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 킷사텐에서 일본의 킷사텐이 되다. 코메다커피

196. 나고야 나카무라구 코메다커피 나고야 에키니시점

by 초빼이

나고야(名古屋)는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와 '나고야 메시(名古屋めし)'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도시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나고야는 킷사텐(喫茶店)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것. 관동지방(도쿄와 그 주변지역)과 관서지방(오사카, 교토와 그 주변지역)의 사이에 자리 잡은 중부(中部, 츄부) 지역의 중심도시로서 220만 정도의 인구를 가진 한때는 중경(中京)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대구와 엇비슷한 규모. 하지만 도쿄와 교토, 오사카 등 유명한 도시들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인구수나 규모가 훨씬 더 적은 교토, 후쿠오카 등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나고야의 킷사텐 문화는 단순히 '커피숍이 많은 도시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니라 식사와 휴식, 사교와 지역 네트워크의 기능까지 함께 맡아 온 나고야(名古屋)라는 도시의 '생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나고야 시의 킷사텐(喫茶店) 숫자는 3,111개로 나고야가 일본 전국에서 킷사텐이 가장 많은 도시로 조사되기도 했다.* 나고야가 속해있는 아이치현의 관광 안내에서도 "애치는 흔히 킷사텐 왕국이라 불린다"라고 설명하며 아이치현 전체의 킷사텐 수는 오사카부의 6,758개에 이어 2위(6,171개)를 차지하며 도쿄도보다 더 많은 킷사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 출처. 나고야시 웹사이트. 나고야 라이프(데이터로 보는 나고야의 생활 중 킷사텐)

** 출처. 일본 아이치현 2021년 경제센서스-활동조사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16.jpg 잡지를 읽고 있는 킷사텐 고객

그러면 나고야의 생활문화라 일컫는 '킷사텐 문화'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첫째 "모닝 서비스"로 음료를 주문하면 토스트나 삶은 달걀 같은 부담 없는 음식이 함께 나오는 방식이 유명하다. '음료 한 잔 가격에 '덤'이 붙는 '모닝(서비스)'가 특징이었던 것. 두 번째는 빵 중심의 아침식사로, 나고야와 아이치현의 킷사텐 문화는 쌀밥보다 '토스트와 커피'를 선호했다는 것. 전통적인 일본의 아침 식사는 미소시루에 생선구이, 흰쌀밥 그리고 절임을 올린 한 상이다. 하지만 나고야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일본식사 메뉴보다는 커피와 토스트를 선호했다고 한다. 이런 나고야 시민들의 요구를 킷사텐이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할까?


나고야의 킷사텐은 '빨리 마시고 나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오래도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신문과 잡지 등이 항상 구비되어 사람들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휴식처의 역할도 겸했다. 여전히 나고야의 킷사텐을 돌아보면 신문이나 잡지가 비치되어 매일 찾는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네 번째는 '마을 공동체'의 기능을 수행했는데 동네 주민들의 약속 장소, 상인들의 미팅 공간, 단골들의 느슨한 사교공간 역할에 충실했다. 심지어 섬유공단 근처의 킷사텐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휴식과 일 이야기를 나눴고, 심지어 외부에서 온 인사들과의 비지니스 미팅도 이곳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공장 안이 너무나 시끄러웠기에 공장 주변의 찻집이 미팅 장소로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 킷사텐의 역할이 도시의 경제와 연결될 정도로 확장하였다.


시민들의 생활에 서서히 녹아들며 나고야의 킷사텐은 나고야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2012년~2015년까지 일본의 킷사텐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사람들이 나고야의 시민들이었다. 1년간 평균 13,303엔~14,301엔(한국돈으로 13만 원에서 14만 원)의 돈을 지출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기후(岐阜)시와 도쿄도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킷사텐_나고야시 구별 킷사텐 영업실태(2016).jpg 1. 나고야시 구별(區別) 킷사텐(출처. 나고야시 웹사이트 "나고야 라이프")
킷사텐_일본 1세대당 연간지출금액(평균).jpg 2. 1세대(2인 이상) 별 연간 킷사텐 지출 금액 평균(상위 10위)_평성 24년(2012년)~평성 29년(2017년)(출처_일본 총무성_가계조사)

