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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에마치 시장의 숨겨진 보물. 벤리야(べんり屋)

164. 오키나와현 나하시 사카에마치 시장 벤리야(べんり屋)

by 초빼이

어느 아침 갑자기, '그동안 나는 몇 개국 몇 개의 도시를 찾았을까?' 하는 의문이 떠 올랐다. 컴퓨터를 켜고 사진만 잔뜩 들어있는 폴더를 뒤적이며 수를 세어보니 10개국 25개 도시에 초빼이의 흔적을 남겼던 것 같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숨겨진 명소를 찾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여행이지만, 아무래도 여권을 들고 비행기에 올라 낯선 사람들과 낯선 언어로 인사말을 나누는 것이 조금 더 흥미롭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짜릿한 쾌감 때문에 결혼 전부터 결혼 후까지 우리나라와 해외의 많은 곳을 찾았다. 아마도 그래서 초빼이의 마눌님은 "인생에 역마살이 잔뜩 끼어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라 초빼이를 평하는 것 같다.


10개의 나라와 25개의 도시는 적다고 하면 적을 수도 있고 많다고 하면 많을 수도 있는, 애매한 숫자이기는 하다. 여행했던 많은 나라와 도시의 기억을 곱씹으며 추억의 조각을 하나씩 꺼내보고 있으니 시장에 대한 기억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호텔과 같은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가졌던 약간의 긴장이나 호기심도 필요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걷다가 이런저런 가게에 들러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음식점이나 술집에 앉아 부담 없이 맥주 한 잔과 그 지역의 음식을 음미하기에 시장만 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베이징의 어느 시장도 그랬고, 포르투의 볼량시장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며, 태국의 야시장도 흥미로웠고, 가장 최근엔 교토와 고베의 거대했던 상점가(시장)도 며칠 전의 일처럼 남아있기도 하다.


시장은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에게는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특히 오래된 시장은 더욱 그렇다. 뭔가 근사하지는 않아도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지역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진득하니 녹아있다. 게다가 지역의 사람들은 시장에서 살아가고 시장과 함께 늙어간다. 시장엔 그들의 추억이 있고 그들의 삶이 묵은 먼지처럼 곳곳에 들러붙어 지역 전체가 살아온 시간을 기록한 역사책이라 무방할 정도이다. 그런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낯선 사람과 눈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낯선 언어로 '공통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거기에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는 노포를 만나면 그 즐거움은 '솔찬함'을 뛰어넘어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오키나와 나하시에는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시장 두 곳이 있다.

최근 10여 년간 국제거리의 성장과 함께 관광객들로 끊이지 않는 '나하시장(市場本通り)및 인근의 제1 마키시 공설시장(那覇市第一牧志公設市場)'과 10여 년 전까지는 나하시에서 가장 유명했고 관광객이 많이 찾던 사카에마치 시장(송정시장, 栄町市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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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에마치 시장

나하시장은 국제거리와 지척이라, 요즘 너무 '핫'한 곳이 되어 오전부터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비어있거나 문을 열지 않는 가게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호텔과 편의 시설이 국제거리 인근에 많이 들어서면서 관광객의 발걸음은 조금 더 접근이 편한 곳으로 향했다. 시장의 성쇠도 그림자처럼 그 뒤를 따랐다. 그에 반해 사카에마치 시장은 조금씩 예전의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시장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아사토역(安里駅) 인근이라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사카에마치 시장은 1955년에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딱 70년이 되었다.

원래 음식점과 생필품 가게, 과일, 채소, 의류 등을 판매하는 150여 개의 상점이 자리하고 있던 오키나와를 대표하던 시장이었다. 10여 년 전까지는 선술집들도 유명하여 여행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오키나와 특유의 술집 문화인 '센베로(せんべろ)' 집들도 밀집해 있다. '센베로'는 1,000엔(센엔, 千円)과 '베로베로(べろべろ, 술에 취해 헤롱헤롱한 상태)의 합성어로 '단돈 천 엔으로 술에 취할 수 있는 가게 또는 요금제'를 뜻한다. 보통 1천 엔만 내면 술 2~3잔에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


