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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Okinawa, 타코 라이스(タコライス)

163.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시 찰리 타코스(チャーリー多幸寿)

by 초빼이

타코(Taco)는 멕시코의 전통 음식이자 국민 음식 중의 하나이다.

인도 음식의 '난'과 같은 '토르티아'라는 얇은 빵에 고기와 채소 등을 올리고 소스를 뿌린 후 먹는 음식이다. 일종의 핑거 푸드(Finger Food)로 멕시코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안토히토, antojito)이기도 하다. 안토히토를 영어로 표현하면 '소소한 갈망(Little Ceavings)'라는 의미라는데, 멕시코는 오후에 제대로 된 정찬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 아침이나 저녁에는 '안토히토'로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음식을 표현하는 단어의 의미나 하루의 끼니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해 보면 중국의 '딤섬(點心)'과도 그 의미가 닿아있다.


일반적으로 토르티아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것(토르티아 데 마이즈, Tortilla de maiz)을 사용한다. 간혹 밀을 토르티아의 재료로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멕시코에서는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타코를 부르는 명칭은 토르티아가 아니라 타코에 들어가는 살사(Salsa)와 재료에 의해 그것을 부르는 명칭이 결정된다. 이러한 멕시코의 전통음식 타코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갔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은광산 개발 열풍은 엄청난 수의 멕시코 이민자들로 하여금 국경을 넘게 만들었다. 멕시코 사람들이 늘어나며 그들이 거주하던 지역에서는 당연히 멕시코 음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타코(Taco)이다. 멕시코의 음식은 미국인들도 즐기기 시작했고 그들의 요리에 멕시코식 요리나 요리방법 또는 식재료들을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이른바 '텍스멕스(Tex-Mex)'라 부르는 미국 남부지방의 요리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타코는 몇 가지 변화를 겪게 된다. 타코의 속재료에 미국식 식재료를 사용하며 미국식 타코로 모양을 바꿨다. 열을 가해 녹인 치즈를 넣기도 하고, 간 고기를 넣기도 했으며, 강낭콩, 사워크림 등의 재료도 넣었다. 게다가 옥수수가 아닌 밀가루로 만든 토르티아나 옥수수 하드쉘을 주로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국식 타코로 굳어지며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거기에 고기를 굽거나 삶아 채소와 함께 제공하는 등 손으로 싸 먹는 멕시코식 타코와 달리 미국식 타코는 모든 재료를 조리하여 쉘 안에 담아내며 손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정형화했다. 이와 함께 세계 각지로 진출한 미군 덕분에 대중화되고 세계적으로 타코를 알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치 코카콜라가 미군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간 것과 유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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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세계 대전의 종전과 함께 오키나와를 점령한 미군은 오키나와 곳곳에 미군 기지를 건설하였다. 일본 내 미군 기지의 75% 이상이 일본 영토 중 0.5~0.6%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 오키나와에 집중 배치되었다. 당연히 미군을 위한 시설이 늘었고,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들과 편의 시설이 늘어났다. 미군과 그들 가족의 안전을 위해 미군은 'A 사인' 제도를 운영했다. 'A 사인'을 받았던 '잭스 스테이크 하우스'처럼 이번에 소개할 집도 이제는 몇 남지 않은, 'A 사인'이 빛나는 가게이다. 오키나와 최초의 타코 하우스 '찰리 타코스(チャーリー多幸寿, Charlie's tacos)가 바로 그곳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멕시코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온 타코는 어느새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당시 오키나와에서 미군 식당에 근무하던 이 집의 창업자 '가쓰다 나오시(勝田直志)'는 미군들이 자주 주문하던 타코를 보고 자신의 타코 식당을 창업하였다. 찰리 타코스는 오키나와의 중앙인 오키나와시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는 해외에 전개된 미군 기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가데나 공군기지'가 있다. 600만 평에 이르는 엄청난 면적의 이 기지는 한국 전쟁 시 원산 상륙 작전에 동원된 미 해군 구축함과 폭격기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찰리 타코스는 오키나와 시의 북쪽에 있는 파크애비뉴 거리의 초입에 자리한다. 파크 애비뉴는 일본의 거리라기보다는 미국의 소도시 쇼핑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한때는 미군이 넘쳐나던 거리였던 이곳은 지금은 가데나 기지가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이며 옛 영화를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저녁 시간이 아니라 평일 낮에 방문하였지만,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은 흔적이 역력한 가게들이 많다. 게다가 문을 열어 놓은 가게도 기념품점이나 군인들의 휘장(패치) 등을 판매하는 곳이 전부라 조금은 휑한 느낌도 들었다. 렌터카를 주차하고 3분여를 걸어 올라가 찰리 타코스 앞에 섰다. 이 거리에선 오로지 이곳만이 생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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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타코스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국적임'이다. 일본의 거리답지 않게 각종 영어 간판들만 즐비한 이태원 거리 같은 곳 한가운데서 영업하는 멕시코 음식점이라니. 3개국의 서로 다른 이질적 분위기가 길게 뻗은 하나의 길 위에서 섞여있다. 가타카나와 한자의 음을 차용해 쓴 '챠리 타코스'라는 네온 간판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오히려 크게 적힌 일본어 간판이 이 거리에선 더욱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게다가 매장 앞 테이블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앉아 떠들고 있었으니 그런 느낌은 더했다. '스카시'로 유리에 붙인 일어와 영문 소개글이 80년대의 오래된 노포 분위기를 풍기며 그 존재감을 더 키웠다.


