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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소주와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에서 배우는 것들

165. 오키나와 나하시 츠보야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

by 초빼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술은 무엇일까?"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주"라는 답을 내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소주"라는 술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물론 이 "소주"는 알코올과 물, 감미료 등을 섞어 만든 "희석식 소주"를 뜻한다. 공장에서 주정에 물을 섞어 만들어 냈으니 값이 쌌다. 수십, 수백 번을 증류했으니 곡물의 향은 모두 날아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싼 가격과 쉬운 접근성으로 희석식 소주는 오랜 시간 동안 서민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했다.


일제의 식량 약탈과 한국 전쟁 후 열악한 경제사정과 식량 부족이 계속되며 탄생한 희석식 소주는 그렇게 증류식 소주와 자리를 맞바꾸기 시작했다. 1950년대를 거쳐 1990년대까지는 희석식 소주의 전성기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우리 양조업계에서는 꽤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전통주를 빚어내는 양조장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각 지역과 집안에서 빚어내던 개성 있는 술들이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막걸리와 청주, 그리고 소주가 다양한 브랜드와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술을 만들기 시작한 시대가 왔다.


그리고 2016년, 우리 전통주 업계에 꽤 임팩트 있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우리의 소주를, 그것도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주를 벽안(碧眼)의 미국인이 만들어 출시하였던 것. 마치 민화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토끼 그림 위로 한글의 발음을 그대로 차용한 'tokki soju(토끼소주)라는 라벨을 붙인, 증류식 소주였다. 미국의 중심 뉴욕 브루클린에서 만들어 내는 '미제 소주'라니, 처음 그 뉴스를 접했을 때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인이 우리 전통 증류주를 만든다고?'라는 놀라움과 '미국 사람이 우리 전통주를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겠어? 흉내만 냈겠지!"라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동시에 떠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내막을 들여다보니 '토끼소주'를 만들어 낸 브랜든 힐(Brandon Hill)이라는 사람은 그저 흉내내기나 마케팅적 시도로 술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다. 201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브랜 힐'대표는 한국의 술과 음주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유명 양조장 60여 곳 이상을 방문하면서 우리 술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가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토끼 소주'이다. 게다가 그의 피에는 술을 만드는 장인 정신이 들어 있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 집안은 와인너리를 운영했고 어머니의 집안은 위스키 양조장을 운영하던 집이었다.

full-lineup-2-e1656539414232.jpg 토끼소주(출처 : 토끼소주 웹사이트. https://tokkisoju.com/)

그는 한국의 술자리 문화에서 단단한 사회적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술자리가 저가형 희석식 소주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 술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리 전통의 소주 '증류식 소주'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방문했던 2011년은 '금토끼 해'였다고 한다. 금토끼가 귀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들은 그는 브랜드 명도 '토끼'로 지어 버렸다. 그의 '토끼'는 2016년 미국에 론칭을 하였고, 2020년 한국으로 역진출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1년엔 '선비진'이라는 서양식 증류주를 신제품으로 내놓았고 같은 해 홍대에 칵테일바인 '토끼바'까지 론칭시키게 된다. 최근엔 '해치'라는 토끼 소주의 자매 브랜드를 새로 론칭하며 소주와 매실 생강 하이볼, 오미자 유자 하이볼 제품까지 내놓았다.


처음엔 시기와 질투의 눈길로 바라보았던 그의 행보가 점차 찬사와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한편으론 한국인으로서 이방인의 그 멋진 열정에 정말 진심 어린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토끼소주는 뉴욕을 넘어 캘리포니아, 뉴저지, 코네티컷, 펜실베니아, 텍사스, 워싱톤 등 미국의 주요 지역까지 진출했고,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아시아권역까지 진출했다. 또한 한국의 충북에 증류소까지 건설하게 이른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토끼 소주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오키나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오키나와 소바는 오랜 전통을 가진 오키나와의 향토 음식이다. 일본에 병합되기 전까지는 주로 중국과 교류하며 책봉사(冊封使)를 맞이하던 류쿠 왕국(琉球王國)은 중국에서 온 사신들을 접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보통 5~600명의 사신단이 류쿠 왕국을 방문했으며, 이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가량 머물렀다. 류쿠왕국의 역사서인 '구양(球陽, 구요)'에서는 세자 책봉 사신단을 맞이하기 위해 5,000마리의 돼지를 사육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먼 바닷길을 건너온 중국 사신들의 편의를 위해 그들의 입에 맞는 음식을 대접해야 했다. 류쿠왕국의 요리사들은 중국 사신들이 데리고 온 요리사들이 자신들이 먹을 음식 만드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보며 그들의 요리를 배워 나갔다. 그래서 탄생한 요리가 중국의 면요리에서 영향을 받은 '오키나와 소바'와 동파육을 본 딴 '라후테(ラフテー)'였다.


