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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18. 2023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잡담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 거예요. 정확하지는 않아요. 원래 기억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믿을게 못 된다는 거.  아무튼 소풍 가는 날이었어요. 시골이다 보니 학교까지 걸어가야 했어요. 그런데 그 사이 경사가 심한 고갯길이 하나 있었거든요. 그 고갯길을 오를 때였죠. 어른 한 분이 리어카를 끌고 힘겹게 그 고개를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분은 소풍을 맞아 학교 앞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분이었어요. 저와 저의 형, 그리고 친구와 친구의 형이 그걸 보고 뒤에서 밀어드리자고 했어요. 저희는 김밥과 과자가 든 가방을 고쳐 메고 리어카 뒤로 달려가 리어카를 밀었죠. 끌고 가는데 힘이 덜 들며 뭔가 수월해진 걸 느낀 리어카 주인이 뒤로 돌아보았어요. 저희는 그 어른의 얼굴을 보고 싱긋 웃었죠. 그러자 그 어른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어요. 우리는 낑낑거리며 라어카를 밀었고 그렇게 정상에 올랐죠. 어른은 고맙다며, 너희들 때문에 이 험한 고개를 쉽게 오를 수 있었다며 리어카에 실린 통을 열더니 막대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주시는 거예요. 저희들은 횡제를 한 느낌이었어요. 얼굴로 땀이 좀 나긴 했지만 소매로 대충 문지르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죠. 서로 얼굴을 보며 기분 좋게 함박웃음을 지으면서요. 그때가 좋았죠. 그때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유쾌해했던 그런 맛이 있었으니까요. 돕는다는 기쁨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음… 글쎄요…생각에 맞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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