찰리 타코스가 개업한 시기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은 1956년. 내년(2026년)이면 창업 70년이 된다. 53세의 초빼이가 만난 69살의 찰리 타코스는 요즘말로 꽤나 '힙'한 분위기의 가게였다.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의 레트로 콘셉트 매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분위기. 차이는 을지로의 매장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옛날 풍의 가게이지만, 이곳은 기나긴 시간을 견뎌오며 지켜오던 옛 모습 그대로라는 것.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그 레트로한 향은 더욱 농후해진다.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보이는 천장의 조명 덮개는 이미 빛이 바래 이 매장의 업력을 대변해주고 있었고, 나무판자로 마감해 놓은 벽의 조금씩 벗겨진 니스칠은 초빼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살았던 집의 벽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이 가게는 유명인들의 '사인지'보다 함께 찍은 고객들과 스타들의 사진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특이했다. 빛바랜 오래된 칼라 사진 한 장이 주는 고풍스러움은 '70년 된 노포'라는 몇 마디의 수식어보다 더 강렬하게 이곳의 업력을 잘 보여준다. 앞에 선 몇 명의 손님 뒤로 슬며시 붙었다. 이미 가게를 찾기 전부터 '무엇을 먹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상태라 주문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카운터 앞에도 세심하게 영어와 일어가 병기된 메뉴판이 있어 헤매지 않아도 되었다. 초빼이의 주문은 '찰리스 콤보 밀(チャーリーセット)' 중 타코 1개와 타코 라이스(タコライス, 이곳에선 '찰리스 라이스'라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음료 1개가 포함된 세트 메뉴. 불과 1시간 전까지 세끼를 먹은 상태라 적절한 양의 조절이 필요했다. '찰리스 콤보 밀' 메뉴는 크게 타코가 숫자에 따라 A(1개), B(2개), C(3개)로 나누고 그것에 따라 타코 라이스의 사이즈(Small, Regular, Large)를 정하고 그에 맞는 값을 지불하면 된다. 입장하자마자 카운터에서 주문과 계산을 하고 기다리면 콜을 해준다. 아마도 운전만 아니었으면 콜라 대신 맥주를 선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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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타코는 오키나와로 건너오며 또 한 번의 변화를 겪게 된다. 보통 팬에 구워서 내는 토르티아는 오키나와로 건너오면서 기름에 튀긴 토르티아로 바뀐다.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하드쉘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타코를 입에 넣으면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의 경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번째 변화는 타코의 식재료를 활용해 일본식 타코라 할 수 있는 '타코 라이스'를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미국의 귤이 태평양을 건너와 오키나와에서 탱자가 되어 버린 것. 타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재창조해 내는 일본인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음식이다.


실질적으로 타코 라이스는 오키나와 타코 전문점들의 '생존에 대한 궁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며 일본은 국가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1980년도 1달러당 226엔이던 엔화의 환율은 1985년 미국의 대일적자 개선이 주목적이었던 '플라자 합의' 이후 168엔(1986년, 1988년엔 128엔)까지 올라간다. 엔화의 가치가 급등하자 환율 덕분에 풍족한 생활을 영위했던 미군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급격한 환율의 변화에 미군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 이에 오키나와의 타코집들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상에 내놓은 것이 일본인을 위한 메뉴인 '타코 라이스'다. 때마침 일본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1972년 미국에서 일본으로 반환된 후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인들이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원래 타코 라이스는 1984년 오키나와 '긴정(긴조, 金武町)'에 있던 파라센리(パーラー千里, 2015년 폐업)라는 타코집에서 개발해 낸 음식이었다. 미군 기지 바로 앞에 있던 파라센리는 엔고로 인한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았던 곳. 그만큼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라센리에서 처음 개발한 타코 라이스를 오키나와 전역으로 퍼트린 곳은 킹 타코스(キングタコス)라는 타코 전문점이었다. 찰리 타코스도 84년 이후에 타코 라이스를 메뉴에 추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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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타코 라이스였지만, 실제로는 타코동(タコ丼)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음식이다.