오키나와 소바는 오랜 시간 오키나와 사람들의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류쿠왕국의 궁중음식으로 궁중에서만 먹던 음식으로 제례나 외교 사절들에게 대접하였으나 현대로 넘어오며 대중화되었다. 일본 본토의 소바와 달리 '밀가루'로 만든 면을 사용하여 두터운 면으로 쫄깃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자랑한다. 두터운 칼국수 면에서 파스타의 알단테를 느낄 수 있다고 할까? 돼지뼈와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국물에 삼겹살(三枚肉, 산마이니쿠), 돼지갈비(ソーキ, 소키), 돼지족발(てびち, 테비치) 등을 주요 토핑으로 올린다. 면과 토핑의 종류와 그릇에 담는 방법에 따라 '오키나와 소바(중간두께의 면으로 납작한 면)', '아에야마 소바(둥글고 가는 면)', '미야코 소바(가늘고 곧은 면, 고명을 면 아래에 숨기는 방식)' 등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오키나와 소바는 전후 미국의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들어오며 대중화되며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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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개로 각각의 오키나와 소바집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리를 발전시켜 나가게 되었다. 특히 1950년대에서 70년대 사이 오키나와 전역으로 퍼진 소바집들은 각각 자신만의 특성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면의 굵기나 국물을 내는 방법, 그리고 돼지고기를 조리하는 방식의 개발에 몰두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해산물을 활용하거나 오키나와의 특산물인 고야(여주)를 활용하기도 하고 비건 소바를 내는 등 다양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전통은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하고 발전해 나간다.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머물고만 있는 것은 지나간 역사의 한 장면일 뿐이다.'


그러한 오키나와 소바의 혁신을 이끌어 가는 소바집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오키나와 취재를 위한 사전 리서치 중 그 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집의 혁신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하시의 최고 번화가 고쿠사이도리(국제거리)와 전통 도기 공방과 도자기 박물관, 카페 등이 밀집한 츠보야야치문도리(壺屋やちむん通り)와 가까워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오키나와 소바의 전통을 이으며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OKINAWA SOBA EIBUN)'이다.


'에이분'은 매우 실험적인 오키나와 소바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적이지만 정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전통을 따르며 그 안에서 혁신의 꽃을 피워 올린다. 면과 육수, 그리고 고명을 올리는 오키나와 소바의 전통은 그대로 따르지만 이전에 없던 재료를 사용한 면을 만들거나 육수나 고명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오키나와 소바라는 영역은 지키면서 그 안에서 그들만의 작은 혁명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런 혁신과 변화의 사례를 좋아하는 초빼이는 당연히 에이분의 대표에 대해 궁금해졌다.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의 대표 '나카무라 에이분(中村 栄文)'씨는 오키나와 사람이 아니다. 오키나와 태생이 아니면서 오키나와 소바를 연구하고 그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한국의 전통 증류소주를 만들어 낸 미국인 '브랜든 힐' 대표와 다를 바 없다. 나카무라 에이분 대표는 일본 본토 도호쿠 지방의 이와테현(岩手県) 출신이다. 2012년 오키나와로 넘어와 북부 오키나와에 있는 호텔에서 근무했고, 오키나와 소바로 유명한 '나카무라 소바'에서 수행했다. 그는 그곳에서 수행하며 틈틈이 오키나와 본섬과 인근 부속섬에 있는 500여 곳의 오키나와 소바집을 찾아다니며 오키나와 소바를 연구하였다. 외지인이지만 그야말로 오키나와 소바의 전문가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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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인 2016년 4월, 나하시 츠보야 지역에 자신의 첫 번째 매장인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을 열며 '노렌(暖簾)을 걸었다(영업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오키나와에서 수행하며 배운 전통 오키나와 소바 본연의 맛에 자신의 해석을 곁들인 오키나와 소바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는 '스탠드 에이분(STAND EIBUN)'과 에이분 츠보야(EIBUN Tsuboya)까지 오픈하였다. '스탠드(STAND)'는 '일어서다, 쌓아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오키나와 소바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런 네이밍을 했다고 한다. 매장의 식기도 오키나와 전통의 색상인 '블루' 테마의 그릇을 쓰는데, 모두 오키나와 현의 전통 공예가들이 만든 작품을 소바를 담아내는 용기로 사용한다. 결국 에이분은 2023년에는 법인까지 설립하여 오키나와 소바의 전통을 잇기 위한 체계적 시도까지 시작하였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오키나와 출신으로 오키나와 소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도 충분히 긴장할만하다. 한편으론 오키나와를 상징하는 음식인 오키나와 소바를 일본 본토 사람이 직접 찾아와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외지인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외지인마저 연구하게 만드는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시에 존재할 듯하다. 심지어 오키나와 지역 공예가들의 작품을 자신의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며 지역 친화적인 모습까지 보이니 경계의 벽은 더 빠른 속도로 허물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에이분의 그릇들과 우리즌의 그릇이 품은 색상도 유사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즌의 그릇들도 지역 공예가들의 작품을 사용하는 점에선 서로의 공통점이 있다. '가장 오키나와답지만 오키나와에만 국한되지 않는, 독특한 소바집의 탄생이었다.'


