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가 된장 바른 돈가스라니. 미소가츠 야바톤본점.

198. 나고야 나카구 야바톤 야바초본점(矢場とん 矢場町本店)

by 초빼이


일본미소분포도_출처_히카리미소웹사이트_.jpg 일본 지역별 향토된장 분포도_(출처 히카리미소 웹사이트, 연두색 부분이 아이치현과 나고야가 있는 중부임)

나고야(名古屋)의 음식을 소개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미소가츠(味噌かつ)'다. 말 그대로 돈가스에 미소를 올린 음식이다. 일본인들은 '하다 하다 못해 이제는 돈가스에 된장을 바르'기까지 했다. 개항장을 통해 들어온 커틀렛을 가츠레츠와 돈가스로 만들며 '일본의 것'으로 만들더니 거기에 한 걸음 더 나가 '붉은 미소(赤味噌)'로 만든 소스를 올리며 '나고야(名古屋)의 음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나고야 메시 중의 하나인 '미소가츠'다.



나고야의 미소는 위 그림에서 보듯 일본 전국에서도 흔한 된장은 아니었다. 일본의 된장은 거의 '쌀'로 만든 미소이지만 나고야와 아이치현 지역은 '콩'으로 만든 아주 진하고 어두운 색을 지닌 오래 숙성시킨 미소(味噌)를 쓴다. 콩의 숙성된 풍미(우리식으로 치자면 메주냄새. 실제 메주향을 맡을 수도 있)가 일품이고 진하고 깊은 맛도 좋은 미소다. 다른 지역의 미소와 달리 누룩을 별도로 쓰지 않고 대두와 소금으로만 된장을 만든다. 거기에 더해 최소 1년 길면 2~3년의 시간을 더 쏟아붓는다. 숙성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나고야의 미소는 미소시루 같은 부드럽고 가벼운 맛의 음식보다는 '미소니코미, 미소가스, 도테니*, 미소오뎅'과 같이 진하게 끓이거나 졸이는 요리에 좋다. 맛이 진하고 깊어 기름기가 많거나 뜨거운 음식에 훨씬 더 궁합이 맞다. 진한 감칠맛과 씁쓸한 맛, 신맛 등 다양한 맛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나고야 미소는 음식의 간을 하는 양념의 역할을 넘어 음식의 특성을 특정 짓는 음식의 주재료로 자리 잡았다.

* 나고야 지역에서 즐기는 된장 베이스의 내장(소힘줄, 곱창 등) 조림요리


일본의 패망 직후, 나고야에는 굉장히 많은 포장마차(屋台, 야타이)가 생겼다고 한다. 전쟁의 피해로 모든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에 거리로 나섰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나고야의 야타이들을 가득 채운 음식은 '미소 오뎅, 미소 쿠시카츠, 미소 도테니'같은 음식들이었다. 튀김과 꼬치, 내장조림 등과 같은 음식에 미소를 얹어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집에서 자주 먹던, 그 세대 사람들의 소울 푸드들이 야타이의 매대를 채웠다. 한국 전쟁 직후 우리 요식업계에 수많은 백반집들이 생겨난 과정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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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소오뎅 / 2. 미소 니코미 우동 / 3. 미소 니코미

미소가츠는 전후 포장마차에서 유행했던, 미소 음식들을 중심으로 한 나고야 외식 문화의 '결'을 이어받았다. 야바톤의 초대 대표 '스즈키 요시오(鈴木義夫)'가 창업 이전, 포장마차를 찾아온 한 손님이 꼬치에 끼운 돈가스 조각을 '도테나베(내장조림)'의 국물에 푹 담가먹는 것에서 착안, 2년간 비전(秘傳) 미소 소스를 개발한 후 창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서양에서 들어온 많은 음식들이 대중화되며 일본인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시기였다. 개항시기를 거치며 메이드 인 일본이라는 마크를 단, 돈가스라는 음식이, 일본 전역에 퍼지기 시작할 즈음 나고야에서도 돈가스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야바톤도 이 시기 즈음 창업했다. 1947년이었다.


야바톤이라는 상호의 기원이 궁금해졌다. 현재의 본점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은 '오스'라 불리는 지역. 야바톤과 오스라는 단어에는 전혀 연관성은 없어 보였다. 야바초는 이 지역의 옛 이름인 '야바초(矢場町)'에서 따 왔다. 에도시대 이 지역에는 '야바(矢場)'라는 에도시대의 궁술 연습장(弓術の稽古場所)이 있던 곳이었다. '야바(矢場)'는 단어 그대로 화살을 쏘는 장소, 활쏘기 연습장이라는 의미다. 그 옛 이름을 상호로 사용하며 지역 사람들의 친근감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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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톤의 캐릭터 '부짱(ぶーちゃん)'

버스에서 내려 야바톤(矢場とん) 본점으로 향했다.

사거리로 접어들기 전부터 이미 초빼이의 코는 구수하면서 진한 된장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코너를 돌아 본점 건물을 보니 야바톤의 상징인 '부짱(ぶ ー ちゃん)'이 눈에 들어왔다. 이 캐릭터는 초대 대표였던 스즈키 요시오 씨가 '돈가스계의 요코즈나(とんかつ界の横綱)*'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접 그렸다고 전해진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캐릭터를 보니 '부짱'의 의상이 낯익은 듯하다. 스모 선수들이 입는 의상인 '아카 마와시(赤いまわし)'다.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의 최고위(우리식으로 씨름의 천하장사)인 요코즈나의 이미지를 연계하여 '업계 최고, 간판급 존재, 정면승부를 하는 강력함'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려 했다. 당시 일본의 국민 스포츠인 스모를 브랜드의 이미지와 연계시키며 호감도를 높였다.