아사토역 2번 출입구로 나와 사카에마치 시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육교에서 내려서니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산양(山羊) 요리'집 두 곳이 눈에 보인다. 살짝 호기심이 동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오키나와 아와모리주로 유명한 우리즌(うりずん) 쪽으로 걸었다. 우리즌의 앞을 지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사카에마치 시장이 시작된다.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 같이 걸으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시장 골목 구석구석 작은 선술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자카야부터 소바집, 케이크 전문점 그리고 커피 전문점까지 그 구성이 다양하다. 나하시장의 규모와는 비교하지도 못할 정도로 적지만 오밀조밀 모여있는 가게들의 정경이 사뭇 정겹다. 시장 상인들을 모델로 활용하여 만든 시장 홍보포스터도 꽤 멋져 보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벤리야(おかずの店 べんり屋 玉玲瓏. 벤리야 옥령룡점). 시장 구경삼아 골목골목을 거닐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 하고 있는 가게가 보인다면 바로 그곳이 벤리야일 가능성이 높다.

벤리야는 꽤 흥미로운 가게다. 굉장히 허름하지만 묵직한 느낌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가게다. 게다가 좌석은 매장의 외부에만 있는데 테이블과 카운터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저녁 무렵 영업을 끝낸 가게들의 앞 공간도 벤리야의 객장으로 변신한다. 심지어 골목 뒤편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도 따로 있다. 시장의 상인들과 사이가 좋은지 밤이 되면 이웃 가게의 공간도 사용한다. 그야말로 확장성 하나는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성이 좋다. 내부는 오롯이 음식을 만드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아주 좁은 주방공간에 생생함이 살아있다. 한시도 몸을 멈추지 않는 주방 요리사들을 보며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바쁜 손놀림에서 마법처럼 음식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내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공간의 넓고 좁음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벤리야는 교자(餃子)와 소룡포(小籠包)가 유명한 집이다. 프라이팬에서 잘 구워낸 교자의 그 매혹적인 색상이 정말 좋다. 기름에 굽다가 물을 조금 뿌린 후 뚜껑을 덮으면 프라이팬에 맞닿은 부분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른바 '마이야르 반응'이다. 우리가 '교자'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릿속에 떠 올리는 그 장면은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시원한 나마비루와 교자의 조합이 주는 즐거움은 이젠 일본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초빼이도 오키나와에 머무르는 동안 두 번이나 이 집을 찾았다. 벤리야의 교자와 소룡포, 그리고 오키나와의 전통 음식들의 맛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


원래 교자는 중국에서 넘어온 음식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섣달 그믐날 새해를 맞이하며 먹던 음식이었다. 교자의 한자 '餃子'는 '자식을 많이 낳아 번성한다'는 의미의 '交子(교자, 쟈오쯔)'와 발음이 유사해 새해를 맞는 경사스러운 날에 먹었다. 마치 우리가 섣달 그믐날 단팥죽을 먹거나 일본인들이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를 먹는 것처럼 '무언가를 기원한다' 점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 교자가 처음 일본에 전해진 것은 에도 시대. 그러나 처음엔 그리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교자가 일본인들의 눈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청일전쟁 직후다. 중국 땅으로 진출한 일본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 현지인들의 식생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중국에서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며 다시 교자를 들고 왔다. 그 후 불과 2~3년 만에 일본에서는 교자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일본인들에게 교자라는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본격적인 교자의 역사는 100년이 채 되지도 않는다고 하는 것이 조금 놀랍기는 하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저. 류순미 역. '식탁 위의 일본사'. 더 봄. 2023.01.16. P.243~244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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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만난 홋카이도 닛카 위스키 심볼

