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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를 통째로 먹다. 오키나와 향토요리, 유난기

166. 오키나와현 나하시 국제거리(고쿠사이도리) 유난기(ゆうなんぎい)

by 초빼이

초빼이의 노포일기에서는 지금까지 총 7주에 걸쳐 오키나와의 음식과 그 음식들을 내는 노포 식당을 소개했다. 오키나와 소바에서부터 타코스와 스테이크, 오키나와 전통주와 그와 어울리는 요리를 내는 노포들까지. 오랜 역사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가득했던 오키나와의 이야기를 담은 음식들을 모두 소개하기엔, 너무나 모자람을 느낀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노포들과 음식을 소개하고 싶지만, 일본의 다양한 지역의 노포를 취재하는 중이기에 그 깊이는 조금 얕아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 8주(8편) 정도 예상했던 초빼이의 노포일기 - 오키나와 편은 2주를 더 늘려, 아쉽지만 10주(10편) 간의 연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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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음식을 간략하게, 시대별로 정리하자면 크게 3개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류쿠왕국 시기의 음식들이다.

오키나와의 요리는 오키나와의 자연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모두 담았다. 각종 해산물과 고야 등 지역의 대표적 농산물을 활용했고 류쿠 궁중요리는 타국(他國)의 음식과 요리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것으로 체화해 갔다. 요즘의 시선으로 보면 최신 해외 트렌드를 반영했던 것. 중계 무역에서 얻는 수익으로 국가 운영을 운영하던 류쿠 왕국은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아시아 문화의 샐러드 보울과 같았다. 중국과 조선의 자기를 수입해 자신들의 음식을 담았다. 지형적 특성상 벼농사가 불가능해 동남아시아 태국에서 쌀을 수입했다. 이때 아와모리 주를 만드는 방법도 같이 들어왔다. 류쿠 왕국은 1870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일본 제국으로 병합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두 번째 시기는 미군정이 오키나와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일본은 패전의 보상으로 오키나와를 미국에 넘겼다. 1945년 6월부터 1972년 5월 14일까지 지속된 미군정 시기는 미국문화의 유입과 이의 수용이 이뤄진 기간이다. 2~30만 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치열했던 오키나와 전투의 결과, 오키나와의 모든 경제 기반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그 시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미군을 상대로 하는 일에만 있었다. 심지어 통용되던 화폐마저 초기엔 미군의 군표(B엔)를 사용하다가 달러로 바뀌었고 차량의 통행방향도 지금의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전 소개했던 'A사인'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오키나와에 진주한 미군은 미국 군정청(USMGR, 1945년~1950년까지)과 미국 민정청(USCAR, 1950년 12월~1972년 5월 14일)으로 이름을 바꾸며 이어졌다. 당시 미국인 인구는 6만여 명(1970년 기준, 미군 및 그 가족)이었지만 그들의 영향은 식민지 오키나와 전체를 미국화 시켰다고 할 수 있다.


점령국인 미국의 음식들이 수입되었고, 오키나와 젊은이들은 그들의 전통음식보다 햄버거와 콜라를 더욱 탐닉하기 시작했다. 미국인을 위한 미국의 음식들이 오키나와를 다시 침공했다. 스테이크 집들이 환영을 받았고 타코집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독한 아와모리 주는 싸구려 술로 취급되며 술집에서 점점 모습을 감췄고, 미국식 바(BAR)나 클럽에서 위스키와 맥주가 젊은이들의 손에 더 많이 들리게 되었다. 미군의 스팸이 부대 밖으로 나와 오키나와 사람들을 유혹했고 미국식 햄버거 체인이 미군과 오키나와 사람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디저트로는 블루씰 아이스크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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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시기는 1972년 5월 이후 일본으로 다시 병합된 시기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다. 오키나와 이전의 류쿠왕국부터 이어진 음식들을 다시 부활시키며 그들의 문화적 기원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미군의 구호식량 지원책으로 들여온 밀가루는 궁중요리 중 하나이던 오키나와 소바의 대중화와 확산을 이끌어냈다. 일본 본토의 '소바'라는 법적 명칭 제한에서 '오키나와 소바'는 예외 항목이 되도록 만들었다. 오키나와 전투로 명맥이 끊어졌던 류쿠왕국의 전통주 아와모리주는 옛 양조장의 폐허에서 찾아낸 검정 누룩을 되살리며 쿠슈(古酒, 아와모리를 오래 숙성시켜 만든 술)까지 복원시켜 냈다. 일본 본토인들의 오키나와 여행이 대중화되며 많은 일본인 여행객들이 오키나와를 찾을수록, 그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더욱 지속되었다. 아와모리주를 부활시켰던 우리즌과 오키나와 가정식으로 유명한 유난기 등이 이 시기에 창업을 했다.


