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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10.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39. 구하라

몇 년 전 유명 가수 한 명이 죽었다. 그녀는 남동생과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가 어릴 때 그녀와 남동생을 두고 떠났다. 그 후로 그녀와 남동생은 자신들을 두고 떠난 어머니와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사랑 한 번 받아 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고 그렇게 컸다. 그리고 십 수년후. 그녀는 인기 가수가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 그녀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인기 가수였다 보니 남겨진 유산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그동안 연락 한 번 없던 그녀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자신이 생모로서 유산 상속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거였다. 그녀가 어릴 때 떠나 그녀의 성장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은 사람이 유산을 상속받겠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팽개치고 그 어떤 도리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 외면한 자식이 죽자 유산을 상속하겠다니. 그 몰염치 함에 혀를 내둘렀다. 분노했다. 저런 사람에게는 유산이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게 세상의 이치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이러한 뜻과는 달리 그녀는 유산을 상속받았다. 법이 그렇기 때문에 말이다.



뉴스에 50대 남성이 실종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뉴스의 주요 내용은, 이 남성이 사망하자 54년 전 이 남성과 그의 누나를 버려두고 떠난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사망금과 보험금 3억 원의 재산을 수령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는 실종된 남성의 누나 되는 사람은, 50여 년 동안 자신들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재혼해서 가정을 꾸려 살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은 채 남동생이 죽자 뻔뻔하게 나타나 보상금과 재산을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성의 언니는 구하라법이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사망 남성이 결혼을 하지 않아 직계비속이 없는 관계로 형제가 아닌 직계 존속인 그 어머니가 보상금과 재산의 우선순위를 가지기에 당연히 어머니가 보상금과 재산을 가져가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 법이 그렇답니다. 형제는 가족이 아니기에 형제가 비록 함께 살며 서로를 뒷바리지 했었다 해도 재산에 대한 권리가 밀리고 비록 같이 살지 않고 돌보지 않았어도 법적으로는 분명 어머니가 맞기에 재산에 대한 권리를 1순위인 비속이 없는 경우 차순위인 존속인 어머니가 가져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세 명의 형제가 한 집에서 삽니다. 다른 두 형제도 결혼을 하지 않아 투병 중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차를 타고 있어 경차 유류 할인 카드를 발급하려고 했더니 집에 경차가 한 대만 있어야 된다면서, 집에 다른 경차 한대와 SUV차량 한 대가 있어 유류할인 카드 발급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차는 형제 명의의 소유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아 직계 비속이 없다. 직계 존속인 어머니가 계신데 어머니 명의로는 차가 없다. 내가 알기로 형제는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로 안다. 그런데 왜 형제 명의의 차가 있다고 내가 유류할인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느냐.라고 말했더니 비록 형제이기는 하나 가구당 한 집에 한 대 밖에 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살면서 다른 법적인 문제에서는, 형제는 직계 존비속의 가족이 아니라며 위의 사건처럼 제가 원하는 일처리를 하지 못했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들에 있어서는 형제는 가족이 아니라며 원했던 일처리가 되지 않았는데 유류카드 발급에서는 왜 형제가 가족범주에 포함되어 차의 명의가 분명 형제인데도 저의 카드 발급이 거부되는 것입니까. 참 희한하지 않습니까. 참 모순 투성이입니다. 이어령비어령입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상당히 자의적입니다.



그래서 저의 작은 의견은 무엇이냐. 그것은 요즘 자꾸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만큼 구하라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던, 아니면 특정 기간 연락 없이 지내면 직권으로 부모의 자격을 말소시키든가 또는 원에 의한 이혼 서류처럼 가족의 연을 끊어 법적으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행정기관의 공신적인 서류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비록 가족이지만 그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남남으로서 가족의 연을 확실하게 끊는 명확한 근거를 확립했으면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서류의 권리 행사로, 더 이상 남보다 못한데 부모라는 생물학적 이유로 앞의 저 같은 몰염치한 인간들에게 득이 돌아가지 않도록 말입니다.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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