벤리야는 처음엔 잡화와 반찬을 팔던 가게였다. 현재의 사장님이 2000년대 초반(2004년) 아버지에게 이 가게를 물려받은 후 음식과 술을 파는 가게로 새롭게 출발했다.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2000년대 초반은 사카에마치 시장에 관광객이 몰려들며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사장님의 과감한 '업종 전환'은 꽤 성공적인 편이었다. 게다가 음식도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잘 구워낸 야끼교자가 이 집에서의 첫 음식이었다. 일본의 만두는 꽤 맛있다. 그 맛의 기원이 진정한 맛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로 인한 것인지 분간을 잘 되지 않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중국의 만두가 다양한 속재료와 향으로 그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 나간다면 일본의 교자는 중국의 그것에 비해 무게감은 덜하지만 그 나름의 분명한 영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만두를 대하는 시선의 차이일 것이다. 중국에서의 교자나 만두는 한 끼 식사의 개념이 강하다. 그래서 꽤 묵직한 편이다. 마치 헤비급 선수의 펀치 같은 느낌이랄까? 그에 반해 일본의 교자는 라이트급 선수와 같다. 묵직하지는 않고 스피디와 기교에 중점을 두었다. 한 끼의 식사라기보다는 맥주와 함께 마시는 안주 또는 라멘집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서브'의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교자를 주문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빛깔 좋은 교자를 안주로 나마비루 한 잔을 가볍게 비웠다. 2월 평균기온이 20도 언저리를 넘나드는 기온이라 조금만 걸어도 몸에 열이 오르기 딱 좋다. 어중간하게 더운 날씨가 맥주를 넘기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 나마비루와 교자의 조합은 가볍고 부담 없어 본격적인 술자리를 위한 워밍업으로 좋다. 빠르게 비운 맥주잔을 직원에게 돌려주며 하이볼 한 잔과 소룡포를 추가했다. 조금은 도수를 높여도 교자는 잘 받아준다. 조금씩 무게감이 있는 요리로 넘어가기 전까지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한다. 조금은 드라이한 야끼교자를 한편으로 밀고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소룡포(샤오롱바우)를 입에 넣는다. 기대했던 그 맛이다. 오키나와의 음식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기본 베이스는 탄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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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위에 샤오롱바오를 올리고 젓가락으로 아랫부분을 터트려 육즙을 조금 뺀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입에 넣으면 입 속에서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그야말로 '모양 빠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먹은 샤오롱바오보다는 품고 있는 육즙이 조금 적은 느낌이었지만, 육향은 그대로 품고 있었다. 과연 교자와 샤오롱바오가 유명하다는 소문이 날만 하다. 생강채에 쓰는 중국식 발효식초(초간장)가 아니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듬뿍 담아준 생강채에 간장을 부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진하고 농후한 맛의 샤오롱바오와 하이볼의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술이 조금 밀리는 느낌이 들어 강공을 선택했다. 아와모리주(泡盛)를 주문했다.


술은 참 좋아하지만 잘 마시지 못하는 초빼이는 특이한 취향이 있다.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독주도 즐기는 편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양주류(위스키 종류 등)를 입에 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주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술에 대한 편식('편음'이라 해야 하나?)이 심하다. 일단 양주잔을 받으면 1차적으로 '향'에서 거부감을 느끼고 잔을 들어 목으로 넘기면 그때부터 '버닝'하는 느낌이 식도부터 위장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정도로 끝난다면 그래도 참고 마시겠지만 하루 종일 목에 고통을 느끼고 속도 좋지 않은 상태로 계속된다. 그래서 아쉽게도 양주를 마시지 못한다. 한데 그렇다고 독주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보드카나 데낄라 등의 술은 없어서 마시지 못하고, 도수가 높은 중국술이나 일본의 소츄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 그런 초빼이에게 아와모리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본토의 소츄보다는 훨씬 더 도수가 높기 때문에 조금은 밋밋한 듯한 일본술에 대한 아쉬움을 아와모리주가 일부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아와모리주는 항상 '언더록(ロック, 롯쿠)'을 선호하는 편이다. 시원한 목 넘김과 높은 도수에서 오는 알코올의 자극이 너무나 상반되고 이질적이지만 거기서 느끼는 쾌감이 있다. 거기에 아와모리 특유의 군내(흑색 효모의 작용이 아닐까 추측한다)가 주는 독특함도 즐긴다. 벤리야에는 '쿠슈(古酒)'는 없지만 적당한 수준의 아와모리주를 판매한다. 아와모리주는 오키나와의 음식과 궁합이 좋다. 옆 자리에 앉은 중국인 노(老) 부부도 아와모리주를 즐기셨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분들도 아주 오랜만에 오키나와에 여행을 와 이 집을 다시 찾았다고 하셨다. 중국인답지 않게(?) 굉장히 점잖고 예의 바른 그분들을 보며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을지도 모를, 아주 오래전 인연을 맺었던 초빼이와 성이 같았던 중국 아저씨(金, 중국어로는 '진'이라 읽는다)가 떠올라 잠시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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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와 샤오롱바오도 좋았지만 사이드 메뉴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잘 데친 죽순을 고추기름에 절인 '다케노코라유즈케(竹の子ラー油漬け)'는 너무나 식감이 좋았고 '야키나스(焼き ナス, 구운 가지)'는 그 청량함과 색다른 외향이 인상적이었다.


