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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05. 2023

카메라와 사진

잡담

제가 카메라를 산 건 사 년 전 월급을 타고나서예요. 학창 시절 때부터 갖고 싶었던 올림푸스를 샀죠. 사진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처음엔 그 기계적 모양에 끌렸고 그다음엔 내가 본 세상을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죠. 물론 당시에는 싸구려 카메라를 누군가에게 얻어 들고 다녔긴 했지만요. 요즘 제가 카메라로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신발이에요.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요. 우리가 거리를 걸어 다닐 때면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게 되는데 그때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대부분 각자 다른 신발을 신고 다녀요. 브랜드는 같거나 또는 디자인까지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마주치긴 하지만 그건 극히 적은 확률이고 대부분은 다 다르죠. 전 그럴 때마다 그 사람들의 신발에 관심이 생겨요. 모양도 다양하고 낡은 정도도 다 다르고, 운동화일 수도 있고 구두나 하이힐 또는 그냥 싸구려 슬리퍼일 수도 있고요. 제 생각에는 그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모양의 신발들 속에서도 각자 개별적인 나름의 사연들이 다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거창한 철학적 이유는 아니더라도 분명 이야깃거리는 있을 겁니다. 이 신발이 주인의 작은 발을 담고 어디서 무엇을 타고 왔고 어느 공간에 멈춰 머물렀으며 또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전 그걸 찍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왜 당신은 그 신발을 샀으며 그 신발을 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그 신발을 신고 어디를 다녔는지 오늘 왜 그 신발을 신어야 했는지 같은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해 줄지는 모르지만 한 번 시도해 볼 만은 한 것 같아요. 문제는 당장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야 되는데 날씨가 너무 덥네요. 그래서 오늘은 못 할 것 같아요. 내 일을 기약해야죠. 물론 내일 또 어떤 미룸의 이유가 생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오늘은 아니에요. 저는 신발 때문에 통닭이 되긴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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