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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31.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31. 할 줄 아네

코로나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습니다. 방송가는 이때다 싶게 그동안 코로나로 주춤거렸던 해외여행 콘텐츠를 앞 다투어 내보내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세계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고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는 그런 프로그램을요.



  이런 여행방송의 포맷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해외여행을 하며 찍어온 영상을 출연자와 다른 연예인들이 스튜디오에 앉아 함께 시청하며 코멘트를 주고받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런 방송을 보고 있으면 출연자들의 코멘에 한 가지 특징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여행을 하고 있는 출연자가 여행 중 보통의 생각과 조금 다르게 행동하거나 음식을 좀 특이한 방식으로 먹으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여행 좀 할 줄 아네 “또는 ”먹을 줄 아네 “라는 말들을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여행을 좀 즐기는 편입니다만 사실 여행이라는 게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먹는 것 또한 그렇고요. 그런데 그런 여행과 먹는 것 앞에, 여행 좀 할 줄어네, 먹을 줄 아네라는 말은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강박을 만드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여행은 뭔가 특별하게 해야 되고 먹는 것도 뭔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좀 독특하게 먹어야 된다라는 강박을 말이죠.



  저는 해외여행을 가면 하루는 호텔 인근 동네만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닙니다. 그냥 피로도 풀 겸 그 동네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죠. 누군가는, 비싼 비행기 타고 해외까지 가서 아까운 시간에 그게 뭐 하는 짓이냐, 그곳의 다른 유명한 곳을 하나라도 더 봐야지 돈이 아깝지도 않느냐라는 말들도 하고요.



  그런 말을 하는 그들의 눈에는 분명 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돈이 아깝다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제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 집에 돌아와 지난 여행을 음미하다 보면 사실 유명 관광지의 기억보다 특별할 것 없이 동네를 돌아다닌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더라고요.



  여행은 다분히 개별적인 것입니다. 잘하고 잘못함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할 줄 아네와 할 줄 모르네, 먹을 줄 안네와 먹을 줄 모르네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냥 다른 사람과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할 줄 아네와 할 줄 모르네를 구분 지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자기 방식대로 여행과 음식을 즐기면 됩니다. 할 줄 아네와 할 줄 모르네, 먹을 줄 아네와 먹을 줄 모르네라는, 남들과는 좀 특별하고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 얽매이지 말고요.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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