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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호 Jun 07. 2023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의 죽음에 부쳐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 (1940~2023)

아침 출근길에 뉴스를 보다가 지우베르투의 사망 기사를 접했다. 분명 어제도 그제도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난데없는 사망이란 소식을 접하니 슬픔 까지는 아니지만 마치 오래된 지인이 떠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과거의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녀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30년도 더 된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스윙과 재즈에 미쳐서 종로까지 가서 LP판을 사고 대학로의 야누스 같은 까페에 가서 라이브 음악을 듣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색서포니스트인 ‘스탠 게츠’와 ‘주앙 지우베르투’ (포르투갈어를 발음할 줄도 몰라 그저 길베르토로 알고 있었다.)의 전설적인 앨범을 알게 되었고 그대로 지우베르투와 보사노바의 팬이 되었다.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The girl from Ipanema)와 코르코바두 (Corcobado)를 들으며 도대체 이파네마와 코르코바두가 어디인지 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했고 브라질이나 리우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혼자 리우의 해변에 대해 한없는 상상을 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보사노바에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앨범에 나온 가수 지우베르투가 한 명이 아니라 부부인 ‘주앙 지우베르투’와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이들의 대부분의 곡들이 ‘안토니우 까를로스 조빙’이란 한 명의 작곡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알게 되었을 때는 그의 앨범들도 모조리 어보기 시작다. 반복해서 듣는 과정에서 포르투갈어 가사도 모른 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고 그렇게 조빙과 지우베르투의 수많은 노래들이 내 젊은 날의 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리우 코르코바두의 예수상

시간이 흘러 직장에 다니고 어느덧 상상속에서만 알았던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600 킬로미터 떨어진 보사노바의 고향 리우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였고 이것은 나에게 일종의 성지순례였다. 마침내 리우로 차를 몰고 가던 날이 왔고 이때의 흥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동하는 6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날 저녁에 ‘빵 지 아슈까르 (Pao de Acucar: 포어로 설탕에 덮인 빵이란 의미)’에서 봤던 코르코바두의 야경은 지우베르투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를 걸었고 떠나는 순간에는 여기에 평생 다시 못 올 것처럼 보고 또 봤다.


비록 지우베르투는 지만 나는 그녀의 노래를 계속 들을 것이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그녀의 노래 중 ‘슬픔이여 안녕(Tristeza)’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언제나 소녀와 같은 목소리로 내 반 평생을 함께했던 지우베르투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리우의 해안 도로 (필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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