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잡담

by Zero


보수들이 집회를 하면 꼭 미국국기가 따라 나온다. 별이 수두룩하게 박힌 국기 성조기 말이다. 미국이 한국 전쟁에 참여해 주고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우방국이라면서. 그래서 세계경제 10위안에 들고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는 우리 대한민국의 보수들은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큰일이 난다고 소란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지원으로 경제와 군사력이 향상된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멕아더가 해방 후 한국에 들어올 때의 포고문에는 분명 점령군이라고 뚜렷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비록 그렇게 명시된 점령군의 단어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늘 을이다. 세계가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나라 같은 소국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 을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2년 의정부에서 효순이와 미선이의 두 여고생이 미군 전차의 캐터필러에 두개골과 사지가 부서지며 죽어 갔을 때 그 불쌍한 애들을 위해 시위하는 군중을 막고 미군부대를 지켜준 건 대한민국 전경이었다. 자신의 여동생들을 죽인 자들을 오빠인 자신들이 보호해 주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이런데도 오늘도 보수의 집회에는 성조기가 펄럭인다. 나는 그 성조기를 볼 때마다 미군 장갑차의 캐터필러에 몸이 짓이겨지던 그 작은 여고생들의 사지가 찢기는 고통이 내 몸에 전해져 와 온몸이 깨어지는 듯한 감각에 치가 떨린다. 그리고 그 장갑차를 몰고 미선이와 효순이를 깔아 뭉갰던 미군은 무죄를 받고 자기나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게 오늘의 우리나라에서의 성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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