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ro Oct 02.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52. 무궁화는 우리 꽃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노래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도 이 노래를 학교에서 배우는지는 모르겠지만 8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초등학생시절 학교에서 거의 의무적이다시피 배웠기 때문에 아마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몇 해 전 대구 시청에 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을 준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면접을 준비하면서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시가 상징물로 삼고 있는 시조와 시목 그리고 시화를 확인하고 암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대구 시청 홈페이지에는 시조는 독수리 시목은 전나무 마지막으로 시화는 목련이라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면접장으로 들어가기 전 각 각의 상징물들과 그것들이 담고 있는 뜻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암기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인간은 상징물 가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야구나 축구, 농구나 배구등 프로 스포츠 구단들이 마스코트로 삼는 동물들이나 각 나라의 국기를 비롯해 앞에서 이야기한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 같은 곳들이 시조와 시목 시화처럼 특정한 동물이나 나무 꽃을 선택해 상징물로 정해 놓는 행동들 말입니다



  저는 인간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이런 상징물들을 가지고자 한 것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우리 인간은 이와 같은 행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를 앞으로 돌려서, 무궁화는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입이 아플 만큼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꽃입니다, 즉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라는 말이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준비하며 인터넷으로 우리니라 무궁화의 국화 제정에 대해 좀 조사를 해보니 무궁화가 국화로 제정된 뚜렷한 법령의 근거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궁화는 다른 말로는 목근화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끝도 없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꽃은 아름다움은 물론 피는 기간이 길어 민족의 오랜 사랑을 받으며 “무궁화의 나라”로 일컬어졌고 일제 강점기에 국기처럼 소중하게 민족의 꽃, 나라의 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복을 맞아 국기가 법으로 제정되고 국기봉을 무궁화 꽃봉오리로 정하고 국회와 정부의 표장 역시 무궁화 도장으로 사용하면서 무궁화를 국화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근대의 역사학자로 유명한 이홍직의 국어 대사전을 보면 무궁화에 대해 “무궁화는 구한국시대부터 우리나라 국화로 되었는데 이는 국가나 일개인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대다수에 의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예부터 근역 또는 무궁화 삼천리라고 한 것을 보아 선인들도 무궁화를 몹시 사랑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기록해 놓았음을 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제 저는 이런 무궁화를 과연 나라의 꽃인 국화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의문을 가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요즘 우리의 주위에서 무궁화를 당최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잉글랜드의 장미, 일본의 국화, 스리랑카의 연꽃, 네덜란드의 튤립등 한 나라의 국화라고 하면 그 국민이 쉽게 접하고 볼 수 있는 꽃이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의 우리 무궁화는 전혀 그렇지가 않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렇게 무궁화는 어느덧 우리나라에서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꽃이 되어가는 듯 한 느낌입니다. 분명 국화라고 누구나 어디에서든 말들 하지만 정작 그 국화인 무궁화나무는 말처럼 쉽게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말입니다. 제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80년대만 해도 학교마다 당연히 무궁화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동네 담장이나 골목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기에 말이죠.



   우리나라의 국가인 애국가 후렴구에 보면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 그만큼 무궁화나무가 많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세월의 탓인지 나라의 꽃이자 삼천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그 많던 무궁화나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요즘은 영 그 흔적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니 무궁화라는 꽃에 씌워진 나라의 꽃이라는 국화라는 이름의 거창함이 그저 한 없이 초라해질 뿐이다. 그래서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무궁화를 국화로 인지하고 있다면 외래종 나무를 심는데 열을 올리기보다 무궁화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함이 마땅할게 아닌 가라는게 제 짧은 생각입니다.


2021. 5. 6

작가의 이전글 요지경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