접시에 밥을 얇게 펴, 그 위에 간 고기를 올리고 치즈를 올린다. 타코에 들어가는 채소(양배추와 토마토)는 옆에 따로 놓았다. 채소를 옆에 따로 빼놓았기 때문에 타코 라이스라 부르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초빼이는 따로 빼놓은 채소도 함께 올려 먹었다(다른 타코 전문점에선 채소도 밥 위에 올려 낸다). 치즈 위로는 소스도 뿌렸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의 조합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 타코 라이스를 떠먹는 방법에 따라 돈부리도 되었고 잠깐은 비빔밥도 되었다. 심지어 타코 소스의 매콤한 맛도 나쁘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입장에선 토르티아의 가벼움보단 쌀밥이 주는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았다. 거기에 이국적인 타코의 재료들이 올려졌기에 그들에게는 보통의 '일상식'이 아닌 오키나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식'의 느낌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쇠 숟가락의 느낌도 좋았다. 일본의 음식점에서 쇠숟가락을 접할 수 있는 곳은 양식집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아무래도 밥을 떠먹는 용도로 쓰이다 보니, 양식기(洋食器)라기 보단 우리의 밥 숟가락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수저의 형태도 수프용이 아니라 밥 수저와 유사했다. 오래된 음악이 풍경처럼 공간을 메웠다. 음식을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늦은 식사를 위해 나온 사복입은 군인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의 군인이든 군인들은 그들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있다. 노포 순례자로 보이는 일본인들도 조금씩 길어지는 줄에 끼어 있었다. 일본어가 조금만 더 능숙했다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그들과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조금씩 길어지는 줄에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타코를 먹으며 손에 묻었던 기름을 닦아내고, 반쯤 남은 콜라를 마저 비웠다. 조금씩 쇠퇴하고 있는 거리에서 유일하게 생동감이 넘쳤던 찰리 타코스는 노포로서, 그리고 'A 사인'의 업소로서 그 힘을 잃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사전 리서치에서는 우리가 어릴 적 추억의 노포를 찾는 것처럼 어릴 적 군인 아버지와 함께 다녔던 오키나와 타코 하우스의 추억을 찾는 미군 가족의 댓글을 보며 공감대가 생기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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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쌀밥을 토르티아로 쓰던 그 타코 집이 그 자리에 있나요?"라는 물음으로 시작했던 그 글을 보며, 어릴 적 추억이 깃든 노포의 맛을 찾는 것은 미국인이나 우리나 모두 똑같은, 인간으로서 공통으로 가지는 감정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오키나와현 오키나와 시의 노포 타코 하우스 '찰리 타코스(チャーリー多幸寿)다.


[메뉴 추천]

1. 1인 이상 방문 시 : 찰리스 콤보 밀을 추천.(소고기, 치킨, 참치 중 선택)

- 취향에 따라 타코나 타코 라이스, 샌드위치, 엔칠라다, 파스타, 리조토 샌드위치, 핫도그 등을 주문 가능.

- Drink A는 콜라, 환타, 칼피코(원래 명칭은 칼피스이나 '소의 오줌'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 미국에서

는 칼피코(Calpico)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오렌지 주스, 재스민차, 우롱차, 커피, 홍차 중에서 고를

수 있다.

- Drink B는 망고주스, 구아바 등의 주스류. 맥주는 오리온과 코로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Drink B와 맥주류는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바꿀 수 있다.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매장명 : 찰리 타코스(チャーリー多幸寿)

2. 주소 : 4 Chome-11-5 Central, Okinawa, 904-0004 일본

3. 영업시간 : 금~화 11:00~18:00, 수요일 11:00~17:00 /목요일 정기휴무

4. 주차장 : 별도의 주차장 없음.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5. 참고

- 예산 : 1인당 800~1,500엔

- 현금, 카드 가능.

- 연락처 : +81 98-937-4627

6. 이용 시 팁

- 전용 주차장이 없어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계산 시 카운터에 요청하면 주차권을 준다고 한다.

(초빼이는 깜빡 잊어먹고 주차권을 받지 못했다)

- 매장에 들어가면 주문과 계산 먼저 해야 한다.


https://maps.app.goo.gl/4XGZAYZicHpPx3s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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