초빼이가 이 집을 찾은 날은 비가 조금씩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조금은 궂은 날씨였다. 오픈 시간 20여 분 전 매장 앞에 도착했지만 이미 그 앞은 매장이 여는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우리즌'에서 아와모리주를 즐길 때 초빼이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두 남자분도 그 줄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 그분들이 기억에 남은 것은 두 분 중 한 사람이 심한 장애가 있어 친구분이 케어를 해주며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움직이는 동선이 초빼이와 꽤 많이 겹쳤다. 오사카인가 도쿄에서 왔다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독한 아와모리주 덕분에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었다.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그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아저씨들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한다. 외국인이라고는 초빼이와 닭살 돋던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던 젊은 중국인 커플이 전부. 초빼이가 가게 안으로 입장할 때쯤 한국인 중년 부부가 대기판에 이름을 적는 것을 보았다. 에이분은 '테이블 체크(Table Check)'라는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예약한 사람을 먼저 입장시킨 후 남는 자리에 워크인 손님을 입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오전 시간이었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회전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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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라던 가게에 왔으니 기본 요리와 시그니처 메뉴 정도는 먹야겠다 싶어 두 그릇의 오키나와 소바를 주문했다.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소바인 '분분소바(BUNBUN そば)'와 오키나와 소바 '혁신의 상징'과 같은 '스파이시 소바(辛牛もやしそば)를 택했다. 분분소바의 면은 '푸치바면(フーチバー麺, 쑥면)'으로, 스파이시 소바는 일반면(EIBUN麺)으로 선택했다. 밀가루 면을 반죽할 때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독특한 면으로 만드는 것은 한국만의 특성이라 생각했는데 일본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스파이시 소바는 그릇을 가득 채운 숙주와 실파, 그리고 소고기 토핑 덕분에 마치 육개장을 떠 올리게 했다. 이 날 에이분에서 스파이시 소바를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전날 밤 아와모리주를 꽤 많이 마시기도 했다.


원래 오키나와 소바는 잿물로 반죽을 하는 것이 전통이다. 오키나와에서 자생하는 '가쥬마루(ガジュマル, Chinese Banyan)'라는 나무를 태워 재를 만들고 그 나무의 재를 물에 넣고 재를 가라앉힌 후, 맑은 윗물만 떠서 소바 면을 반죽하는데 썼다. 잿물이 12~13도 정도의 알칼리성을 띠고 있는데 이것으로 강력분 밀가루를 반죽하면 스바의 풍미가 생겨난다. 요즘은 간수(소금물)로 면을 반죽하는 가게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키시모토 식당 등 오래된 소바집은 아직 잿물로 반죽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오키나와 소바의 지역인증과 같은 '본장(本場*) 오키나와 소바면"에서는 오키나와 소바를 이렇게 정의한다.(* 본장은 원산지에서 전통 방식대로 만들었다는 인증을 뜻함)


1) 오키나와 현에서 제조된 소바면일 것, 2) 수타식일 것, 3) 원료 밀가루 중 단백질 함량은 11% 이상이고 회분(재)은 0.42% 이하일 것, 4) 가수량은 밀가루 중량 대비 34~36%, 5) 냉수는 2~4Bh, 6) 식염 5~10Bh, 7) 숙성시간은 30분 이내일 것, 8) 면선 면도날 두께는 1.5~1,7mm이고 절삭하는 날은 얇은 날 10~12번 사용, 9) 삶기 전 반드시 손으로 치댈 것, 10) 살은 물의 PH는 8~9일 것, 11) 면을 삶는 시간은 약 2분 이내로 할 것, 12) 면을 삶은 후 기름 처리가 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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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장(本場)' 인증을 붙인 오키나와 소바 제품 사진