초빼이가 유난기를 찾았던 날은 모든 취재를 마치고 오키나와를 떠나기 바로 전날이었다. 오키나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오래된 노포만 찾느라 유명 관광지는 그냥 지나쳐야만 했었다. 8일의 취재기간이 너무나 부족했던 것. 나를 위한 위로가 필요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성대한 만찬으로는 오키나와의 전통음식 한 상과 좋은 아와모리주 한 병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았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유난기의 오후 영업시간에 찾았다. 사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중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바람에 다시 호텔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느라 오후 영업시간 시작 직전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웨이팅 줄의 중간쯤에 섰는데 첫 번째 입장이 바로 내 앞에서 끊어져 버렸다. 다시 30분 정도 웨이팅 후 입장. 혼자임에도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 이 고마움은 매상으로 갚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대기줄에서 기다릴 때 제대로 된 '서울말'을 쓰는 한국인 여행객 두 커플이 앞에 있었다. 초빼이 같은 '시골러'가 듣기에도 '완벽한 서울 사투리(표준말이 아니다)'를 온전히 구사하는 분들이었다.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들이었는데 이 집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찾았기에 이 집의 오키나와 전통 음식과 술에 대해 설명을 드렸었다. 매장에 입장하면서 그분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같은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 그 오랜 시간 함께 줄을 섰던 동지들이다. 조금은 하이톤의 여성분 두 분의 목소리가 다른 모든 이들의 말소리를 압도하기도 했지만, 흥겹게 음식을 즐기는 모습에 나름 보람도 느꼈다. 내가 안내받은 자리는 가장 안쪽의 4인용 테이블. 사실 이미 메뉴까지 숙지하고 갔기에 들여다볼 필요도 없었지만,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고자 메뉴판을 탐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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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분을 불러 '유난기 B정식'과 아와모리주 한 병을 주문했다. 젊은 직원분이 주문을 받아가고 잠시 후 사장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다시 내 자리로 왔다. 백지장처럼 얇은 일본어 실력이었지만 "이거 독한 술이고 한 병이면 꽤 많은 양인데 괜찮냐?"라고 물어보길래(그렇게 들리길래) "다이조부(大丈夫), 혼또니 다이조부(本当に, 大丈夫)"라고 큰소리쳤다.


'도대체 한국 남자들을 어떻게 보는 거야?' 싶은 반발심도 있었나 보다. 쓸데없는 술부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하는 것 같다. 예전 2~30대 때보다 주량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여전히 '몽니'를 부린다. 정말 세상 사는데 '1'도 필요 없는 술부심이다. 어쩌면 점점 줄어가는 남성 호르몬의 최후의 발악이겠지 싶기도 하다. 이제는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 날보다는 조금 더 많음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아직도 청년들처럼 이런 생기는 영원할 것 같다. 그런 헛된 자존심이 다른 이들의 말로부터 내 귀를 닫는 거겠지. 오랫동안 노포를 찾아다니며 음식과 술을 줄이려면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해야 하는데, 언제나 몸보다 마음이 반 발자국 더 앞선다.


B정식은 한 끼의 잘 차려진 밥상이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들이 찬으로 나오는 구성. 오키나와인들의 집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라후테와 후 찬푸르, 미미가, 지마미 도후 등 오키나와에 며칠이라도 머문 여행객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한 번씩은 먹어 보았을 음식들이 한 상에 모두 나온다. A정식과의 차이는 '구루쿤(グルクン)'이라는 오키나와 특산 선구이의 유무 정도? 약 1천엔 정도의 가격차이가 있으니 딱 그 생선구이 가격만큼 차이이다. 아까 괜찮냐고 물어보시던 사장님이 요리들을 상에 올리며 술은 어떻게 마실 거냐며 물었다. 나름 독주(毒酒)는 조금 차갑게 마시는 것을 좋아해 '로쿠(ロック)'로 청했다. 이윽고 아이스버킷에 가득 담긴 얼음과 오키나와 블루가 인상적인 글라스를 내줬다. 아와모리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아에야마 제도(八重山諸島) 이시가키섬(石垣島)에서 만든 '야에센(八重泉)'으로 택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와모리주다.


