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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잡담

by Zero Mar 21. 2025

나는 75년도에 태어났다. 박정희 정권 때였다. 그는 내가 4살 되던 해에 죽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기억은 없다. 내가 아는 박정희는 국사책에서 접한 게 전부다. 이는 전두환정권 때도 비슷하다. 물론 그때의 나는 박정희 정권 때보다 더 자랐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를 때였으므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무지와 별 다를 게 없었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들은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박정희 때문에 우리의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전두환의 삼청교육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나는 박정희 때 경제가 발전해 얼마나 많은 서민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는지 모른다. 뉴스에서 수출 몇 만불을 달성했다고 했을 때도 우리 집은 지지리도 궁상맞았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한일협정을 맺고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외화벌이로 경제의 기반을 이룩했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늘 궁핍에 허덕였다. 지나가던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던 전두한 정권때도 우리집은 그랬다. 국가주의로, 나라가 살아야 국민이 산다는 논리로 인간의 존엄성이 한 낱 물건으로 취급당할 때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좋았길래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고 하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기업이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을 때 방직 공장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미싱 기를 돌리던 여공들이 한 낱 소모품 취급당하며 노동에 허덕이고 통금이다 검열이다 하며 개인의 자유가 억압당하던 시절. 나는 지금도 그때가 그립고 그 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내뱉는 일부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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