지금은 일본의 전국적인 킷사텐 브랜드가 된 코메다 커피(コメダ珈琲店)는 나고야시의 외곽에 본점을 둔 작은 킷사텐이었다. 1968년 1월, 창업자 '가토 타로(加藤太郎)'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 2025년 2월 말 기준 일본 전역에 1,066개의 코메다 커피가 영업 중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가 3,025개, 모스버거 1,309개, 버거킹 337개, 롯데리아(제테리아) 278개, 프레시니스 버거 156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성격은 다르지만 유사한 업종인 카페(커피숍)의 경우, 가장 유명한 스타벅스는 2025년 말을 기준으로 매장 수 2,105개(일본)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넓은 국토와 2배에 가까운 인구수를 가진 일본이라는 국가의 환경 요인도 고려하면 카페가 아닌 '킷사텐'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코메다 커피의 규모는 결코 쉽게 생각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


초빼이는 가급적 본점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코메다 커피를 찾기로 예정했던 날 비가 쏟아져 급하게 나고야 역 뒤편의 코메다커피 나고야 에키니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코메다 커피는 보통의 동네 킷사텐처럼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연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민들과 직장인들의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기에 10시나 11시에 여는 다른 킷사와 같을 수 없었다. 코메다 커피의 가장 기본 메뉴인 '모닝(서비스)'은 개점 시간부터 오전 11시까지 제공하는 '타임' 메뉴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두터운 식빵 토스트 한 조각과 삶은 계란 한 알이 주는 그 뿌듯함이란! 커피 한잔 값에 얻을 수 있는 매일 아침의 만족감은 자연스레 초빼이조차 나고야 시민이 되고 싶은 열망을 갖게 하였다. 한 알의 삶은 계란과 한 조각의 토스트지만 우리는 '인정(人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06.jpg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10.jpg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11.jpg
코메다커피 쿠로네주(クロネージュ)

코메다 커피는 이러한 나고야 킷사텐의 모닝커피 문화를 일본의 커피문화로 확산시켰다.

도쿄의 직장인도 오사카의 아줌마도 후쿠오카의 할아버지도 그리고 홋카이도의 아가씨도 오키나와의 청년들도 매일 아침 코메다 커피에 가면 커피 한 잔 값으로 나고야의 인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시로누아르(シロノワール)'라 부르는 코메다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를 덧붙이면 든든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흰색을 의미하는 일본어 '시로(白)'와 따뜻한 데니쉬의 검정을 뜻하는 프랑스어 '누아르(noir)'를 합성하여 만든 이 디저트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식감과 따뜻한 데니시의 온도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디저트다. 데니쉬 위에 올린 아이스크림과 그 위를 가로지르며 존재감을 빛내는 시럽(꿀)의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풍족해진다.


코메다 커피는 몇 번을 찾은 경험이 있어, 나고야에서는 '시로누아르'의 파생상품이라 할 수 있는 '쿠로네즈(クロネージュ)'를 청했다. 코코아 향의 따뜻한 바움쿠헨 위에 차가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시로누아르와 마찬가지로 시럽을 뿌려 먹는 디저트다. 데니쉬보다는 바움쿠헨의 식감이 더 부드러워 좋았다고 할까? 25년 한정판으로 나왔던 '시로누아르 피스타치오 루주'나 '시로누아르 쿠루밋코'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바움쿠헨만으로도 꽤 만족했다. 2025년 킷캣과 협업하여 한정판으로 내놓았던 '초코누아르'에는 아쉬움이 아직 남았다.


차가운 물과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보는 사이사이로 옆 좌석에서 마른 종이장이 한 장씩 펄럭이는 소리가 스며들었다. 투명한 가림막 사이로 슬쩍 훔쳐보니 연세 드신 고운 모습의 할머님이 잡지를 뒤적이며 내는 소리다. 무언가 필요한 정보를 찾으시는지 메모장에 하나씩 옮겨 적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모든 이의 시선을 점령한 우리네 카페나 커피집에선 이젠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아직도 잡지를 보며 뭔가를 찾는 사람이 있네?'라는 생각보다는 '너무나 고풍스러운 모습이네'라는 생각이 더 앞섰다. 어떤 이들은 디지털화가 더딘 일본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하지만, 초빼이의 눈에는 그저 스마트 폰을 쓰기 싫어하는 개인의 취향에 관련한 문제로만 보였다. 일본의 킷사텐이기에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04.jpg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03.jpg
KakaoTalk_20250506_162855770_15.jpg

가방과 옷가지를 풀어헤치고 음식과 커피를 즐기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뜨거운 커피를 두세 모금에 비워버리고 자리를 뜨거나, 커피대신 커피집 콘센트의 전기를 빌려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잡지나 신문을 보는 등 소일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업무 미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색과 회색 슈트(일본 직장인들의 전형적인)를 입은 남녀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 작은 킷사텐의 공간을 가득 채운건 의미 없는 수다와 타인에 대한 험담이 아니라 '일상(日常)의 생활(生活)'이었다. 나고야 킷사텐의 위력이었다.


