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ro Nov 10. 2023

말 버리기

잡담

우리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죠. 바로 말과 글요. 입으로 소리를 내어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거나 아니면 글로써 내 생각을 전달할 수가 있는 방법. 법정스님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살아 많은 글을 남겼죠.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무소유라는 책부터요. 저도 한때는 법정스님의 생각에 취해 그가 쓴 여러 책들을 읽어보았어요. 그런데 그의 책을 읽다 보니 한 가지 모순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사실 형식만 다르지 글이 곧 말 아닌가요. 그 방식이 입을 통한 소리이냐 아니면 종이에 적힌 글씨이냐뿐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는 것이죠. 만약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출판되지 않고 본인만 볼 수 있는 일기장이었다면 모를까 책으로 출판이 되어 대중이 읽어버리면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거예요. 돌아가실 때는 자신의 책이 더 이상 출판되지 않게 절판의 유언을 남기셨지만 살아계실 때는 많은 책을 남기셨으니 이는 곧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자신의 깨우침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아무튼 저도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말이라는 걸 버리기가 참 쉽지 않네요. 오늘도 이렇게 불필요한 말을 주절이는 걸 보면요. 이게 바로 아직 제가 많은 자기 수행이 필요한 이유인가 봐요. 갈 길이 머네요.

작가의 이전글 사직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