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가 아니다. 앙가케 스파게티다. 요코이(ヨコイ)

197. 나고야시 나카구 요코이(スパゲッティ·ハウス ヨコイ 住吉本店)

by 초빼이

일본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초빼이는 '재창조 능력'이라 하고 싶다.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것으로 재창조하여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이 장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본을 다시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주요 요인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본인들의 특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섬나라라는 지리적 제한으로 인해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은 대륙에서 전해진 문물에 자신들만의 특성을 부여하여 완전히 새로운, 일본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에서 시작했을 것 같다. 이런 일본인들의 모습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분야가 음식분야다.


포르투갈의 '프리터'가 일본의 에도시대에 튀김옷을 입히고 참기름에 튀긴 '덴뿌라'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고 포르투갈의 과자는 일본만의 '카스텔라'로 1624년부터 팔리고 있다. 서양의 빵은 일본에서는 속에 '팥앙금'을 품으며 '앙팡'이 되고, 커틀릿은 두꺼운 돼지고기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후 채 썬 양배추, 밥, 미소시루와 함께 먹는 '일본식 돈가스'로 자리 잡았다. 서양식 오믈릿은 볶음밥과 결합하여 '오므라이스'가 되었고, 인도의 카레가 영국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일본인의 손에서 '일본식 카레'라는 한 그릇 음식으로 재탄생하였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즐겨 먹던 토마토 스파게티는 미군에게 전해져 일본에서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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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가사키 쇼오켄 혼텐_카스테라 / 2. 도쿄 신주쿠 덴뿌라 후나바시아_덴뿌라 / 3. 오사카 홋교쿠세이 혼텐_오무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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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코하마 센터그릴_나폴리탄스파게티 /5. 오사카 야키니쿠 소라혼텐_야키니쿠 /6. 후쿠오카 원조하카타 멘타이쥬_명란덮밥

중국의 면요리는 일본의 다양한 국물과 결합되어 '주카소바(또는 지나소바)'라는 이름을 달았다가 '라멘'으로 정착했다. 중국의 교자(餃子)는 전후 만주 등에서 일본으로 귀향한 사람들의 손에서 '일본식 교자'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의 불고기(평양식 불고기)가 일제 강점기 하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식 '야키니쿠'가 되었고, 김치는 일본식 이름인 '기무치'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에서 들여간 명태알은 '멘타이고'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며 밥과 바게트의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국의 음식이 일본화하며 일본의 음식이 되는 4가지의 유형을 알 수 있다.

첫째는 1600년대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서양의 음식이 식재료와 미각에 맞게 바뀌며 일본화한 경우다. 덴뿌라와 카스텔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메이지 시대 이후 서양의 음식을 일본화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탄생한 음식들인데 돈가스나 오므라이스, 하이라이스, 나폴리탄 스파게티 등이 이에 포함된다. 세 번째는 중국 화교(華僑) 이민자들의 영향을 받거나 중국 음식을 기원으로 탄생한 음식인데 라멘이나 교자, 만주가 이에 속한다. 넷째는 종류는 조금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건너간 음식들이 일본화한 경우다. 일본식 야끼니쿠나 호르몬(호르몬은 사람들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있다), 기무치 그리고 맨타이고(明太子) 등이 이에 속한다.(어쩌면 평양식 불고기의 원형은 일본에 가장 정확하게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이야기할 음식도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화된 음식 중 하나다.

이미 일본 전국적으로도 유명하여 나고야를 대표하는 음식인 '나고야 메시(名古屋めし)'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인 '앙가케 스파게티'가 바로 오늘의 화두다. 앙가케 스파게티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를 중심으로 발달한 '아주 독특한' 형태의 스파게티다. 일본의 여러 예능방송에서도 다루며 '가장 독특한 음식 1위'에 수차례 선정될 만큼 일본인들도 재미있게 보는 음식이기도 하다.

KakaoTalk_20250506_164831775_26.jpg 요코이 A 런치(¥1,240)_미라칸(ミラカン)과 하무카츠(ハムカツ)

앙가케 스파게티는 일반적인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달리 진득하고 걸쭉한 소스를 사용하고, 굵은 면과 함께 엄청나게 다양한 고명(소시지, 야채, 햄, 돈가스 등)을 올려 내는 음식이다. 나폴리탄 스파게티처럼 토마토(케첩) 소스를 쓰는 게 아닌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에 전분을 풀어 농후하게 만든 소스가 특징인 음식. 사실 이 스파게티의 핵심은 엄청나게 다양한 고명과 '진득진득'하다고 느껴지는 농후한 소스다. 앙가케 스파게티에는 무려 2개국의 음식(조리법)이 믹스되어 있다. '파스타'라는 이탈리아의 음식과 중국 요리에서 '고천(勾芡)'이라 부르는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만드는 소스'를 만드는 조리법이 일본인의 손에 의해 결합되었다.


