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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

137. 강약약강(보편적 상식)

by Zero

지난 2일 오후 8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근처에서 롤스로이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운전하던 중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 1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당시 가해자가 운전한 것으로 알려진 차량은 가격이 5억 원이 넘는 모델이다.



이 사고로 피해 여성은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복부와 머리를 다치는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사고 당시 차량은 건물 외벽을 들이받고서야 돌진을 멈췄고, A 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진행한 마약 간이검사에서 ‘케타민’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케타민은 전신 마취제로도 쓰이지만 짧은 시간 다량 투약할 경우 무호흡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등 위험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데이트 강간 약물’ ‘클럽 마약’ 등으로도 불린다.



A 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유치장에 감금됐지만 약 17시간 만인 3일 오후 3시쯤 풀려났다. A 씨는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에 대해 “지난달 31일 수술을 받았고 의사에게 처방받은 주사액에 케타민 성분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도 A 씨를 치료한 사실이 있다는 소명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강제 수사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일보 8. 7




2001년도입니다. 제 나이 스물일곱이었습니다. 군을 전역하고 몇 년 사회적응하다 전문대학교 입학을 했습니다. 과는 경찰경호학과였습니다.



1학기 여름방학. 과 동기와 부산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동기와 저는 친구를 만나 기분 좋게 맥주 한 잔을 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 가는 길 어느 모텔 앞에서 불법 출장마사지 광고지를 돌리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저희는 과가 경찰경호학과라 경북지방경찰청과의 협약에 의한 명예경찰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런 경찰청 명예회원이라는 의무감에 그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을 112에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곧 경찰이 출동해 그와 우리 둘을 파출소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불법전단지를 돌리던 사람은 별다른 일없이 귀가 조치가 이루어졌고 저희 둘은 경찰서로 이송돼 형사 조사를 받은 후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혐의는 공무원 사칭이었습니다. 경찰에 최초 신고 할 때 경북지방경찰청 명예회원 학생이라고 했는데 그 불법전단지 돌리던 사람이 자신에게 경찰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받아들여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저희는 하루 동안 유치장 신세를 지고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아 풀려 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27년 동암 죄 한 번 짓지 않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저는 그렇게 인생에 의도치 않은 경찰 유치장이라는 곳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그때 경찰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접견교통권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심지어 가족에게 전화 한 통 하자고 해도 그것 조차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인데 말입니다)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해 국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접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와 함께 그 사건을 일으킨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황과 처벌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역시도 쉽게 알 수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여느 사건들의 처리 상황을 미디어로 볼 때마다 제 상식과 판결에 대한 괴리로 스스로의 자괴감에 늘 혼란스럽고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판결들은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도덕과 중, 고등학교 때의 윤리, 그리고 마을 어른들의 훈계를 들으며 형성된, 이러한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과 너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인생을 경험하다 보면 상식이라는 게 갖추어집니다.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를 말한다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말을 쉽게 풀어보자면, 타인을 때리거나 죽이고 타인의 금품을 훔치거나 기만하여 사기를 치면 , 즉 선량한 사람을 상대로 강도, 폭행, 살인, 사기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그들은 나쁜 사람들로서 당연히 그에 합당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범죄자에 대한 법 적용을 보면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이러한 보편적 상식과는 너무나 달라 제가 가진 상식이 심각하게 잘 못 되어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법의 적용이란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늘 제 상식과는 달리 항상 나쁜 놈들한테는 유리하게 돌아가고 선한 사람들에게는 또 희한하게 항상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오래전 제가 경험한 일과 요즘 미디어를 통해 확인되는, 제 상식과는 확연히 동떨어진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의 사법적 법 적용을 보며 도대체 이 법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이상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앞에서도 언급했듯 제 상식이 잘 못된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선량하고 파워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향한 동정 여론이 우세하더라도 법관의 독립성 운운하며 불리한 법적용을 하고 그 반면 나쁘고 파워 좋은 인간들에게는 큰 비판 여론은 무사한 채 작은 동정 여론이라도 조금 조성되면 법원은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며 그 소수의 여론을 냅다 받아들여 유리하게 판결하는 모습들.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의 법률적 판단에 의한 혐의 적용 또한 별 다를 것 없고요. 나쁜 인간들에게는 이래서 이법 적용이 안 돼 처벌할 수 없고 저래서 저 법 적용이 안 돼 처벌할 수 없고,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안된다는데 그러한 반면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이래서 이 법이 적용돼 처벌이 불가피하고 저래서 저 법이 적용돼 처벌이 불가피하고.



그래도 이런 나쁘고 힘 있는 사람들에 개 유리하게 적용되는 법의 불 완전한 적용 속에서도 그나마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제가 제 상식에 비추어 분노하듯 그런 기사의 댓글에 저와 같은 상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와 생각이 비슷한 그들 불특정 다수의 모습들에서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갖추어온 상식이 아직은 잘 못 된 것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받는 것이죠. 그래서 아무쪼록 저의 바람은 이 세상이, 우리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고 인정되는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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