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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공원이야가)

by Zero

작년 가을이었어요. 날씨가 참 좋았죠. 하늘은 청명했고 햇볕은 부드럽고. 공원에 다목적 운동장이 있어요. 이곳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어 주말이면 아이들이 모여들어 자전거를 많이 타요. 한마디로 아이들의 놀이터죠. 그런데 주말이다 보니 아이들이 많이 나와 놀고 있는데 옆에서 어른들이 술을 마시고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들어왔어요. 저희는 곧바로 현장으로 갔죠. 그랬더니 운동장 옆 테이블로 만들어진 벤치에 어른 여섯 명 정도가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일단 공원에서의 음주는 불법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분들에게로 가서, 아이들이 노는 곳이니 술은 적당히 마시고 고성을 지르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했죠. 아이들이 겁먹을 수 있다면서요. 저희들은 다툼을 준비해 마음을 다 잡고 있는데 의외로 순순히 미안하다면서 알았다 하고 술자리를 파하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정리하고 돌아오는데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며 “야! 경찰 아저씨다. 아저씨 멋있어요”라고 하길래 경찰이 아니라 민망하면서도 아이의 흥을 깨기 싫어 그냥 “응! 재미있게 놀다가’라고 했더니, 밝은 웃음을 지으며 “네”하더라고요 “ 그 말에 우리도 기분이 좋아 신이 나서 사무실로 돌아왔죠. 나무 잎들이 붉고 노랗게 단풍이 들어가는 가을이라 풍경도 참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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