'앙가케(あんかけ)'라는 이름에서 이미 이 음식의 특징을 그려낼 수 있는데, '앙(あん)'은 '걸쭉한 소스' 또는 '녹말을 풀어 걸쭉하게 만든 것'을 의미한다. '카케(かけ)'는 '끼얹다' 또는 '뿌리다'라는 의미로 앙가케 스파게티는 말 그대로 '스파게티 위에 걸쭉한 소스를 뿌린 음식'이라는 의미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일본 요리에서 '앙'이라는 의미는 '녹말가루(감자나 고구마 전분)를 사용'하여 국물이나 소스를 끓여 '걸쭉하게 만들고', 그것을 재료 위에 끼얹거나 뿌리는 요리를 의미한다.


'고천(勾芡)'이라는 조리법은 열을 오래 보존하고 재료에 소스를 입혀 맛을 유지하게 하며, 요리에 광택을 유지하고 다양한 재료를 하나로 묶어 완성된 요리로 만드는 것이 목적인 조리법이다. 일본 음식에서는 '텐신항(天津飯, 천진반, 계란덮밥 위에 걸쭉한 소스를 끼얹은 요리)'나 '앙가케 야키소바(あんかけ焼きそば, 걸쭉한 소스를 얹은 볶음국수)'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중식당 요리 중에도 짜장면이나 탕수육 소스, 울면, 유산슬 등에서 고천을 활용한 조리법을 볼 수 있다.


요코이는 1959년부터 시작한 곳이다. 창업이나 개업이라는 단어가 아닌 '시작'이란 단어를 쓴 데는 이유가 있다. 앙가케 소스를 연구하기 시작한 해가 1959년이기 때문. 창업자인 요코이 히로시(横井博)는 당시 나고야 국제호텔의 양식부문 셰프로 근무했던 사람이다. 당시 일본에서 익숙하지 않던 이탈리아 요리와 스파게티를 일본인들에게 친숙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일본 우동의 느낌과 비슷해 거부감이 적은 스파게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데미글라스 계열의 양식 소스와 이탈리아식 미트소스를 결합한 소스를 연구하여 '앙가케 소스(요코이 미트소스)'를 만들어냈다. 1961년 공동출자를 통해 나고야에 '스파게티 하우스 소레(そ〜れ)'를 오픈하였고 1963년 10월 독립하여 '스파게티하우스 요코이 스미요시 본점'을 열었다. 1970년과 75년 두 번의 이전 후에 지금의 자리에 자리 잡았다. 초대 대표인 요코이 히로시(横井博)를 시작으로 2대 요코이 노부오(横井信夫)를 거쳐 현재는 요코이 신야(横井慎也)가 3대째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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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코이의 미트소스 설명 / 2.요코이 내부 / 3. 반투명 유리로 가려진 주방내부와 나고야메시 인증마크

요코이가 처음 개점하였을 때는 앙가케 스파게티가 시그니쳐 메뉴는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피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제공했고, 정작 창업자가 오랫동안 연구해서 만든 앙가케 스파게티는 주문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앙가케 스파게티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며 인기 메뉴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의 버블 경제 시대에는 심야 2시까지 영업시간을 늘리고 배달까지 하면서 그 인지도를 더욱 넓혀갔다.