단단한 죽순을 잘 다듬어 고추기름에 절인다는 자체가 우리의 음식과는 접근방식이 차이가 있다. 한데 그 서걱서걱한 식감의 죽순과 고추기름의 향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부담 없는 술안주로 곁들이기엔 이만한 것도 없다. 아와모리주의 묘한 군내도 잘 받아들이며 뭔가 독특한 흥취마저 안겨주었다. 와인을 마실 때 쓰는 '페어링'이라는 단어를 아와모리주에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야키나스(구운 가지)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외향에 잠깐 움찔하기도 했다. 일단 가지의 사이즈가 우리의 그것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손가락 사이즈 정도의 크기에 조금은 통통하다. 그런 가지를 구워 껍질을 벗겼다. 그리고 가쓰오부시를 우린 차가운 육수를 붓고 그 위로 실파와 가쓰오부시를 얹어 낸다. 구운 가지의 식감이야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차갑게 내는 냉채와 같은 느낌의 구운 가지 향과 그 청량한 맛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만했다. 가쓰오부시 특유의 향과 구운 가지의 옅은 불향이 잘 어우러져 기막힌 조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청량감 한 스푼 그 위에 올리니 술자리의 마무리를 하기에 이만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작고 허름한 시장의 만두집에서 이렇게 또 두 번의 밤을 보냈다. 첫 방문은 아와모리주의 보고인 '우리즌'에서 1차를 마시고 2차로 이 집을 찾았고, 다음번 방문은 웨이팅을 하기 싫어 매장의 오픈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했다. 두 번째 방문엔 남자 직원이 다시 찾아온 것을 기억해 줘 기분 좋은 시작도 할 수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오키나와 전통시장 만두집에서 기분 좋은 자리를 가질 수 있었음에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사시 시험을 준비하는 것처럼 메뉴를 더듬더듬 읽어도 차분히 기다려주는 곳이라 더 편했다. 오키나와를 다시 찾게 된다 해도 아마 이 집은 다시 들르지 않을까? 사카에마치 시장(栄町市場)의 만둣집 벤리야(べんり屋 玉玲瓏)이다.


아! 혹시 중국 술을 좋아하신다면, 이곳에서 소홍주도 한번 마셔보시길 권한다. 초빼이는 소홍주를 몇 번 마셔본 터라 따로 주문하지 않았지만 일본의 만두 전문점에는 소홍주를 파는 곳이 꽤 있다. 여행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경험이지 않을까?


[추가 팁]

1. 매장명 : 벤리야(べんり屋 玉玲瓏)

2. 주소 : 388-1 Asato, Naha, Okinawa 902-0067 일본

3. 영업시간 : 월~토 17:00~22:30 / 일요일 정기휴무

4. 주차장 : 주차장은 별도로 없음. 사카에마치 시장 공영주차장 이용.

5. 참고

- 예산 : 1인당 1,000~3,000엔(술을 마실 경우)

- 현금 계산

- 연락처 : +81 98-887-7754

6. 이용 시 팁

- 워크인으로 가야 하는 곳이다. 예약을 따로 받지 않는다.

- 손님들의 구성을 보면 여행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제거리의 관광객 대상 술집이 지겨워졌다면 이곳이 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 추천 메뉴 : 교자와 샤오롱바오는 무조건 추천. 야키나스(焼き ナス, 구운 가지), 다케노코라유즈케(竹の子ラー油漬け), 시지미노쇼오유츠케(シジミの醤油漬け, 재첩 장아찌) 등.


https://maps.app.goo.gl/zUCtpXVKWVhvnse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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