미미가를 가장 먼저 집어 들었다. '미미가(ミミガー)'라는 요리는 이름이나 생김새에서 왠지 '오징어 채'를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돼지 귀로 만든 요리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미미가를 냉채처럼 먹기도 하지만 육포와 같이 잘 말려서 과자나 간식처럼 먹기도 한다. 돼지귀의 연골뼈를 '오독오독' 씹는 맛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간장소스가 살짝 스며들어 그 감칠맛이 만만치 않다. 숙주와 아랫단에 담은 간장 소스와의 조합이 정말로 좋았다. 가볍게 아와모리 주 한 잔을 털어 넣는다. 식도에서 시작해서 위장까지 차가운 술이 들어가며 뜨거운 열기로 바뀌는 과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감과 상태라면 맥주 안주로도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다.

미미가는 코스요리의 전채와 같은 느낌이다. 가볍고 상쾌하며 식욕을 올리기엔 더할 나위 없다.


연이어 라후테(ラフテー)에 젓가락을 댔다. 라후테는 그 형태와 조리방법에서 중국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중국에서 전해진 동파육의 조리법을 류쿠식으로 현지화되었다. 중국의 사신들과 같은 귀빈을 접대하기 위해 사용한 고급 요리였다. 라후테는 기름기를 가급적 빼고 단맛과 돼지고기 특유의 농후함을 살린 요리다.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잘 삶은 돼지고기는 '야들야들'한 상태로 젓가락만 대도 스르륵 무너질 정도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동파육은 '소흥주'를 사용한다. 소흥주는 그 역사가 3천 년이 넘는다고 알려진 오래된 중국의 명주. 류쿠왕궁에서는 소흥주 대신 아와모리 주로 그 역할을 대신했다. 거기에 가쓰오부시 다시와 흑설탕, 간장을 사용하여 짙은 갈색을 내고 달콤한 맛까지 더했다. 마지막은 미소된장으로 마무리했다. 라후테 자체의 볼륨감과 농후함이 아와모리주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동파육과는 살짝 다른 오키나와만의 향취가 새로웠다.


오키나와의 돼지고기 요리를 접하다 보면, 돼지고기를 다루는 수준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오래전부터 중국 사진을 접대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돼지를 사육하고 요리하던 경험이 그들의 요리에 남아있는 듯하다. 아마도 돼지고기를 사용한 오키나와의 요리를 더 깊이 공부하다 보면 돼지의 다양한 부위를 사용한 요리와 인근 국가들과의 유사점 및 교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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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미미가(ミミガー), 라후테(ラフテー), 후-찬푸르(フーチャンプル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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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미도후(ジーマーミ豆腐), 건다시마 볶음(クーブイリチー), 바다포도(海ぶどう)

후 찬푸르(フーチャンプルー)는 오키나와에서 처음 먹어본 '밀기울(후, フー)'로 만든 찬푸루이다. 밀기울은 밀을 빻아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속껍질)로 만든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다가 보릿고개 시기에는 식량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하니 그 용례도 비슷하다. 초빼이조차 밀기울은 처음 보고 맛보는 식재료였다. 오키나와의 전통요리로 나온 밀기울을 보면서 이 음식에도 오키나와의 민중들이 겪었던 힘든 시간의 흔적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건(乾)하고 담백한 맛이지만 볼륨감은 있어서 씹히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지마미 도후(ジーマーミ豆腐)는 땅콩으로 만든 두부 형태의 요리이다. 물에 불린 땅콩을 갈아 그 즙을 짜낸 후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식감은 우리가 잘 아는 두부(豆腐)와는 전혀 다르다. 땅콩을 사용한 두부라 기본적으로 고소하고 단맛이 있다. 수저로 살짝 흔들어보면 찰랑거리는 모습이 마치 디저트로 사랑받는 '푸딩'을 연상케 한다. 입에 넣으면 약간 쫀득한 식감도 느껴지는 게 꽤 맛있다. 이 음식 또한 중국 푸젠 성의 '땅콩묵(花生豆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류쿠왕국 시절 중국에서 들어온 땅콩을 활용하여 만들어 낸 음식으로 이 또한 귀한 손님을 위한 접대용 전체요리로 활용했다.


건다시마 볶음(쿠부이리치, クーブイリチー)은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다시마를 이용한 음식이다. 본토에서는 '콘부(昆布)'라 부르지만 오키나와 말로는 쿠부(クーブ)라고 한다. 이리치(イリチー)는 오키나와어로 '볶다' 또는 '볶은 요리'를 의미한다. 건다시마를 물에 불려 볶은 요리라는 의미. 거기에 채 썬 삼겹살이나 다진 고기를 같이 올린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식재료인 해조류와 돼지고기가 만나 탄생한 요리다.