앞서 다른 노포를 들리느라 초빼이가 들린 시간은 가장 혼잡한 시간이었던 점심시간이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꽤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2층의 복도 공간은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이 한낮의 열기를 차분히 식혀주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식당의 직원이 나와 인원수를 파악하고 들어갔다. 식사를 일찍 마친 사람들이 한두 명씩 나오자 가게 출입구 쪽으로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다. 걸쭉한 소스의 진한 풍미가 조금씩 열린 문틈 사이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20여분 전에 식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꽤 오래된 노포지만 아직까지는 일본에서 흔치 않은 주문용 태블릿이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었다. 갓 오픈한 가게나 엄청나게 큰 규모의 가게에서 볼 수 있던 주문용 태블릿까지 구비해 놓은 것을 보며 조금은 신선한 충격도 들었다. 왠지 나이 든 종업원들이 오래된 메뉴판을 들고 주문을 받고 서빙할 것 같은 노포에서 가장 최신식의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일본도 우리의 요식업계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태블릿으로 A런치 세트(미라칸+하무(햄) 카츠)와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주방 바로 앞의 카운터석이기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을 조금씩 훔쳐볼 수 있었다. 매콤한 후추 냄새가 매장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음식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코이의 스파게티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굵기 2.2mm의 면을 익히는 시간정도다. 소스는 1주일 전에 만들어 숙성을 시켜 사용한다. 면을 삶고 팬에 올려 볶는 시간 동안 소시지와 햄, 베이컨에 야채를 함께 넣고 따로 볶는다. 면이 다 익으면 접시에 면을 올리고 소스를 뿌린 후, 함께 준비한 고명을 올려 손님에게 낸다. A런치를 구성하는 '미라칸(ミラカン)'은 '밀라네즈(Milanaise, 토마토·버섯·잘게 저민 고기, 햄, 소세 따위로 맛을 낸 스파게티)'에 양파, 피망, 버섯 등의 야채 재료가 들어간 '컨트리(カントリー, 채소를 의미)'를 결합한 메뉴다. 요코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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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가 테이블에 오르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매콤한 후추 냄새다. 꽤 많은 후추를 썼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지만 1주일의 숙성 기간을 통해 그 기세를 누그러트리며 깊이는 더했다. 눈으로만 보기에도 음식의 양이 꽤 많아 보였다. 면과 소스를 먼저 맛보았다. 매콤한 후추의 향이 코보다는 입에서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앙가케 소스의 풍미와 식감이 꽤 흥미로웠다. 토마토의 맛이 매운맛이 함께 느껴졌다. 그 외에 다른 재료가 섞여있는 듯했지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파스타의 소스와 다른 끈적함이 매력이기도 했지만 이상하기도 했다. 흔히 맛볼 수 있는 이태리식 파스타와는 확실히 무언가 달랐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 싶을 때, 하무가츠를 한 조각씩 떼먹었다. 베이컨과 비엔나 소시지의 텍스쳐가 잘 볶은 야채와 잘 어울렸다. 일반 파스타면에 비해 조금 굵기는 했지만 파스타의 면의 종류가 워낙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조금은 느끼할 수 있는 스파게티를 후추의 매콤함이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주변에서 식사하던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과 자리를 바꿨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란 게 그렇다. 1시간의 점심시간을 잘 쪼개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10~20분에 식사를 마치고 근처 커피집에서 차를 마시거나 후식을 먹은 후 간단한 산책까지 하는 게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패턴이다.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의 직장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원체 이들의 식사양이 많기도 하지만 그 음식들을 빠른 시간 내에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후식이나 산책을 위해 서둘렀을 테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자면 요코이의 앙가케 스파게티는 철저하게 직장인과 서민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일상을 함께하는 음식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많지 않은 돈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자, 빠르게 먹을 수 있어 소중한 점심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음식이었다. 맥주 한잔과의 궁합도 좋았다. 아주 오래전 점심시간에 반주로 마시던 시절의 기억도 떠 올랐다. 무려 20여 년도 훨씬 전의 추억이었다. 그렇게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그때는 그런 일이 허용되기도 한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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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스파게티 집에서 초빼이의 20여 년 전 직장생활을 떠 올리게 되다니.

짙은 청색이나 검은색 계열의 슈트와 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을 보니 예전 직장이 있던 광화문 일대가 떠 올랐다. 아침과 저녁으로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건물 지하의 식당가에서 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던 곳이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어느 빌딩 지하의 얼큰한 대구탕을 잘하던 집이 떠 올랐다. 일본의 스파게티 집에서 한국의 얼큰한 대구탕을 떠 올리는 이런 아재력이라니!


초빼이도 금세 접시를 비우고 계산을 마쳤다. 오래 자리에 앉아있을수록 직장인들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뺏는 것이니 평소보다 더 서둘렀다. 미소음식과 히츠마부시로 대변되는 나고야의 전통 음식과 더불어 나고야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꼽는데 앙가케 스파게티는 손색없을 것 같았다.

또 하나의 나고야 메시였다.


[추가 팁]

1. 매장명 : 스파게티하우스 요코이 스미요시 본점(スパゲッティ·ハウスヨコイ 住吉本店)

2. 주소 : Aichi, Nagoya, Naka Ward, Sakae, 3 Chome-10-11 サントウビル 2階

3. 영업시간 : 화~토 11:00~15:00, 17:00~21:00 / 일 11:00~15:00 / 정기휴무 월요

4. 주차장 : 별도의 주차장은 없음. 인근 유료 주차장 사용.

5. 참고

- 예산 : 1인당 1~1,000엔 (신용카드, 라쿠텐 페이 가능)

6. 이용 시 팁

- 점심시간 전이나 직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로 인해 웨이팅 해야 한다.

- 음식의 양이 꽤 많은 편이다. 그러나 1인 1 메뉴는 필수.

- 요코이 본점을 찾기 싫으신 분은 분점을 찾아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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