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잡담

by Zero

평론집을 읽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제목과 함께 괄호 열고 1995라는 숫자와 함께 괄호가 닫혀 있었다. 내 눈은 그 괄호 안 1995라는 숫자에 한 참을 머물렀다. 그 숫자는 너무나 아득해 현실성이 없었고 또 너무나 뚜렷해 그 거리감이 실감 나지 않았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늙은 초로의 작가가 쓴 첫 작품이 저렇게도 멀리서 시작되었다는 말인가. 겨우 내 나이 열아홉 살 군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는 그 숫자의 거리감과 내 나이의 아득함에서 현실성 없이 그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라는 멈출 수 없는 시간 앞에 괄호 안에 멈춰 있는 숫자와 그 어린 나이의 시절 내가 존재했던 곳에서의 기억들이 멈추고 살아나면서 말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가는데 작품이 출간된 숫자와 그 숫자의 시간 안에 내가 겪었던 삶들이 고스란히 괄호 안에 묶여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서 영원을 살려고 발버둥 치니 이 얼마나 세상에 대한 모자람인가. 문득 괄호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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