우미부도(바다포도, 海ぶどう)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사족과 같다. 오키나와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분이라면 이 묘한 해조류가 주는 즐거움을 기억하지 못할 수 없다. 자연스러운 짠맛과 톡톡 터지는 식감에서 오는 상쾌함으로 먹는 음식.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톡톡 터지는 식감이 굉장히 독특하다. '건강한 맛'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식감으로 표현하면 아마 바다포도의 식감일 게다. 오래전 먹었던 '함초(鹹草)'의 식감과 맛과도 유사했다.


접시에 담긴 요리를 골고루 맛보다 보니 어느새 아와모리주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조금 더 환해지며 심장의 박동이 조금 빨라졌다. 머리는 차가워지고 가슴은 뜨거워진다. 열대의 이국을 찾아 이미 8일째. 비록 오키나와가 자랑하는 그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키나와의 자연이 빚고 오키나와인의 손에서 만들어진 전통음식을 한 상에서 맛보며, 그 아름답다는 오키나와의 자연경관을 충분히 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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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과 아와모리가 가득 담긴 글라스에서 에메랄드 빛 오키나와의 바다가 출렁거렸다. 라후테의 중후한 맛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의 웅장함을 엿본다. 쿠부리이치와 우미부도를 입안에서 놀리며 오키나와의 깊은 속살과 같은 열대의 바닷속을 헤엄친다. 흑효모가 만들어 낸 거친 맛과 독특한 향의 아와모리주에서는 저 멀리 떨어진(오키나와 본섬보다 대만에 더 가까운) 아에야마 제도의 이시가키섬도 그릴 수 있었다.


유난기는 마치 저 넓은 바다를 떠도는 한 척의 배와 같다. 오키나와의 모든 것을 담은 노아의 방주와 같다.

드넓은 태평양을 천천히 유람하며 이곳저곳 들리는 한 척의 거대한 크루즈다. 태국과 필리핀에 들려 쌀과 술을 싣고, 대만과 중국을 들려 다양한 요리를 배운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거치며 음식을 담는 도자기를 싣는다. 그리곤 밤마다 오키나와의 전통 요리를 거하게 한 상 차려낸다. 축제가 벌어진다. 태평양을 순회하는 동안 즐겁게 떠들고 마시고 먹는다.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로 떠들지만 이곳에서는 그 어떤 통역도 필요 없다. 상대의 눈빛과 몸짓을 보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조금은 넋을 놓고 있다 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가 넘치는 곳이다.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만찬은 그렇게 끝났다. 혼술의 끝을 찍었다.

내일 아침 좋은 국물 음식으로 깔끔하게 해장하고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 초빼이를 위한 만찬장으로 임나한 곳이 없다 싶다. 이곳도 다음번 오키나와를 찾을 땐 반드시 들려야 할 곳으로 낙점했다. 아직 밤이 길다. 2차는 어디로 갈까나?


[추가 팁]

1. 매장명 : 유난기(ゆうなんぎい)

2. 주소 : 3 Chome-3-3 Kumoji, Naha, Okinawa

3. 영업시간 : 월~토 12:00~14:30, 17:00~21:00 / 일요일 휴무

4. 주차장 : 주차장은 별도로 없음. 매장 근처 코인 주차장 이용.

5. 참고

- 예산 : 1인당 2,000~3,000엔

- 현금 계산

- 연락처 : +81-98-867-3765

6. 이용 시 팁

- 별도의 예약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다. 오직 워크인만 가능. 가급적 저녁 영업 시작 시간에 들릴 것을 추천

하며 요일과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저녁 영업 시작시간 15~20분 전 미리 가는 것이 좋다.

- 국제거리 초입에 있다.

- 영어 메뉴판도 있으니 일본어 메뉴판이 어렵다면 따로 요청할 것.

- 추천 메뉴 : 세트메뉴는 유난기 정식 A, B. 단품으로는 라후테, 미미가, 텐푸라, 카라수 도후, 오징어 먹물

리소토, 오늘 밤의 요리(주방 앞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음) 등

1) 초빼이처럼 일본어에 약하다면 세트 메뉴를 주문하는 것을 추천.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향토요리를 거의 모두 맛볼 수 있다.


https://maps.app.goo.gl/i6Ne55qHFVzEqxr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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