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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03.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25. 갈 곳이 없어요

2023년 대입 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코앞입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도 벌써 3번째군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아무튼 시험이 끝나면 수많은 고등학교 3학년의 학생들은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12년에 걸친 정규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마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몇 개월만 있으면 학교를 졸업하고 법적으로 성인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십 수년간의 굴레가 되었던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드디어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십여 년 전 합기도 도장을 운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수련생들이 가끔 저에게 이런 말을 하고는 했습니다. 자신들은 어른들에 비해 딱히 갈 곳이 없다고 말입니다. 세상이 자신들을 미성년자로 분류해 행동반경에 제약을 너무 많이 가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어른들이 자기들을 너무 과도하게 통제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그 나이 때는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제약을 받으며 갈 곳이 없는 가 하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그 시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말입니다. 그 시절 저는 과연 친구들과 어딜 가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를요.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저는, 초등학생 시절은 학교가 파하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축구도 했고 얼마 전 방송에서 엄청나게 이목을 끓었던 오징어게임도 했고 경찰과 도둑 놀이라며 서로 상황을 설정해 운동장을 누비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 친구를 따라 오락실도 가봤고 만화방도 갔고 시장구경과 서점등을 돌아다녔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인이 가까워진 고등학생 시절에는 증학생때 했던 것에 더해 선생님과 부모님 눈치를 피해 극장에 영화를 보러 다녔던 게 다입니다. 물론 오락실과 만화방, 당구장은 돈이 없어 친구가 하는 것을 구경하는 게 다였습니다.


   이러함들을 따져보면 사실, 이건 다분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다고 말하는 곳은 결국 술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의 불만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비하면 요즘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더 갈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당구장은 물론 만화방, 피시방, 노래방, 극장, 놀이공원, 워터파크등 현재의 청소년들은 다 마음대로 다닐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청소년들보다 어른들이 더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어디 있습니까. 청소년보다 어른이 유일하게 자유로이 갈 수 있는 곳은 술 집 그 한 곳이 다입니다. 그 외 무엇이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이 말하는 갈 곳이 없다는 곳의 그 갈 곳이란 결국 술집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 것이지요.


   간혹 일부 청소년들이 PC방 같은 경우 시간 제약을 두어 어른들에 비해 불공평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럼 그 정도의 제약도 가하지 않을 거면 무엇하러 법적으로 미성년자와 성인을 구분 지어 놓는다는 말입니까. 또 다른 일부에서는 자신들은 하루 종일 학교에 갇혀 공부만 해서 시간이 없다고 말들 하는데 어른들도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상사 눈치 봐가면서 하루 종일 돈 번다고 직장에 갇혀 일만 하느라 시간이 없기는 매 한 가지입니다. 청소년들은 마치 어른들이,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보다 뭔가 더 엄청난 것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착각들 하는데 절대 당신들 보다 더 누리는 거 없습니다.


  아무튼 저도 어느새 꼰대가 되어 비린 것 같습니다만 청소년들이여, 제발 부모님이나 선생님 그리고 기성세대인 어른들을 향해 갈 곳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당신들 보다 더 갈 곳이 없습니다. 저희들이 당신들보다 더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유일하게 술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그 한 가지가 다입니다. 그렇다고 아직 미성년인 당신들에게 술집을 개방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또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것이고요. 그러니 제발 저희들한테 갈 곳이 없다고, 우리들을 좀 생각해 달라고 칭얼거리지 말아 주십시오. 그건 저희들도 마찬가지니까요. 제발 부탁입니다.


-2024년도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 얼마 남지 않은 수능. 연일 이어지는 숨 막히는 삼복 더위에 기운들 잃지 말고 건승들 하길 빕니다.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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