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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

잡담

by Zero

저는 지금까지 철저하게 운명론을 믿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운명론을 믿으면 인생이, 또 나의 존재의미가 너무 허무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삶에 발버둥 쳐도, 지난날의 그 고통의 시간들과 더불어 앞으로의 삶 또한 더 나아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맴돈다 해도 그게 니 운명이니까 그런 거야라고 말해버리면 끝나버리니까요. 만약 그런 게 운명론이라면 그런 허무와 비참함이 또 어디 있겠습니다. 그래서 전 운명론 같은 건 절대 믿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운명이라는 게 정녕 존재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합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버릴 때, 그리고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 쳐도 딱히 방법이 없을 때 이게 진짜 운명이라는 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는하죠. 모르겠습니다. 진짜 운명이 있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제 삶의 시간이 더해가고 혹여 큰 병이라도 걸리지 않을까라는 우려 속에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그러한 마음이 더욱 커질 것 같다는, 결국 운명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함의 생각이 들 거라는 건 어떻게 해도 부정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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