코로나의 시기를 지나며 코메다 커피는 본격적으로 전 매장을 금연지역으로 변경하였다. 본래 시작은 2020년 4월 1일 일본의 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개정되어 시행되면서부터였다. 물론 일부 매장은 흡연실과 전자담배 전용실 등을 나누어 운영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좀 더 쾌적한 공간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둡고 침침하고 담배 냄새 가득한 킷사텐의 옛 모습을 떨쳐버리고 가족 친화적인 밝은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물론 초빼이도 킷사텐의 담배연기 가득한 그 특유의 공기와 뜨거운 시보리 때문에 킷사텐을 부러 찾기도 하지만, 쾌적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비가 조금씩 잦아들며 안개처럼 흩뿌리는 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새롭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2층인지 숨겨진 공간이지 모를 곳으로 안내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고향인 나고야에서 코메다 커피는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는 코메다 커피였기에(심지어 홋카이도의 삿포로나 오키나에도 코메다 커피 지점이 있다) 코메다 커피의 본점과 시작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았다.


나고야 킷사텐은 단순히 커피만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매개로 든든한 아침식사와 휴식, 이웃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지역의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온 '생활문화'라 정의할 수 있다. 코메다 커피는 그러한 나고야 킷사의 문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전국화 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나고야의 인심은 커피 한 잔을 주문해도 '모닝(서비스)'이라는 이름하에 토스트와 삶은 계란을 함께 내주었고, '시로누아르'라는 이름으로 차가운 듯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고야의 사람들의 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우리의 옛 다방이 이른 아침이면 계란 프라이를 구워주고, 라면을 끓여내며 다방을 찾는 사람들의 아침을 함께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누군가의 아침 식사는 다방이 해결해 줬고 전날 밤늦게까지 술에 시달린 누군가의 해장도 다방 마담 누님의 라면 한 그릇이면 족했다. 전화가 흔치 않았던 시기엔 다른 이의 연락을 받기 위해 자주 찾는 다방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고, 미팅과 맞선도 다방에서 이뤄지던 시기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다방 문화의 시작이 일본의 강점기에 시작했던 것이니 그 활용에도 두 나라 모두 큰 어긋남은 없었던 것 같다. 일본의 킷사가 전쟁으로 원두대신 콩을 볶아 콩커피를 만들었듯, 우리나라의 다방도 박정희 시대에 행해진 특정외래품 판매금지 시절엔 콩을 볶아 커피의 맛을 흉내 냈다. 명확한 물증은 없으나 양국의 킷사와 다방 사이엔 무언가 이어진 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명맥이 거의 끊어진 우리 다방(불법영업을 하거나 티켓영업을 하는 다방이 아닌, 문화와 예술과 여론을 이끌었던 다방)의 모습을 보면 아쉬움만 커지고, 일본의 코메다 커피를 보면 부러움이 더 가슴이 쌓인다. 우리나라에도 코메다 커피와 같은 곳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추가 팁]

1. 매장명 : 코메다커피 나고야 에키니시점(コメダ珈琲店 名古屋駅西店)

2. 주소 : 2 Chome-3-2 Noritake, Nakamura Ward, Nagoya, Aichi

3. 영업시간 : 월~금 07:00~22:00, 토~일 07:00~21:00

4. 주차장 : 별도의 주차장은 없음. 인근 유료 주차장 사용.

5. 참고

- 예산 : 1인당 1~1,000엔 (신용카드 가능)

6. 이용 시 팁

- 2명이 방문한다면, '모닝'과 '커피+시로누아르'를 추천. 코메다 커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메뉴다.

- 따뜻한 시보리와 차가운 물에서조차 '심쿵'함을 느낀다.

- 일본 전국 어디를 가든 코메다 커피를 찾을 수 있지만, 나고야가 코메다 커피의 시발점이니 나고야를 찾으신

분이라면 한번 방문해 보시길.


https://maps.app.goo.gl/WhXRHVPiNu7EjBAo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