* 요코즈나(横綱))는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에서 최고위를 받은 선수를 뜻한다.


점심은 지나고 저녁시간이라기엔 모호한 네시 반경 야바톤 본점을 찾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나고야 역점이나 백화점 매장도 있었지만, 야바톤의 본점은 직접 찾아보고 싶었다. 취재차 찾은 노포들이 꽤 많았기에 세트보다는 단품으로 로스 돈가스를 택했고 맥주를 한 잔 곁들였다. 이미 거리를 가득 채웠던 진한 미소의 향이 매장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고야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자주 맡을 수 있는 냄새다 보니 나고야에서 하루이틀 정도 지내다 보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향이기도 하다. 다행히 주방이 보이는 카운터 석에 앉았기에 조리하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분업화된 시스템에 움직이는 주방이 꽤나 활기차 보였다. 고기에 빵가루를 묻히는 직원과 돈가스를 기름에 튀기는 직원, 다 튀겨진 돈가스를 자르고 미소 타레를 끼얹어 내는 직원 등 굉장히 체계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카운터 석이기에 주방 직원이 직접 건네줬다. 나고야의 미소가츠와 첫 만남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기업화된 노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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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톤 로스 돈가스

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방문했지만 야바톤의 돈가스를 흡입(?)하는데 전혀 거침이 없었다. 기름에 튀겨 모락모락 김이 솟아오르는 돈가스와 진하고 구수한 일본식 된장소스의 조합이 맛이 없다 느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일게다. 맥주는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나고야의 노포를 다니며 꽤 많은 미소 요리를 먹었기에 미소타레의 맛에 이미 익숙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야바톤의 돈가스는 또 달랐다. 생빵가루와 건조한 빵가루를 섞어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묘하게 공존하는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식물성 샐러드유(콩기름, 해바라기유 등을 칭함)와 돼지기름인 '라드유'를 혼합한 기름에 튀긴 돈가스는 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을 분수처럼 내뿜었다. 입안에 점점 침이 고이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정도.


그 위로 1년 반을 숙성한 '아카미소(붉은 된장)'로 만든 특제 소스를 끼얹었다. 된장의 구수함과 기름의 고소함은 그 태생이 질적으로 달랐지만 돈가스 접시 위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마법과 같은 화학작용을 만들어냈다. 초빼이와 같은 한국인의 입에도 맞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 먹어도 자연스레 엄지를 치켜세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럽의 커틀릿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일본 도쿄에서 돈가스가 되었고, 그 도쿄의 돈가스가 나고야로 건너와 미소타레를 만나 명실공히 나고야의 향토음식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돈가스를 집어든 젓가락과 기름기를 억제해 주기 위해 집은 양배추, 그리고 입속을 디폴트 상태로 만들기 위해 더한 맥주잔이 쉴 새 없이 초빼이의 입술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도 굉장히 짧았지만 음식을 먹는 시간이 더 짧게 느껴졌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미소가츠를 먹은 시간이 몇 분밖에 되지 않아 초빼이도 조금 놀랐다. 이렇게 맛있는 미소가츠였다면 '와라지 가츠'를 주문할 건데라는 후회도 했다. '와라지(わらじ)는 '짚신'을 뜻하는 말로 일반 미소가츠의 두 배 정도의 사이즈인 미소가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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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초 본점과 나고야역 메이테츠 백화점점, 주부 국제공항점, 도쿄 긴자점에서만 매장 한정으로 판매하는 가고시마 흑돼지로 만드는 미소가츠를 맛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1주일에 14마리 분량만 입고되어 수량을 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베규처럼 일본 돼지고기의 최정점을 찍는다는 가고시마의 쿠로부타(黒豚)는 어떤 풍미를 낼지 궁금했다. 아마도 다음번 야바톤을 찾게 된다면 아침시간 오픈런을 하게 될 것 같다.


야바톤의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이곳의 초대 대표의 행적에서 마케팅의 달인과 같은 행적을 찾을 수 있었다. 미소가츠를 만들어 낸 스토리의 활용과 이른 시기부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인 감각, 마케팅에 일본의 국민 스포츠인 스모를 활용하는 스포츠 마케팅의 센스까지, 요즘의 마케터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1940년대 후반과 50년 대면 마케팅의 방법론과 이론에 대해 정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을 시기인데 어떻게 이런 감각을 가지게 되었을지. 성공하는 노포에는 무언가 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추가 팁]

1. 매장명 : 야바톤 야바초 본(矢場とん 矢場町本店)

2. 주소 : 3 Chome-6-18 Osu, Naka Ward, Nagoya, Aichi

3. 영업시간 : 월~일 11:00~21:00(단 본점 기준이다)

4. 주차장 : 자체 주차장 보유(단 공지를 참고하면 자체 주차장을 찾기가 힘들다는 안내가 있다)

5. 참고

- 예산 : 1인당 1,000~2,000엔 (신용카드 가능)

6. 이용 시 팁

- 평일엔 식사시간을 피하거나 오픈런할 것.

- 음식 양이 많은 분은 '와라지 가츠'를 주문할 것. 매장 한정메뉴인 가고시마 흑돼지 가츠도 경험해 볼 것.

- 일본 전국에 22개 정도의 지점이 있다.

나고야 시내에도 지점이 꽤 많으며 나고야 역과 추부공항에도 지점이 있으니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