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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28.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69. 비키니와 속옷

이제 조금만 있으면 곧 여름입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바다로 계곡으로 무더위를 피하러 떠날 것입니다.



  남자들은 이 계절을 위해 한겨울 무거운 덤벨과의 사투를 벌였기에 자신의 육체미를 드러내기 위한 적당한 옷을 찾을 것이고 여성들 역시 그간 살과의 사투를 보상받기 위해 자신의 몸매를 최상으로 뽐내 줄 비키니 장만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여름은 이와 같이 여자에게 실로 축복받은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얀 모래와 파란 바다의 극명한 색깔 속에 흰 살결을 드러내며 뭇 남성들에게 숱한 긴장을 던지는 비키니의 향연. 이것은 바로 여성이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요 긴 겨울의 답답함과 일상의 고단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순간으로 오롯이 여성의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저는 중년의 나이로 햇볕 쨍쨍한 여름 바닷가에서 아슬하게 몸을 가린 젊은 여성들의 비키니 모습을 보면 쑥스러움과 함께 치한으로 오해받을 염려로 그녀들을 제대로 응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 속에서도 비키니는 작열하는 태양만큼 여름 바닷가를 한층 정열적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임을 부정하기 정녕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잠시 주제에서 좀 벗어난 감이 없지 않지만 아무튼 저는 이처럼 여름 바닷가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높여주는 비키니 수영복을 볼 때마다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비키니 수영복이 일상생활에서의 여성 속옷과 과연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성들이 일반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을 금기시 여기는 브래지어와 팬티의 속옷 차림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 이 말인 것입니다.



  사실 수영복인 비키니와 여성의 속옷인 브래지어와 팬티 같은 경우 외관상으로는 차이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성의 특정 부분을 가리는 면적은 둘 다 똑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아니 어찌 보면 디자인에 따라  비키니가 더 많이 노출된다고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 보니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옷감의 재질 또는 비키니와 브래지어라 불리는 대상의 이름 그리고 수영복과 속옷이라고 구분 짓는 우리들의 관념적 인식의 차이가 다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비키니와 속옷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보류해 두고 우선 우리나라의 법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법에는 풍기문란이라는 죄가 있습니다. 이는 풍속이나 규범 따위를 어지럽히면 성립될 수 있는 죄로 보통 남녀 모두 전라의 모습이나 남자는 팬티 한 장 또는 여자는 브래지어와 팬티 정도만 걸친 채로 길거리나 공공장소를 활보하면 적용되는 법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속옷만 입고 다니면 풍기문란이라는 죄로 법적처벌과 함께 사회적 지탄까지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노출 수위는 같더라도 속옷이 아닌 비키니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비키니를 입은 여성에 대해서 풍기문란 죄니 뭐니 하며 사회적 지탄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만약 비키니 차림의 여성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상하다고 역공을 당할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앞에서도 구구절절 이야기했듯 이 비키니와 여성의 속옷인 팬티와 브래지어 차림에는 과연 무슨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외관상으로 보면 둘 다 똑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비키니는 괜찮고 속옷은 안된다니 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모순된 일입니까.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속 옷차림의 모습을 문제시하고 또 그런 모습을 의도치 않게 남들에게 보여 주었을 때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그 옷들이 우리 인체의 내밀한 부분을 가리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은 그런 것에 아무 거리낌 없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몸을 가리는 면적으로 봐서는 속옷 차림보다 더 노출이 심한데도 말입니다.



  비근한 예로, 어느 여성이 TV에 비키니 차림으로 출연하고 또 다른 여성은 속옷 차림으로 출연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과연 방송심의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비키니 차림은, 여성의 아름다움 운운하며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속옷 차림의 여성에게는 공중파에서, 저렇게 수위 높은 노출을 하다니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냐며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을까요.



  이런 일은 다문 비키니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요즘 방송에 출연하는 나이 어린 여자 아이돌 가수들의 노출 정도를 보며 저게 도대체 속 옷만 입고 나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노출이 심한 짧은 치마 안에 일명 속바지라는 것을 입고는 춤을 추는데 이때 치마가 들려 그 속바지가 다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속바지라며 괜찮다고 합니다. 참 혼란스럽습니다. 팬티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속바지라고 명명하니 괜찮아져 버리니까요. 그들의  의상 노출 정도가 속옷 차림과 진배없어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여성의 비키니 차림과 속옷 차림의 노출 정도에 하나는 괜찮고 다른 하나는 안된다라는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과연 차이가 있기나 한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는 속옷차림의 여성을 보면 자칫 치한으로 몰려 법적 처벌을 받거나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만 방송에서 속바지라는 정체불명의 속옷 차림과 별 차이 없어 보이는, 나이 어린 여 가수들의 과감한 노출과 해변가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보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이 사회의 이상한 기준과 의식도 함께 말이죠.


2021.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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