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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04.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40. 도량형과 값

여름입니다. 햇볕이 뜨겁습니다. 복숭아와 자두, 포도와 수박등, 작렬하는 태양만큼이나 불타는 햇살의

광합성 작용을 받아 단 맛이 제대로 오른 맛있는 과일들이 지천입니다.



저는 여름 과일 중 복숭아와 자두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 두 과일이 풍성해지는 지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달콤하고 새콤한 과일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저의 복숭아 사랑을 익히 알고 있는 지인이 복숭아를 사주겠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직장이 복숭아로 유명한 고장인 경북 청도라 현지에서 신선하고 맛있는 복숭아를 도심의 소매가격보다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퇴근길에 지역의 친환경 매장에서 복숭아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어떤 상품이 좋을지 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왔습니다. 같은 품종의 동일한 무게인데 각각 크기에 따라 상자에 담기는 개수가 달라져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지인의 전화를 받고 한 가지 의아한 게 있어 되물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왜 같은 품종의 동일한 킬로그램인데 상품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이냐고 말입니다. 무게가 똑같은데.



그랬더니 그 지인은 저의 말이 더 이상하다면서, 당연히 크기에 따라 상자에 담기는 개수가 다르니 가격이 달라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런 의문을 품은 절 더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시장이나 어딜 가보더라도 다 이렇게 판매한다면서요.



그래서 저는, 상인들이 그렇게 팔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잘 들어 보라. 그리고 제가 그 판매 방식이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요즘 우리가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것들을 킬로그램으로 측정해 판매하는 것은 동일한 가격에 양을 똑 같이 맞추기 위함입니다. 이전처럼 무개로 따지지 않을 때는 주인의 눈대중에 따라 같은 값에 양이 조금씩 달라서 말이죠. 그래서 그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도량형을 킬로그램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무게에 의해 같은 값에 양이 동일해지니까요.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이렇게 해 왔고요. 그런데 그런 불합리함을 개선하려고 판매방식을 무게인 킬로그램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같은 무게인데도 크기가 달라 상자에 담기는 개수가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값이 달라진다면 도대체 무게를 따질 필요가 무엇입니까.



혹여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한다거나 아니면 제사나 행사에 쓰기 위해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특별히 모양 좋고 빛깔 좋은 것을 찾는다면 그 희소성의 가치로 가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같은 양에 가격이 달라야 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죠. 브릭스를 측정해 같은 재배지역의 같은 품종이더라도 당도에 차이가 난다거나 흠과로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가 여의치 않아 가격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하는 물건이라면 몰라도요.




무게를 기준으로 판매하는 외국 같은 경우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팔 때 저울에 달아 무게가 다르면 그것을 맞추기 위해 온상품을 잘라서 담아 무게를 맞추어 판매합니다. 왜냐하면 무게로 양의 기준을 맞추고 그것으로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것이니까요. 도량형이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무게로 양을 통일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나라의, 품종이 다르거나 같은 품종인데 당도가 다르다면 몰라도 같은 당도의 품종과 같은 무게의 양인데 크기에 따라 상자에 담기는 개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비자 판매 금액이 달라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건 한마디로 크기가 적당하거나 혹은 커서 참하고 더 맛일을거라는, 그래서 이 사이즈를 찾는 사람이 많아 당연히 비쌀수 빆에 없다는 객관성도 없는 관념을 이용한 야비한 상술일 뿐입니다.



아무튼 제 지인은 장장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입이 말라가면서 설명하고 나서야 제 말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제 생각이 잘 못된 것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상품을 킬로그램으로 통일해 판매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상품의 크기와 개수가 어떻든 무게로 판매기준을 맞춘 것이라면 킬로그램이 같은 이상 가격은 똑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무게가 같으니 당연히 사이즈에 따라 상자에 담기는 개수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다고 그게 가격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크기에 의한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면 굳이 도량형을 킬로그램으로 무게를 맞출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냥 예전처럼 눈대중으로 팔면 되는 것이지요.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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