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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17.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22. 방탄소년단과 병역의무

저는 특전하사관 출신입니다. 94년 2월부터 98년 8월까지 4년 6개월 근무하며 많이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그 근무기간 동안 동기와 후배 그리고 선배까지 직계부대에서만 총 3명의 죽음을 보아야 했습니다. 특전사 소속의 예하 전체부대까지 합치면 그 죽음은 더욱 많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유명인들의 병역 이야기만 나오면 보수적으로 적잖이 민감해집니다.



  요즘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병역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의 문화, 즉 한류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퍼뜨리는 큰 역할을 해왔기에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병역면제를 해 줘야 한다는 측과, 비록 한국의 위상을 국외에 알리는 큰 일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병역은 한국의 모든 남성들이 평등하게 짊어져야 하는 의무임으로 그들도 예외 없이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럼 먼저 제 의견을 말해보자면 저는 그들의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쪽에 찬성표를 던집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제가 앞에서 썼던 글인 “올림픽과 엘리트체육”편의 연장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그 글에서 저는 이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축구인 월드컵과 야구인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같은 세계적 대회에서 우승과 공헌을 한 선수들에게 베풀었던 병역 면제 해택을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나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포츠 선수들이 특정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늘 병역문제가 거론되고 결국에는 그들에게 병역을 면제해주는 걸로 마무리되고는 합니다. 이유는 그들이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것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그 스포츠선수들에게 베푸는 병역면제가 왜 연예인들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것입니까.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요즘 올림픽이나 축구와 야구 같은 스포츠보다 방탄 소년단의 음악이나 드라마 또는 영화 같은 예능계가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훨씬 더 많이 알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요즘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 땄다고 세계가 한국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일까요. 그런데 스포츠 선수들은 되고 연예인들은 왜 안된다는 것입니까. 그것은 도대체 무순 기준인 것입니까.



  몇 년 전 트롯 경연 대회로 인기를 끌었던 모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연자 한 명이 판소리 대회에서 우승해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판소리 기능인에게 병역을 면재해 준 이유는 분명 앞으로 더욱 판소리에 매진해 실력을 키워 나라의 중요한 사람이 되어라는 뜻에서 일 것입니다. 즉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는 결과를 가지고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인 것이고 이 판소리에 대한 면제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실력을 키워 중요한 인물이 되라는 미래에 대한 보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올림픽 선수 못지않게 혁혁한 결과를 보여줬고 또 판소리로 면제를 받은 예능 기능인 못지않은 미래가 기대되는데 왜 안된다는 것입니까.



  저는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병역을 면제해 주는 특혜를 없애는 것이 공평한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누구를 막론하고 병역이 의무로 지워져 있는 우리들의 청춘들에게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여타 스포츠를 비롯해 기능인들에게 돌아가는 병역면제 혜택이 원천적으로 폐지되지 않는다면 이번 방탄소년단 문제에서 그들도 병력면제를 받는 다른 계통의 사람들처럼 당연히 면제를 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보여준 국위선양과 경제적 유발효과는 운동선수들의 결과보다 차원이 다른 훨씬 큰 것이었기에 말입니다.



일부는 방탄소년단이 그냥 자기들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가수 활동을 하다 운 좋게 그렇게 된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운동선수나 예능기능인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들도 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활동하다 그렇게 된 것이지 순수하게 나라를 빛내고 나라에 몸 바치기 위해 태어나면서 운동을 택했거나 예능기능인의 길을 선택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특전하사관 출신입니다. 94년 2월부터 98년 8월까지 4년 6개월 근무하며 많이 고되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그 근무기간 동안 동기와 후배 그리고 선배까지 직계부대에서만 총 3명의 죽음을 보아야 했습니다. 특전사 소속의 예하 전체 부대까지 합치면 그 죽음은 더욱 많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유명인들의 병역 이야기만 나오면 보수적으로 적잖이 민감해집니다.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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