이니 당연히 그 당시 가장 중요한 사상이었던 '평등'이라는 개념이 단어의 이면에 스며 있는 것이 당연할 터.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의 음식에는 그 미식이라는 본연의 뜻이 가장 잘 구현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옛날 우리가 가격에 대한 부담 없이 쉽게 찾았던 포장마차의 가락국수와 소주, 그리고 김밥 한 줄에 돼지불고기가 더해진 것이니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평등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이런 것들이 아니던가?  


자세를 다시 가다듬고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때론 김밥에 고기 한 점만 올리기도 했고, 상추쌈에 고기와 마늘만 올려 먹기도 했다. 어떤 방법으로 먹던 소주와 잘 어울렸고 맛있었다. 가끔 극도의 불량함이 조미료처럼 필요할 때면, 국물이 든 대접을 들어 한 모금 들이키면 되었다. 고기도 김밥도 금세 바닥을 비웠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매장 안을 돌아보니 자리가 거의 채워졌다. 다른 이들의 테이블을 보니 1인당 고기 한 접시와 김밥 한 접시를 개별적으로 두고 먹는다. 이 또한 접시 단위로 음식을 팔던 옛 포장마차의 흔적이 아닐까? 

가족들이 저녁 겸 외식으로 찾았고, 갓 핀 꽃처럼 이쁜 20대 커플도 꽤 많았다. 남자들끼리 찾은 사람들도 있었고 중년의 남성들도 끼리끼리 모여 소주잔을 부딪혔다. 가장 흥미로운 자리는 초빼이의 대각선 앞 테이블에 앉은 조금은 험상궂게 생긴 중년의 아저씨 두 분이었는데, 안쪽 자리의 젊은 청년들이 술을 마시다 자리로 와 '폴더 인사'를 하고 가기도 한다. 이 풍경들만으로는 정말 B급 영화의 한 장면이 맞는데 말이지. 이러다 갑자기 김래원 같은 잘생긴 주인공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씬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데. 그 장면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소주 한 병과 양념 족발 그리고 김밥 한 접시를 더 추가했다. 사실 양념족발이라고 해서 족발집에서 매운 양념을 해서 내는 그런 족발인 줄 알았다. 갑자기 작은 소쿠리에 한 움큼의 티슈와 비닐장갑을 담아 가지고 오더니 테이블에 놓는다. 그러면서 "양념족발 주문하신 것 맞죠?"라며 한번 더 확인한다. 이내 양념족발이 그 모습을 보였다. 접시 위로 큰 덩어리 다섯 개가 놓은 양념 족발은 칼질 하나 되지 않은 '진정한' 의미의 족발이었다. '비닐장갑'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다. 이 녀석은 손으로 집어 그냥 입으로 뜯어야 한다. 마치 영화 황해에서 '면정학(김윤석 분)'이 맨손으로 개고기를 뜯는 씬처럼 그렇게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오른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왼손엔 소주잔을 든 체, 족발을 집었다. 수 천년을 눌러왔던 유전자 속 야성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돼지갈비나 소갈비의 뼈에 붙은 고기를 뜯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함이다. 꽤 오랫동안 삶았는지 부드럽게 뜯긴다. 돼지불고기와 같은 소스를 쓴 듯 하지만 족발의 특성상 양념을 안쪽까지 스며들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양념의 맛이 많이 강하지 않은 편. 족발을 워낙 좋아하는 초빼인지라 이런 형태의 족발은 굉장히 신선했다. 광화문 할매집의 매운 족발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게다가 매운 양념에 끓여 익힌 족발을 다시 연탄불 위에서 구워냈으니 그 풍미가 장난이 아니다. 오늘 또 새로운 음식을 만났다. 

이 집의 음식들은 거의 매운 소스를 사용한 음식으로 채워져 있다. 돼지불고기에서부터 양념족발, 닭발볶음 등 매운 음식 위주의 구성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사이드로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은 포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실내마차의 원조라 가히 칭할만하다. 진미집의 음식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집을 찾을지 말지 고민했던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졌다. 


진미집 본점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B급 정서의 실내포차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실내마차'라는 이름으로 이 집의 사장님은 표현했다. 가게 내부를 가득 채운 고기 굽는 연기가 환기를 위해 열어 둔 문으로 조금씩 빠져나가자 초빼이도 현실로 돌아온다. B급 영화의 한 장면 속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다시 현실의 세상으로 넘어온다. 매장의 내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더욱 빽빽하게 메우고 있다. 고기를 굽는 직원들 옆에 서 있던 B급 정서의 사장님께 가 계산을 했다. 계산을 마칠 때까지도 사장님의 흥겨움과 개그가 지속된다. 


가게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서는 순간까지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음식도 직원들도 모두 유쾌했다. 심지어 고기 굽는 장면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며 얼굴이 나오지 않게 조심하겠다고 하니, 고기 담당 직원분이 오히려 "나 이쁜데 왜 얼굴을 나오지 않게 찍냐"라고 유쾌하게 대응해 주시기도 했다. 전주 사람들의 유쾌함과 자유로움이 이 집 음식과 직원들에게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초빼이의 우울했던 B급 세상이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 이곳 전주에서 유쾌함으로 모습을 바꿨다.      


B급이 또 하나의 장르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B급이라 인정하고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B급을 즐기는 사람들조차 자신이 B급임을 인정하며 즐긴다. 

진정한 강자는 자신이 부족하거나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아마추어 같은 어설픔으로 가득 찬 사람들만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우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B급이라 인정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진정한 강자들이다. 이 집을 찾는 사람들도, 이 집의 음식들도 스스로 B급이라 인정하기에 강한 것이며, 그 자체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참이슬'이라는 사장님의 B급 농담도 자신들이 B급임을 주장하기 위한 고도의 화술이 아닐까?    


*P.S 1. 이번 주부터 [초빼이의 노포일기] 큰 글자 책이 출시되었습니다. 대형서점 사이트에서 주문 가능

 합니다. 빠르면 금주나 다음 주부터는 '전자책'으로도 초빼이의 노포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대형서점부터 밀리의 서재까지 동시 출간 예정입니다. 


 [메뉴추천]

1. 1인 방문 시 : 돼지불고기 + 김밥 + 가락국수 + 소주

2. 2인 이상 방문 시 : 돼지불고기(인당) + 김밥(인당) + 닭발볶음 또는 양념족발 + 가락국수 + 소주 

     (족발과 닭발을 주문하는 비율은 반반 정도. 여성분들이 닭발을 더 선호하는 편)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별도의 주차공간 없음. 노송여울 2길 108, 114 사이 골목에 위치한 유료주차장 이용

2. 월~일 17:00~01:30 / 매월 1,3주 일요일 정기 휴무.  

3. 참고

    - 김밥쌈의 원조라고 알려진 곳이다. 일반적으로 돼지불고기와 김밥은 인당 하나씩 주문한다.

    - 양념족발의 식감과 맛이 굉장히 독특하다. 

     - 도보 2분 거리에 오원집 본점도 위치하고 있으니 참고하실 것. 

4. 여행 및 관광 정보

    - 인근노포 : 오원집 본점, 전일갑오, 초원편의점, 해태바베큐, 연지 본관, 중앙식당, 베테랑칼국수, 남문

      손칼국수, 한미반점, 현대옥, 삼백집, 육일식당, 동락일식, 대보장, 토방(백반집), 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행원, 조점례남문피순대, 남노갈비, 효자문식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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