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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30. 2023

이해불가

잡담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장사를 한다고 물건을 팔러 나섰을까요. 오디가 한 창 익어가는 날이었어요. 대구 근교 지역의 오일장을 갔죠. 봄이라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장은 제법 북적거렸어요. 장꾼들도 많았고요. 게 중에 오디를 파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더라고요. 제가 오디를 좀 좋아해 살까 망설이며 한 개만 맛봐도 되겠냐고 물었죠. 오디는 빛깔은 까맣게 잘 익어 보여도 단 맛이 덜한 싱거운 게 많거든요. 그래서 맛 좀 보고 살려고요.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맛보면 사야 된데요. 무의식 중에 그 말을 들으니 참 어이가 없더라고요. 맛보면 무조건 사야 된다라면 굳이 맛을 볼 필요가 뭐가 있어요. 맛을 볼 이유가 없죠. 사기 전에 맛을 보는 건 맛을 보고 나서 사든 안 사든 판단을 하겠다는 건데 맛보면 무조건 사야 된다니 참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저께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았어요. 추석을 맞아 송편을 사러 시장 떡 집을 찾았어요. 떡집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등 앞에서 서있었죠. 그런데 그때 횡단보도로 오던 여성 한 분이 인도에 땅콩을 부려놓고 팔고 있는 땅콩 주인아주머니에게 땅콩 값이 얼마인지를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땅콩 주인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가격 알려주면 땅콩을 살 거냐고 되묻는 거예요. 그러자 가격을 물어본 여성이 놀라고 당황해하며 고개를 가로지었지요.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답을 할 수 없는 입장이잖아요. 저는 제가 설마 잘못들었겠거니 생각했어요. 아니면 장꾼의 싱거운 농담이겠거니 하고요. 그런대 그 땅콩 주인은 뚱한 표정으로 입을 꼭 다문체 끝내 가격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차더라고요. 아니 가격을 알아야 소비자가 살지 말지 판단을 할 거 아니에요. 그건 상거래의 기본 아닌가요. 그런데 가격을 알려주면 살 거냐고 되묻고 가격을 안 알려주다니요. 그럼 얼마인지 가격도 모른 채 물건을 달라고 해서 얼마든 주인이 달라는 대로 값을 지불해야 된다는 말이에요. 아무리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요. 이런 정신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게 참. 여러분 제가 상식에 어긋난 유별나고 이상한 사람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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