대충 훑어봐도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디테일이 강한 '일본인들의 특성'이 잘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을 자랑하는 오키나와 소바의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혁신을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초빼이가 주문한 분분소바의 '푸치바 면'은 밀가루 면에 말린 쑥 가루를 첨가한 면이며, 스파이시 소바는 전통적인 돼지고기 토핑이 아닌 소고기 토핑을 올렸다는 것에서 기존의 틀을 허물어트렸다. 어쩌면 이런 변화와 혁신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손에서 이뤄지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딱 우물 크기의 하늘'이기 때문이다. 오직 외지인의 시선과 시도로만 가능한 변화와 혁신이 아닐까 싶다.


'분분소바'는 오키나와 소바 노포에서 먹었던 일반적인 소바와 큰 차이는 없었다. 단지 면을 반죽할 때 쑥을 첨가함으로써 면의 식감에서 약간의 뻣뻣함이 조금 더 느껴졌고, 면을 식도로 넘길 때 약하지만 쑥향이 느껴지는 것이 큰 차이점이었다. 오히려 가장 큰 혁신이라 생각되는 것은 '스파이시 소바'였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요즘은 한류와 K-푸드 열풍 덕분에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의 손에서 육개장 국물 같은 '뻘건 국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돼지고기 토핑 대신 소고기를 사용하여 토핑을 올렸다는 것은 더욱 큰 파격이었다. 소고기를 사용하는 것은 추측건대 일본 본토인의 취향을 조금 더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인의 기준에서 맵다는 것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엔 '맵지는 않은 빨간 국물'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까? 또 하나의 장점은 오키나와 소바 노포들처럼 에이분도 직접 코레구스를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소바를 향한 대표의 열정과 의지가 조금 더 넓은 세상의 흐름에 더해져 오키나와 전통 공예 작가가 빚어낸 '오키나와 블루' 색상의 그릇에 담겨 나온다는 그 자체가 이 집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인 듯하다. 작은 소바 그릇 하나에 한 사람의 열정적인 삶과, 전통을 고수하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개인적으로는 오키나와 소바집 중 '신잔소바(新山そば)'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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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를 자주 찾거나 찾을 예정인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집 중 하나다. 그리고 다음번 오키나와에 방문할 때, 그들은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을 지에 대한 기대로 또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오키나와현 나하시 츠보야의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이다.


[추가 팁]

1. 매장명 : 오키나와 소바 에이분(OKINAWA SOBA EIBUN)

2. 주소 : Okinawa, Naha, Tsuboya, 1 Chome-5-14 ボーボー屋ビル

3. 영업시간 : 월~일 11:00~16:00 / 연중무휴

4. 주차장 : 주차장은 별도로 없음. 매장 바로 앞 유료주차장이 있음.

5. 참고

- 예산 : 1인당 1,000~2,000엔

- 현금 계산

- 연락처 : +81 98-914-3882

6. 이용 시 팁

- 방문할 날을 정해서 테이블 체크라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고 가면 웨이팅 할 필요는 없다(유료)

테이블 체크 : https://www.tablecheck.com/shops/soba-eibun/reserve?utm_source=google

- 워크인으로 찾아가도 입장은 가능. 웨이팅은 필수라고 생각하시길.

- 국제거리에서 걸어서 찾아갈 수도 있는 거리. 에이분으로 향하는 시장 상점가에 JEF 버거 매장도 있다.

- 2호점 스탠드 에이분(STAND EIBUN)도 있으니 구글맵으로 검색 후 접근성과 영업시간을 살펴보고 선택할

것. 매장별 메뉴가 조금 다를 수 있다.

- 추천 메뉴 : 분분소바(BUNBUN そば), 히야시주레다레붓카케 마제소바(冷やし ジュレダレ ぶっかけまぜ

そば), 스파이시 소바(辛牛もやしそば), 쥬시 및 쥬시유부초밥(じゅーしー稲荷)

1) 주문은 입구의 키오스크로 주문. 외국인을 위해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2) 메뉴를 고르고, 면의 종류를 고른 후 토핑과 추가 메뉴등을 선택하면 된다. 조금 복잡하지만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줘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https://maps.app.goo.gl/FvhzRTypLdFiJN9v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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