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군대이야기(1994-1998)

by Zero

제주도 한라산에는 관음사 탐방로가 있다. 탐방로 바로 옆에는 특전사 위령비가 조성되어 있다. 1982년 전두환정권시절 제주공항활주로 개설 기념식 참석 경호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제주로가다 기상악화로 수송기가 한라산 중턱에 추락, 53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의 작전명은 “봉황새 1호”작전이라 불렀다.

특전사에서는 대대별로 2년에 1번 한 달씩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는다. 2주간은 제주 한라산 중산간 일대에서 야외 전술을 뛰고 나머지 2주는 중산간에 지어놓은 상주막사가 있는데 그곳에서 교육훈련을 한다. 침투는 보통 공중침투나 해상침투를 주로 하는데 공중침투는 제주의 날씨 여건상 돌풍과 강풍이 많아 캔슬될 때가 많다. 아무튼 그렇게 침투를 하면 한라산 산지에서 전술 훈련을 벌이는데 계절에 따라 눈, 비가 자주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산 또한 내륙과는 달리 잡림이 우거져 은밀 이동하기에는 진짜 힘든 곳이다. 1킬로미터 이동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될 때도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식수 문제인데 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계곡이건 어디건 화산암이라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바닥으로 다 빠져버린다. 그래서 그릇처럼 살짝 패인 돌에 고여있는 섞은 물까지도 마시고는 했다. 특전사에서 제주도 훈련을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제주 도에는 육군이 없다는 것과 전쟁발발 시 그곳을 신병교육대로 활용한다는 것, 또 이국적인 산악 조건에서 게릴라임무 수행 훈련을 경험한다는 것. 대충 그런 이유이다. 나도 전역 때까지 제주도 훈련을 두 번 했는데 요즘 여행 삼아 제주도를 가면 가끔 그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퇴출 전날에는 주요 명소 몇 곳을 관광시켜주기도 한다. 일출봉이나 산굼부리 만장굴 같은 곳. 아무튼 그 시절에는 제주도 여행가는 것도 만만찮을 때였는데 촌놈이 그 어린 나이에 제주도에 가보았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견문은 좀 넓어진 것 같기는하다. 내륙으로 올 때 해군 LSD배를 타고 목포에 닿아 기차로 서울까지 올라오는 여정에 목포와 여러 전라도 지역의 사람사는 모습을 차창밖으로나마 볼 수 있었기에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똑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